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금 떼일라’ 부산 임차권 등기명령 신청 급증

안준영 기자 jyoung@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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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1805건… 전년 대비 3배 증가
전국 58% 늘어 1만 7917건 기록
1분기 보증사고 1조 4354억 달해

‘임차권 등기명령’ 신청 건수가 전국적으로 크게 늘어났다. 대구 전세사기피해대책위 등이 8일 국회의사당 앞에서 연 전세사기 희생자 추모 기자회견에서 한 참가자가 눈물을 보이고 있다. 연합뉴스 ‘임차권 등기명령’ 신청 건수가 전국적으로 크게 늘어났다. 대구 전세사기피해대책위 등이 8일 국회의사당 앞에서 연 전세사기 희생자 추모 기자회견에서 한 참가자가 눈물을 보이고 있다. 연합뉴스

속보=전세사기와 역전세난의 여파로 세입자 권리를 지키는 수단인 ‘임차권 등기명령’ 신청 건수가 부산에서 전년 대비 3배 급증했다. 전국적으로 임차권 등기명령 신청 건수는 지난해 역대 최다(부산일보 2월 1일 자 1면 보도)를 기록했는데, 올해는 작년 같은 기간보다 무려 60%나 늘어났다. 이대로면 작년의 전세 피해 규모를 훌쩍 뛰어넘을 전망인데, 빌라 역전세와 전세사기로 인한 피해가 여전히 심각하다는 분석이다.

8일 대법원 등기정보광장에 따르면 올해 1∼4월 전국의 임차권 등기명령 신청 건수(집합건물 기준)는 1만 7917건으로 작년 같은 기간인 1만1339건보다 58% 늘었다. 2년 전인 2022년 1∼4월의 2649건과 비교해서는 무려 6.7배나 많다.

임차권 등기명령은 세입자가 집주인으로부터 전세 보증금을 받을 수 있는 권리(임차권)를 해당 부동산 등기에 기록하는 행위다. 세입자가 보증금을 돌려 받지 못한 채 이사를 하더라도 법원 명령에 따라 대항력과 우선변제권 등을 유지할 수 있게 된다. 임차권 등기명령 신청이 늘고 있다는 것은 그만큼 전세금을 제때 돌려받지 못하는 세입자가 많아지고 있다는 뜻이다. 올해 임차권 등기명령 신청이 가장 많은 곳은 서울(4935건)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40.3% 증가했다.

특히 부산의 임차권 등기명령 신청은 1805건으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3배나 늘었다. 수도권 뿐만 아니라 부산에서도 전세사기가 급증했고, 피해는 현재진행형이라는 뜻으로 풀이할 수 있다.

이 외에는 경기(4765건), 인천(3497건) 등 수도권 내 신청 건수가 많았다. 경기와 인천 건수는 작년 같은 기간보다 각각 47.2%, 34.1% 증가했다. 다가구주택 전세사기가 줄줄이 터진 대전의 임차권 등기명령 신청은 1∼4월 기준 2022년 48건이었으나 지난해 89건, 올해 141건으로 증가했다. 이런 추세라면 올해 연간 임차권 등기명령 신청은 지난해의 역대 최다 기록을 경신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전국 임차권 등기명령 신청 건수는 총 4만 5445건으로, 2010년 대법원이 임차권 등기명령 신청 건수를 공개한 이후 역대 최다이자, 2022년의 3.8배에 달하는 규모였다. 집주인이 전세 보증금을 제때 내어주지 않아 발생한 전세 보증사고 규모도 갈수록 늘고 있다. 보증사고는 지난해 연간 4조 3000억 원 규모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는데, 올해 1분기 터진 사고액이 작년 같은 기간보다 무려 80% 많은 실정이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에 따르면 올해 1∼3월 전세보증금 반환 보증보험 사고액은 1조 4354억 원, 사고 건수는 6593건이다. 올해 1분기 보증사고 규모는 작년 1분기의 7973억 원보다 80% 늘었다. 이런 추세라면 올해 전세보증 사고액 역시 작년 규모를 뛰어넘어 역대 최고치를 경신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사고액은 4조 3347억 원, 사고 건수는 1만 9350건이었다. 세입자 2만 명가량이 집주인으로부터 보증금을 받지 못해 HUG에 대신 돌려 달라고 청구한 것이다. 전세금 반환 요청을 받은 HUG가 작년 한 해 세입자에게 내어준 돈(대위변제액)은 3조 5540억 원이었다.

한편 지난 1일 대구에서는 전세사기 피해자인 30대 여성이 극단적인 선택을 하기도 했다. 이 여성은 전세사기로 세상을 스스로 떠난 8번째 피해자다.

안준영 기자 jyoung@


안준영 기자 jyoung@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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