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동유럽 틈새’ 세르비아·헝가리 핀셋 공략
코로나 사태 후 첫 유럽 순방길
대표적 친중 국가 잇달아 방문
“아직 건재” 영향력 과시 포석
일대일로 구상 현실화 차원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유럽 국가들 사이에 내홍을 부추기기 위해 세르비아와 헝가리를 전략적으로 이용하는 듯한 모양새다.
미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7일(현지시간) 프랑스 국빈 방문을 마친 시 주석의 세르비아, 헝가리 방문 일정을 언급, “우크라이나 전쟁을 둘러싸고 긴장이 고조되는 가운데 두 국가 정상들이 중국에 안식처를 제공한다”고 했다.
NYT에 따르면 시 주석과 이들 두 국가의 밀착은 동유럽 국가 중 중국에 우호적이었다가 등을 돌린 체코와의 관계 부침과도 무관치 않다. 2016년 시 주석이 국빈 방문을 했을 당시만 해도 중국과 체코는 공고한 협력관계를 내세웠다. 그러나 페트르 파벨 체코 대통령이 지난해 당선 직후 대만 총통과 전화 통화를 하고 중국에 대해 ‘우호적인 국가가 아니다’라고 표현하면서 중국의 화를 자극했다. 이후 중국은 체코에 대한 투자를 점차 줄이는 대신 헝가리와 세르비아에 대한 투자를 강화했다.
시 주석이 2016년과 달리 체코가 아닌 세르비아와 헝가리를 방문지로 택한 것도 이런 사정과 연관 지어 의미를 부여하는 시선이 많다. 알렉산다르 부치치 세르비아 대통령은 시 주석 방문을 앞두고 중국 국영방송 인터뷰에서 ‘하나의 중국’을 지지하는 발언을 내놓기도 했다.
시 주석의 마지막 방문지가 헝가리인 점도 주목할 만하다. 헝가리는 유럽연합(EU) 회원국 중 가장 먼저 중국과 일대일로(중국-중앙아시아-유럽 연결 실크로드) 양해각서를 체결한 나라다.
헝가리는 특히 올해 하반기 EU 순환 의장국을 맡을 예정인 만큼 중국이 EU 내 부의 균열을 부추기는데 헝가리를 이용할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EU는 주요 사안에 대해 회원국의 만장일치로 결정하도록 하고 있는데, 헝가리는 이미 지난해 말 한차례 이를 활용해 ‘실력 저지’에 나선 이력이 있다.
오르반 빅토르 총리는 중국과 우호 관계를 유지하면서 투자를 유치해 헝가리를 전기차 배터리 제조 중심국으로 만들려는 구상을 가지고 있는데, 시 주석 방문 기간 중국 장성 자동차가 헝가리에 대한 투자계획을 내놓을 것이라는 점도 이런 관측을 뒷받침한다.
프라하의 연구단체인 국제관계협회의 이바나 카라스코바 연구원은 헝가리와 세르비아가 경제적인 이유에서뿐 아니라 자국 유권자들에게 독립적인 정책을 추구하고 있다는 점을 보여주기 위해 중국과 우호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미국과 유럽연합에 그들이 유일한 선택지가 아니라는 점을 보여주기 위한 차원이라는 설명이다.
카라스코바 연구원은 특히 중국도 이런 역학관계를 알고 있으며, 시 주석이 유럽 내에서의 중국에 대한 부정적인 의견을 뒤집기 위해 이를 이용하고 있다고도 해석했다.
전문가들은 또 시 주석이 이번 방문을 통해 중국이 동유럽과 중유럽에서 영향력이 줄고는 있지만 아직은 살아 있다는 점을 보여주려고 한다고 분석했다.
특히 시 주석이 일대일로 구상을 아직 포기하지 않았다는 점도 보여준다고 해석했다. 중국은 2012년 유럽연합(EU)에서 소외된 동유럽 국가들과 경제 협력을 추진하겠다면서 ‘16+1 경제협력체’를 출범시켰지만, 라트비아, 에스토니아, 리투아니아 등 발트 3국이 탈퇴했고, 체코와 폴란드, 루마니아 등도 명목상으로만 참여하고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