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원 로봇랜드 ‘특혜’ 못 밝히고 수사 종결
경남도·창원시에 1662억 피해
피고발인 9명 배임 입증 못 해
경찰, 증거불충분 무혐의 처분
“업자에 이익 주려는 고의 없어”
안일한 행정으로 1600억 원이 넘는 혈세를 낭비한 ‘로봇랜드 사태’에 대한 경찰 수사가 1년 만에 종결됐다. 경남도에서 대대적인 감사 끝에 테마파크 조성·운영을 맡아온 경남로봇랜드재단 직원들과 민간 업체 관계자까지 9명을 싸잡아 고발했지만 경찰이 혐의 입증을 못하면서, 결국 용두사미에 그쳤다.
8일 경남경찰청에 따르면 경찰은 재단 직원 A 씨를 이달 초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검찰에 불구속 송치했다. 앞서 경남도는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업무상 배임), 위계공무집행방해 혐의로 재단 전·현직 직원 5명과 민간 업체 관계자 4명을 경찰에 고발한 바 있다.
이들은 2015년 부도난 울트라건설 컨소시엄 대신 사업에 참여한 대우건설 컨소시엄이 재단과 실시협약을 변경·체결할 당시 사업자에게 절대 유리하도록 업무상 배임을 저지른 혐의를 받았다. 해당 협약서엔 ‘준공 시점 기준 해지 시 지급금이 1000억 원’이라고 확정해 뒀다. 이는 귀책 여부와 관계없이 일단 1단계 사업 준공 후 언제든 사업자가 손을 뗄 수 있도록 하는 빌미를 제공했다.
실제로 사업자는 1단계(테마파크·로봇연구센터 등) 사업만 완료하고 재단에 협약 해지를 통보, 법정 다툼을 통해 공사비와 이자 등을 포함한 해지 지급금 1662억 원을 챙겼다. 법원에서는 ‘재단이 사업자에 펜션 부지를 공급할 의무가 있음에도 이를 제때 이행하지 않으면서, 부지를 매각해 대출금 50억 원을 상환하려던 사업자를 채무불이행(디폴트) 상태에 빠지게 했다’는 취지의 주장을 받아들였다.
로봇랜드는 마산합포구 구산면 구복리·반동리 일원 125만 9890㎡에 로봇테마파크와 컨벤션센터, 관광숙박시설 등을 조성하는 사업이다. 현재 관광숙박시설 등 2단계 사업은 착공조차 못 하고 있다. 지난해 4월 도 감사위원회에서 로봇랜드 사업 부실 책임을 물어 도청·시청 공무원 34명이 징계 처분을 받았으며, 지난해 5월에는 업무상 배임 등 혐의로 9명이 형사 고발됐다.
하지만 경찰은 1년간 수사를 거쳐 이들 9명에 대해 업무상 배임죄를 입증하기 어렵다고 결론 내고, 증거 불충분 ‘혐의 없음’으로 불송치했다. 행정의 손해가 발생한 직접적인 원인은 사업자와의 민사재판에서 패소한 탓인데, 피고발인들의 업무적인 잘못이 재판 결과를 좌지우지했다고 보긴 어렵다는 설명이다. 즉 업무적으로 미숙했던 부분이 있을진 몰라도, 의도적으로 민간사업자에게 도움 주려고 한 고의범은 아니라는 판단이다.
반면 위계공무집행방해 혐의로는 1명을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넘겼다. A 씨는 테마파크 준공 인허가권자인 경남도에 준공과 관련한 행정 서류 일부를 고의로 누락한 채 제출한 혐의를 받는다. 경찰은 A 씨가 준공 기일을 앞당길 목적으로 의도적으로 경남도에 서류 미비 사실을 숨긴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피고발인이 9명인데다 참고인과 참고 자료도 방대해 수사 기간이 오래 걸렸다”면서 “거액의 예산이 낭비된 큰 사건이라 수사에 총력을 기울였으나 피고발인들이 민간사업자에 특혜를 주기 위해 업무상 배임을 저질렀다고 입증하긴 어려웠다”고 말했다.
강대한 기자 kdh@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