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김 열풍에 달라진 위상… 바이어가 먼저 찾아온다

이상배 기자 sangbae@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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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 치 김 수입 계약 맺는 ‘김 입찰회’
일본서 열다가 8년 만에 한국서 개최
日 작황 부진에 한국 ‘고급 김’ 인식 덕

한국수산무역협회 관계자가 부산 서구 부산수산가공선진화단지에서 일본 수출용 김을 검사하고 있다. 부산일보DB 한국수산무역협회 관계자가 부산 서구 부산수산가공선진화단지에서 일본 수출용 김을 검사하고 있다. 부산일보DB

일본이 한국산 김을 두고 경매를 벌여 1년 치 수입 계약을 맺는 ‘김 입찰회’가 8년 만에 국내에서 개최된다. 그동안 국내 업체가 수입국인 일본에 찾아가 입찰회를 여는 게 일반적이었지만 올해는 100여 명의 일본 바이어가 한국산 김을 얻기 위해 국내로 몰려온다. 일본 자국 내 김 양식 작황 부진과 ‘K김’의 품질과 위상이 높아진 결과다.

한국수산무역협회는 오는 20일부터 이틀간 서울 서초구 aT센터 제2전시장에서 ‘제30회 대일 한국 김 수출 입찰·상담회’를 개최한다고 8일 밝혔다. 해당 행사는 한국수산무역협회와 일본 김 관련 5개 단체의 공동 주관으로 매년 5월에 열린다. 이 자리에 참석한 일본 업체는 경매 입찰을 통해 한국 업체와 1년 치 김 수입 계약을 맺는다. 일본 정부가 정한 한국 김 수입할당량은 올해 기준 2550만 속(속당 100장)으로, 이중 무려 절반가량인 1290만 속이 이 입찰회에서 거래된다. 입찰회에 참석할 일본 바이어만 100여 명에 이를 전망이다.

한국 김 수출 입찰회가 일본이 아닌 한국에서 열리는 것은 8년 만이다. 고객 입장인 일본 측 편의를 위해 일본 현지에서 입찰회가 열리고, 국내 업체는 김을 하나라도 더 팔기 위해 기꺼이 바다를 건너는 게 당연한 일이었지만 상황이 완전히 뒤바뀐 것이다. 실제로 2011년부터 지난해까지 13년 동안 한국에서 대면 입찰회가 열린 건 2016년 단 한 차례뿐이다.

일본에서 한국산 김을 사러 오는 것은 일본 자국 내 김 작황 부진과 K김의 위상 상승 때문이다. 세계적으로 김을 생산하는 국가는 한국·중국·일본 정도인데 중국과 일본 모두 올해 김 양식 생산량이 낮았다. 반면 한국은 지난해보다 6% 넘게 생산량이 상승했다. 여기에 ‘고급 김’의 대명사처럼 여겨지던 일본 김 못지않게 한국 김이 꾸준히 품질을 높이며 경쟁력을 키워온 것도 영향을 미쳤다. 한국수산무역협회 관계자는 “한국 김의 국제 수요가 높아짐에 따라, 올해 김 입찰회는 국내에서 열 것을 일본 측에 제안해 성사됐다”고 말했다.

올해 입찰회의 유통 규모는 역대 최대가 될 전망이다. 한국수산무역협회에 따르면 올해 입찰회에서 마른김 625만 속, 조미김(무당 조미김·김 조제품) 665만 속 등 총 1290만 속으로 예상된다. 지난해는 총 1140만 속을 수출 계약해 1050억 원의 매출을 올렸다. 1년 사이 김값이 가파르게 상승한 점을 고려하면 이번 입찰회의 매출이 역대 최고를 찍을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한국 김이 역대급 수출 실적을 올릴 예정임에도 업계는 차분한 분위기다. 최근 국내 김값 급등의 주요 원인으로 ‘해외 수요’가 지목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국 김이 뛰어난 품질로 국제 경쟁력을 가진 만큼 수출 억제보다는 생산성 향상을 꾀해야 한다는 시각도 적지 않다. 부산 가공업체 관계자는 “양식장 확대와 우수 품종 개발 등으로 수출과 물가를 모두 잡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상배 기자 sangbae@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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