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몰하는 ‘헬조선’에서 다 같이 살아남는 법

김종열 기자 bell10@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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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살하는 대한민국 / 김현성

‘인구절벽’ 원인을 경제구조로 분석
고물가·저임금에 국가 소멸 위기
재정 확대해 고비용 구조 해소해야

<자살하는 대한민국> 표지. <자살하는 대한민국> 표지.

책 표제부터가 논쟁적이다. <자살하는 대한민국>. 공포 마케팅이라면 성공이다. 이달 초 출간해 1주일 만에 2쇄 증쇄에 들어갔다. 나 역시 제목에 끌려 책을 집어들었다. 그러나 지난해 기준 ‘합계출산율 0.72명’이라는 충격적인 수치와 이러한 현상을 불러온 우리 사회의 구조적 배경을 생각해보면, “대한민국은 소멸하고 있다”는 저자의 주장을 단순한 공포 마케팅이나 진부한 망국론 정도로 치부하기는 어렵다.

왜 대한민국은 소멸 위기에 놓였나. 가장 큰 이유는 ‘돈’이다. 한국은 세계 10위권 경제대국일지 몰라도 한국인은 가난하다. 왜 그러한가. 우선 물가가 너무 비싸다. 게다가 한국의 사교육비도 비싼 물가만큼이나 부담스러운 부분이다. 고등학생 한 명을 키우는데 가구 소득의 약 30%를 사교육비로 지출한다. 거기에 더해 수도권 집중 현상도 주거·생활 비용을 높이는 큰 요인 중 하나다.

이처럼 돈 들어갈 곳은 많은 반면 대체로 돈을 많이 벌지는 못한다. 한국은 노동생산성이 매우 낮은 나라다. 생산성은 ‘생산 과정에서 만들어내는 부가가치의 크기’이다. 그런데 이 ‘크기’는 해당 사회에서 얼마만큼 그 가치를 인정하냐에 따라 달라진다. 한국의 노동생산성이 낮다는 것은 ‘한국인들의 업무 효율이 낮다’는 의미가 아니라(혹 그런 측면이 있을 수도 있지만), ‘한국인들이 하는 일의 가치가 한국 사회에서 제대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는 의미이다. 이는 고스란히 한국의 저임금 현상으로 연결된다. 일부 대기업의 높은 임금이 평균값을 올려 착시현상을 일으키지만, 고용의 70%를 차지하는 서비스업은 △높은 자영업률로 인한 영세성 △작은 내수시장에만 의존한 과다경쟁 등으로 고질적인 저임금에 발 묶여 있다.

사람답게 살기 위해선, ‘수도권에 거주하며 대기업 등에 종사하는 소수의 경제 활동 인구 집단’에 속해야 한다. 해당 집단으로 진입하기 위해 ‘대학 입시’라는 한국 특유의 경쟁 시스템을 거친다. 때문에 다시 사교육비는 올라간다. 더욱 가난해진다. 정교하게 짜여진 톱니바퀴들이 맞물려 작동하는 ‘헬조선’이다. 공공부문의 만성적 적자나 노인 문제 등도 여러 톱니바퀴 중 하나이다.

그럼 우리는 이대로 한국의 소멸을 무기력하게 지켜봐야 하는가. 돌파구는 있다. 저자는 정부가 국채를 적극 발행해 재원을 마련하고, 이를 활용해 한국인을 짓누르는 고비용 구조를 해소해야 한다고 말한다. “결국 또 재정 확대냐, 미래 세대에 경제적 짐을 지우는 비겁한 행위”라는 비판에 대해 저자는 ‘충격적 출산율을 고려할 때 현 기조를 유지하다간 현 수준의 부채를 감당할 미래 세대조차 남아있지 않을 것’이라고 반박한다. 또한 “국가채무 때문에 나라 망한다”는 걱정은 사실상 선동에 가깝다고 주장한다. 국가채무의 약 40%가 외환보유고 형태로 된 일종의 ‘예금’이고, 외국인의 한국 국고채 보유 비중이 20%에 불과하다는 게 그 근거이다. 외국인이 당장 내일 한국 국채를 모두 팔아도, 한국의 외환보유액은 이같은 충격을 두 번은 버틸 수 있다는 뜻이다.

이와 함께 개인도 잉여 자본을 코인 등 비합리적 투자가 아닌 국채 매입에 사용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모두가 아프지만 아무도 치료비를 내지 않으려는’ 현 상황에서 시민들도 ‘치료비 지불’에 동참해야 한다는 의미다.

마냥 비관적일 것 같던 책이 오히려 후반부에 힘을 내 희망을 이야기해줘 다행이다. 여전히 해법에 동의하지 않은 분들도 있겠지만 위기인 것만큼은 부정하기 어렵다. 위기를 깨닫는 것부터가 시작이다. 그 시작에 이 책이 조금은 도움이 될 듯 하다. 김현성 지음/사이드웨이/344쪽/1만 9000원.


김종열 기자 bell10@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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