"소화 안되는 음식은 독… 전통 발효음식이 해결책"
이계호 충남대 화학과 명예교수
17기 부산일보CEO아카데미 특강
"위보다 장 만족하는 질적 식사 해야"
“건강을 위해서 현미 챙겨 드시는 분, 손 들어 보시겠어요? 여러분들은 독을 먹고 있을 수도 있습니다.”
지난 7일 부산롯데호텔 3층 펄룸에서 열린 제17기 부산일보CEO아카데미 강의는 다소 충격적인 발언으로 시작됐다. ‘태초 먹거리 전문가’로 불리는 이계호 충남대 화학과 명예교수는 이날 ‘기본의 회복, 건강의 회복’을 주제로 강연했다.
“1960년대 먹을 것 없던 시절에는 양 많은 음식이 최고였지요. 잘살게 되면서부터는 맛집 열풍이라 할 만큼 맛있는 먹거리가 화두였고요. 최근에는 건강한 먹거리를 찾기 시작했습니다.”
강연 시작 때 독이 될 수도 있다고 말한 현미는 ‘화학적으로는 완벽한 건강 먹거리’지만 소화가 잘되지 않는 것이 문제라고 했다. “소화되지 않으면 대장에서 썩어요. 탄수화물은 덩어리가 커서 흡수가 안 되기 때문에 아밀라아제 분해 효소가 필요해요. 씹을 때 침에서 나옵니다. 현미가 약이 되게 하려면 아주 천천히 꼭꼭 씹어서 드세요.”
우리나라 인구 10만 명당 45명이 대장암 환자다. 특히 20~40대 대장암 환자 수는 세계 1위다. 이 교수는 “이제 삶의 질 부분에서 객관적 평가를 할 때가 됐다”며 “젊은 층 건강이 더 나쁘다는 것을 인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위를 만족하는 양적 식사가 아니라 장을 만족하는 질적 식사가 중요해요. 소화에 초점을 둬야 합니다. 소화가 안되는 음식은 장을 괴롭히고 면역을 약하게 만들어요. 면역세포의 70~80%가 장에 있어요. 장 건강이 좋아야 하는 이유입니다.”
장 건강에 가장 중요한 것은 ‘물’이라며 물을 제대로 마시는 방법을 소개했다. “보통 하루에 물 2리터를 마셔야 한다고 알고 있는데, 그렇게 꼬박꼬박 먹으면 건강이 나빠집니다. 물은 음식으로도 들어와요. 전체 물양을 합산하기 어렵습니다. 소변 색을 봐야 해요. 황토색을 띠면 수분이 부족하다는 뜻이니 물을 마셔야 합니다.”
이 교수는 “인체에 나트륨 농도가 떨어지는 저나트륨혈증 환자가 늘고 있다”며 물을 지나치게 많이 마시는 것도 경계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근 젊은 층에서 소비량이 급증한 커피 이야기도 꺼냈다.
“상업용 커피 속 발암물질을 분석해 봤는데요, 발암물질이 있습니다. 2021년 식약처가 권장치를 내놓았는데 단속을 안 해요. 대부분 법 자체를 몰라요. 로스팅 방법에 따라 발암물질이 검출되지 않게 할 수 있습니다. 업계에서 소비자의 안전에 투자할 때예요. 아, 하루 한두 잔은 문제없어요. 너무 많이 마시는 젊은 층이 걱정입니다.”
우리나라 사람이 좋아하는 ‘고기’ 주제에는 청중의 이목이 쏠렸다. “성인은 몸무게 1kg당 1g의 단백질이 필요해요. 계란 한 알 크기가 60g 정도 됩니다. 단백질 초과량은 저장되지 않으니 매일 필요한 양만큼만 드세요. 직화 연기와 검게 탄 고기는 발암물질입니다. 면역력이 정상이라면 암세포를 청소해요. 문제는 스트레스 상황처럼 면역력이 내려갈 때입니다. 구워 먹는 고기는 웃으면서 드세요.”
이 교수는 몇 년 전부터 청국장을 연구하고 있다. “장내 유익균 늘리는 유산균 드시죠? 최근 4세대까지 나왔는데 아주 비싸요. 그런데 이보다 효과가 천만 배 좋은 게 김치, 청국장, 된장 등 우리나라 전통 발효식품이에요.”
일본 낫토 균은 온도·습도·시간으로 품질 관리해 세계화에 성공했다. 이 교수는 이에 맞서 우리나라 토종 균주를 찾아서 발효하는 연구를 했다.
“청국장 명예를 회복하고 대장암 1위 불명예를 벗어던지고 싶어요. 젊은 층에는 청국장 이름이 주는 선입견이 있는 것 같아요. 그래서 이름을 한국장으로 바꾸고 인식 바꾸기에 나섰습니다. 5월 30일은 ‘한국장데이’입니다. 한국장의 표준화·세계화에 관심을 가져 주세요.”
김동주 기자 nicedj@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