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서부경남, 항공·방산 등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전환해야” 허성두 진주상공회의소 회장
정부의 산업재편 지원 사업 활용
지자체와 협업 혁신적 규제 개선
나눔·봉사·기업가정신 체계화 앞장
“우여곡절 끝에 진주상의 회장이 됐습니다. 마지막 봉사를 할 자리에 섰다고 생각합니다. 앞으로 나눔과 봉사, 기업가정신을 체계화하는 데 앞장서겠습니다.”
허성두 진주상공회의소 신임 회장의 취임 일성이다. 누구보다 기업 운영에 진심이고 사회공헌에 열정적인 허 회장은 앞으로 기업과 지역이 상생하는 환경을 만들어 가길 바란다. 진주상의 회장을 맡은 것도 자신의 신념을 관철시키기 위해서다.
허 회장 뿐만 아니라 대다수 기업인은 요즘을 ‘기업 운영하기 참 힘든 시기’라고 말한다. 서부경남 사정은 더욱 심각하다. 진주상공회의소는 진주시를 비롯해 산청·함양·거창·합천군 등 5개 지자체 650여 회원사를 관할하고 있다. 회원사 절반 정도가 실크, 농기계부품, 자동차부품, 제지 등을 생산하는 제조업이고 나머지를 건설업, 운수업, 도소매업 등이 차지하고 있다. 제조업 비중이 상당히 높은데, 산업구조가 낙후되고 인력도 크게 부족해 지역경제 전반에 먹구름이 끼어있는 상태다.
허 회장이 처음 사업을 시작했을 때도 기업들이 내일 파산을 걱정할 정도로 힘들었다. 경남 김해 출신인 허 회장은 1998년 진주에서 건축용 단열재를 생산하는 진양화학 주식회사를 설립했다. 20대 젊은 나이에 타지에서 사업을 시작하는 것도 어려운데 IMF까지 겹치며 그야말로 ‘악전고투’를 이어왔다.
어려웠던 시기를 이겨낼 수 있었던 건 노력과 기술혁신 덕분이다. 허 회장은 2015년 정부 에너지 절약 정책에 발맞춰 고효율 친환경 건축단열재인 ‘경질우레탄 보드 생산을 위한 특허’를 취득했고 최신 설비를 갖춰 생산에 들어갔다. 2020년에는 경기도 이천 물류센터 화재 사건을 계기로 정부가 ‘심재준불연 단열재’ 기술 개발을 제의했는데 역시 특허를 취득해 생산 중이다.
허 회장은 자신의 노하우를 지역 상공인들과 공유하길 바라고 있다. 지역 주력산업인 농기계·중장비·내연기관 자동차 부품산업을 항공·방산 등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전환하거나 다각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허 회장은 “정부에서 시행하는 산업재편에 대한 지원 사업을 활용하고 지자체와 함께 지역 차원의 지원도 발굴할 생각이다. 지역 생산 제품, 지역 건설공사 등 지역 기업의 생산 활동이 우리 지역에서 낙수효과를 볼 수 있도록 노력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그렇다고 눈 앞에 위기만 있는 것도 아니다. 서부경남은 앞으로 우주항공청과 남부내륙철도, 혁신도시 시즌2 등 지역의 미래를 바꿀 핵심 인프라 사업이 잇따라 펼쳐진다. 기회만 잘 살리면 지역 산업구조 전반을 개선할 수 있다. 지역 기업들의 컨트롤타워로서 상공회의소의 역할이 막중한 만큼 허 회장의 어깨는 무거울 수밖에 없다.
허 회장은 “지방시대 선점을 위한 인프라를 빨리 갖춰야 합니다. 그래야 앵커기업을 유치 할 수 있고, 기존 지역기업들의 경영활동도 숨통이 트일 겁니다. 이를 위해 혁신적인 규제개선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지자체를 비롯해 국회, 도·시의회와 유관기관 등 필요한 모든 채널을 통해 소통하고 협업해 갈 겁니다”고 설명했다.
허 회장은 기업 성장과 이윤 추구만을 바라고 있지 않다. 실제 허 회장은 30년 가까이 공헌사업을 이어왔고 이를 기업의 ‘의무’로 받아들였다. 기업이 경영활동으로 수익을 내고 다시 지역에 환원을 해야 경제순환이 된다고 믿는다. 허 회장은 진주의 세 번째 아너소사이어티 회원이기도 하다. 허 회장은 임기 동안 나눔과 봉사, 기업가정신을 체계화해 나갈 계획이다.
허 회장은 “개인적으로 ‘수의에는 호주머니가 없다’는 신념이 있는데 ‘왼손이 하는 일을 오른손이 모르게 하라’는 말처럼 사회공헌을 열심히 했다”며 “기업의 사회적 책임과 사회공헌에 대해 더 고민하고 더 겸손하게 살아가도록 꾸준히 성찰할 생각이다”고 말했다.
김현우 기자 khw82@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