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물썰물] 복권 호황 시대

임광명 논설위원 kmyim@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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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일 제1118회 로또 복권 추첨에서 1등 당첨자가 19명이 나왔다. 1등 당첨자 19명쯤이야 이젠 흔한 일이 됐는데, 기이한 건 당첨번호였다. ‘11, 13, 14, 15, 16, 45’가 1등 당첨번호로 뽑힌 것이다. ‘13, 14, 15, 16’이라는 숫자가 연달아 나온 것을 보고 사람들은 놀랐다. 연속번호 당첨은 지난달 20일 1116회 추첨에서도 발생했다. 그때 1등 번호는 ‘15, 16, 17, 25, 30, 31’이었다. 한동안 잠잠하던 로또 관련 조작설 또는 음모설이 다시 불거지게도 됐다.

복권 당첨번호 조작은 현실에서 불가능하다는 게 정부의 공식 입장이다. 1등 번호가 ‘1, 2, 3, 4, 5, 6’처럼 6개 전체가 연속돼도 통계적으로 발생 가능하다는 것이다. 미국에선 수개월 동안 안 나오는 1등 당첨자가 우리나라에선 매주 수십 명이 나오는 것도 당첨 확률이 우리나라가 미국보다 40배나 높기 때문이란다. 이런 경우는 다른 나라에서도 보이는데, 영국에선 4082명, 필리핀에선 433명, 일본에선 167명, 독일에선 137명이 1등에 당첨된 사례도 있다고 한다. 정부의 공식 해명이니 믿지 않을 이유는 없겠다.

그래서인지 근래 복권 사는 사람이 엄청 늘었다는 소식이다. 이는 복권 판매액에서 확인되는데, 복권 수탁사업자인 동행복권에 따르면 지난해 역대 최대인 6조 7507억 원을 기록했다. 2018년(4조 3848억 원)과 비교하면 5년 새 54%나 늘어난 금액이자, 정부의 당초 예측치인 6조 7429억 원을 넘어선 것이다. 올해에도 판매 예상액(7조 2918억 원)을 초과할 것이 확실해 보인다. 이런 추세에 따라 정부는 내년 복권 판매 예상액을 지난해보다 1조 원 가까이 늘어난 7조 6879억 원으로 산정했다. 이 불황의 시기에 복권 판매만 호황을 누리는 듯하다.

이렇게 복권이 많이 팔리는 현상에 대해 고물가 등으로 허리 휘는 서민들의 반발심리가 작용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아닌 게 아니라 보통의 직장인으로선 월급만으로는 살 수 없는 요즘 아닌가. 김밥 한 줄 사 먹기도 부담이 돼 복권 당첨의 환상을 더 키울 수밖에 없는 형편인 사람들이 일종의 한풀이를 한다는 이야기다. 최근 미국 로또 1등에 당첨돼 우리 돈으로 1조 8000억 원을 받은 라오스 출신 미국 이민자가 암 환자라는 사실이 알려졌다. “암에 걸리더라도 그런 돈 한 번 만져 봤으면 좋겠다”는 푸념이 새삼스럽지만은 않은 게 지금 세태다. 서글프다.

임광명 논설위원 kmyim@


임광명 논설위원 kmyim@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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