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라파 공격 땐 무기 지원 중단”… 이스라엘 “매우 실망”

이은철 기자 euncheol@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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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YT “바이든 가장 직설적 위협”
네타냐후로 인한 양국 균열에
전례 없는 불만 표시란 분석
미국 공화당 일각 반대 목소리

이스라엘군 장갑차들이 8일(현지시간) 가자지구 남부의 마지막 피난처 라파로 통하는 케렘 샬롬 검문소 일대에 배치돼 있다. 신화연합뉴스 이스라엘군 장갑차들이 8일(현지시간) 가자지구 남부의 마지막 피난처 라파로 통하는 케렘 샬롬 검문소 일대에 배치돼 있다. 신화연합뉴스

이스라엘이 가자지구 최남단 라파를 전면 공격할 경우 무기 지원을 중단하겠다고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8일(현지시간) 경고하면서 가자전쟁이 새로운 국면을 맞이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다만 이스라엘이 “실망스럽다”고 밝히면서 당장은 전황에 큰 변화가 없을 전망이다.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바이든 대통령이 “미국의 군사지원을 유보하겠다고 위협한 것은 처음”이라며 “이는 7개월간의 전쟁 중 그가 내놓은 가장 직설적인 위협”이라고 평가했다.

NYT는 그간 라파 공격을 만류해온 바이든 대통령이 자신이 무시되고 있다는 좌절감 속에 폭탄 공급 중단이라는 “보다 극적인 방법”을 선택했다고 짚었다.

바이든 대통령의 이번 결정은 인내심에 한계가 있다는 강력한 신호를 전달하기 위한 것이라는 게 NYT의 진단이다.

이스라엘에 대한 미국의 지원이 여전히 철통과 같다는 입장을 고수하면서도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 전쟁 발발 후 처음으로 이스라엘의 주요 무기 공급국으로서 불만을 내보이기 위해 자신의 권한을 사용하길 택했다고 NYT는 분석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것은 바이든 대통령이 원치 않았던 결정”이자 “전례 없는 불만의 표시”라고 짚었고 영국 BBC 방송도 “이스라엘에 대한 역대 가장 강한 경고”라고 전했다.

바이든 대통령과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이스라엘의 군사작전 등을 두고 불협화음을 내왔다.

미국 정부는 그간 비공개 조언에서 공개 경고로 전환, 이스라엘 관련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안에 대한 거부권 미행사, 요르단강 서안의 이스라엘 정착촌에 대한 제재 등으로 이스라엘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여왔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달 네타냐후 총리와 통화를 하고 각국에서 보낸 구호품이 실린 트럭의 가자지구 진입을 가로막는다면 이스라엘에 대한 미국의 지원을 줄이겠다고 경고했다.

미국 정부는 지난주 이스라엘로 향할 예정이었던 2000파운드(약 900kg) 항공폭탄 1800개와 500파운드(약 225kg) 항공폭탄 1700여 개의 선적을 일시 중단하기도 했다.

하지만 미국의 만류에도 이스라엘이 지난 7일 전차 등을 동원해 라파 국경검문소를 장악하는 등 지상전 돌입 수순에 들어가면서 양국의 균열이 한층 심화됐다.

미 싱크탱크 카네기국제평화재단의 애런 데이비드 밀러 선임연구원은 양국 간 입장 차가 미국 정부 내부에서 ‘엄청난 분노’를 불러일으켰다고 전했다.

척 프라이리히 전 이스라엘 국가안보보좌관은 NYT 인터뷰에서 “바이든 측이 억눌러 왔던 불만이 결국 터져 나왔다”면서 “미국 정부는 이스라엘에 대한 매우 강력한 지원과 국내적 압력 사이에서 줄타기를 해 왔다”고 말했다.

이스라엘은 미국의 무기 선적 보류 조치에 깊은 좌절감을 나타낸 것으로 전해졌다.

바이든 대통령의 이번 경고가 가자 주민들의 ‘마지막 피란처’ 라파를 겨냥한 이스라엘의 총 끝을 돌려세울 지는 불분명하다. 하마스에 대한 중요한 압박수단 중 하나를 잃게 되는데다 더 나아가 네타냐후 총리가 이끄는 극우 연정의 생존과도 직결된 문제여서다.

실제로 이스라엘은 이날 바이든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실망스럽다는 반응을 내놨다. 9일 현지 언론 타임스오브이스라엘에 따르면 길라드 에르단 유엔 주재 이스라엘 대사는 바이든 대통령의 발언과 관련, 이스라엘 공영 칸 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우리가 전쟁 시작부터 고마워해 온 대통령으로부터 듣기에 힘들고도 매우 실망스러운 발언”이라고 말했다.

바이든 대통령의 이번 결정은 미국 입장에서도 위험성이 클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영국 BBC 방송은 “이스라엘이 또다시 동맹국의 언행을 무시할 수 있다”면서 “이는 세계에서 미국의 영향력이 감소하고 있음을 매우 공개적으로 보여주는 것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미국 정치권 일각에선 공화당의 마이크 존슨 하원의장과 미치 매코널 상원 원내대표가 바이든 대통령에게 이스라엘에 대한 무기 제공을 멈춰선 안 된다는 서한을 보내는 등 이번 결정에 대한 반대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린지 그레이엄 공화당 상원의원(사우스캐롤라이나)은 “이스라엘이 필요하다는 무기를 주지 않는다는 결정이 하마스와 (배후의) 이란에 더욱 밀어붙이라는 신호를 줄 것이란 점이 우려되지 않느냐”고 말했다.


이은철 기자 euncheol@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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