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진쇼+빅이닝’ 깨어나는 거인…롯데 ‘상승 기운’ 탔다
8일 한화전 완승, 시즌 첫 4연승 질주
반즈 13K 팀 신기록, 퍼펙트급 활약
중심타선 전준우·고승민도 연일 맹타
홈 기세 몰아 10일부터 LG와 3연전
길고 길었던 ‘부진 탈출’이 시작된 걸까. 프로야구 롯데 자이언츠가 시즌 첫 4연승을 달리며 뒤늦은 봄의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차갑게 식었던 방망이가 살아날 조짐이고, 선발 투수도 제 몫을 해주면서 본격적인 반등의 분위기가 감돈다.
앞서 8일 한화 이글스와 홈 경기는 롯데의 최근 좋은 흐름을 단적으로 보여줬다. 선발과 계투진이 완벽투로 상대 타선을 틀어막았고, 타자들은 득점 기회를 놓치지 않고 빅이닝을 완성했다.
먼저 선발투수 찰리 반즈가 모처럼 ‘좌승사자’의 위력을 보여준 게 눈에 띈다. 이날 7과 3분의 1이닝 3피안타 1실점으로 팀의 6-1 완승을 이끌었다. 특히, 7회 1사까지 ‘노히트 노런’으로 위력적인 투구를 선보였다. 2회 스트라이크 낫아웃 출루만 아니었다면 사실상 7회초까지 ‘퍼펙트 게임’을 펼쳤다. 한화 3번타자 페라자에게 좌전안타를 맞으며 아깝게 ‘노히트 노런’을 놓쳤지만 흔들리지 않고 후속타자 노시환과 채은성을 삼진으로 돌려세웠다.
이날 반즈는 탈삼진을 13개나 솎아내며 역대 롯데 외국인투수 최다 탈삼진 기록도 새로 썼다. 이전 최다 탈삼진은 12개로 2016년 린드블럼, 2019년 레일리, 그리고 2020·2021년 스트레일리가 한 차례씩 기록했다.
이날 반즈는 메이저리거 시절 자신의 롤모델인 상대 선발 류현진(5이닝 5실점)과 맞대결에서 ‘판정승’을 거둬 의미를 더했다. 시즌 2승째를 따낸 반즈는 “2019년에 류현진과 내가 비슷하다고 생각해 영상과 자료를 굉장히 많이 보며 배우려고 노력했다”고 회고하며 “류현진과 상대를 할 수 있어서 너무 영광스러운 자리였다. 롯데 외국인선수로 최다 탈삼진 기록을 세운 것도 굉장히 영광스럽다”고 소감을 밝혔다.
롯데는 이날 ‘돌아온 코리안 몬스터’ 류현진을 상대로 1회 손쉽게 선취점을 뽑았지만 이후 경기는 투수전 양상을 보였다. 그러다 5회말 모처럼 득점권 출루에 성공하자 롯데 타선은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이주찬·박승욱의 연속안타로 만든 1사 2, 3루에서 윤동희의 중견수 희생플라이로 추가점을 올렸다. 이어 2사 상황에서 타선의 응집력이 폭발했다. 고승민의 2루타, 레이예스의 중전안타, 전준우의 우중간 3루타가 연이어 터지며 3점을 더 보태 ‘빅이닝’을 완성했다.
이날 경기를 포함해 최근 롯데 타선은 고승민과 전준우의 활약이 돋보인다. 고승민은 1군 콜업 이후 지난달 26일부터 8경기 26타수 14안타(타율 0.538)의 불방망이를 휘두르며 시즌 타율을 0.339까지 끌어올렸다. 이 기간 한 경기를 빼고 모두 안타를 쳤고, 멀티 안타도 5경기나 된다. 타점 역시 7개나 쌓으며 찬스에서 강한 면모를 보였다.
4번타자 전준우도 클린업 트리오의 중심을 확실하게 잡아주고 있다. 지난달 27일 3안타 경기를 시작으로 8경기 연속 안타를 뽑아내며 9개 타점을 기록했다.
손호영·윤성빈·정훈 등 팀의 주축 선수들이 부상에 시달리는 가운데 롯데 김태형 감독은 ‘타선 완전체’를 반등 조건으로 삼았지만, 이미 거인은 깨어나는 분위기다. 김 감독은 “타자들이 집중력을 발휘해줘 좋은 타이밍에 다 득점할 수 있었고, 무엇보다 야수들이 전반적으로 좋은 수비를 해줘 경기를 쉽게 풀어갈 수 있었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한편 홈에서 상승 기운을 타고 있는 롯데는 연이어 안방에서 10일부터 LG 트윈스와 시즌 4~6차전을 치른다. 올 시즌 2번째 ‘부산동백시리즈’로 열리는 이번 주말 3연전을 통해 중위권 도약을 위한 승수 쌓기에 본격적으로 나선다.
이대진 기자 djrhee@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