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대통령 고개 숙였으나 국민 기대 못 미친 기자회견
부인 명품가방 사과, 사뭇 달라진 모습
야당 협치 통해 국정 기조 대폭 바꿔야
윤석열 대통령은 9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윤석열 정부 2년 국민보고 및 기자회견’을 열어 향후 국정 운영 방향과 민감한 문제를 포함한 각종 국정 현안에 대해 견해를 밝혔다. 이번 기자회견은 4·10 총선에서 국민의힘이 참패한 이후에 열려 주목을 받았다. 윤 대통령은 대국민 메시지에서 “저와 정부부터 바꾸겠다” “어떤 질책과 꾸짖음도 겸허한 마음으로 더 깊이 새겨듣겠다” “부족했다”는 표현으로 몸을 한껏 낮췄다. 또한, 부인 김건희 여사의 명품 가방 수수 의혹과 관련해 “아내의 현명하지 못한 처신으로 국민께 걱정 끼친 부분에 대해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지난 KBS 대담에서 국민을 실망시킨 “아쉽다”는 답변과는 사뭇 달라진 모습으로 여겨진다. 어떤 정치인과도 선을 긋지 않고 만나고 협치하겠다고 밝힌 점도 의미가 있다.
정치권과 국민 사이에서는 이번 기자회견에 대한 평가가 극과 극으로 나뉘고 있다. 국민의힘은 전반적으로 솔직하고 진솔한 회견으로 평가했다. 하지만 당 내부에서도 의견이 엇갈렸다. 유승민 전 의원은 “진심으로 반성·성찰하고, 남은 3년의 임기를 국민을 위해 무엇을 하겠다는 것이 없었다”라고 혹평했다. 게다가 윤 대통령이 채상병 순직 사건과 김건희 여사 특검에 대해서 “정치 공세”라면서 반대 및 거부권 행사를 시사한 것은 상당한 정치적 파장이 우려된다. 거대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 “국정 기조 쇄신을 바랐던 국민의 기대를 철저히 저버렸다”라면서 특검 강행 의사를 밝혔기 때문이다. 국민의 기대에 못 미친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향후 국정 운영 방향을 밝히고, 기자들의 질문을 들은 점은 긍정적이다. 인구 감소로 지방소멸에 이어 국가소멸까지 거론되는 상황에서 ‘저출생대응기획부’를 부총리 산하로 신설하는 등 해법을 제시한 것은 시의적절한 조치로 평가된다. 무엇보다 21대 국회 회기 내에 산업은행 완전 이전 법 통과를 갈망하는 부산으로서는 “공공기관 이전이 각 지역의 경제 활동을 원활히 할 수 있도록 지역 산업 특성에 맞춰서 빠른 시일 내에 추진할 것”이라는 윤 대통령의 이번 기자회견 약속이 조속히 실행되기를 촉구한다.
대통령은 이날 ‘야당과 협치’ ‘국회 협조’를 여러 차례 밝혔다. 지난 2년간 ‘산업은행 부산 이전’ ‘부산글로벌허브도시’ 등 대통령의 약속 어느 것 하나도 야당의 협조 없이는 빈말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국민 모두가 절감했다. 협치를 위해서는 야당을 국정의 파트너로 인정하는 자세가 선결되어야 한다. ‘마이웨이’와 ‘불통’으로 일관해 야당과 협조에 실패한다면, 식물정부로 전락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국민은 민생을 위해 애쓰는 대통령, 국민의 질문을 경청하는 대통령, 야당과 협치해 약속을 실천하는 대통령을 보고 싶을 뿐이다. 첫술에 배부를 수는 없다. 이번 기자회견을 계기로 향후 3년간 민생 안정과 경제 회복, 국민 소통에 만전을 기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