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칙 개정안 부결, 전국 국립대로 확산 기미

조영미 기자 mia3@busan.com , 김한수 기자 hangang@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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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대 이어 제주대·강원대 무산
다른 의대도 비슷한 절차 밟을 듯
교육부 강경 입장 속 진통 불가피

지난 7일 부산대 대학본부에서 의과대학생과 교수들이 피켓 시위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7일 부산대 대학본부에서 의과대학생과 교수들이 피켓 시위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부산대 교무회의에서 의대 정원 증원을 위한 학칙 개정안이 부결된 이후, 제주대와 강원대도 내부 심의기구에서 학칙 개정안을 부결했다. 부산대가 쏘아 올린 학칙 개정 부결이 전국 국립대로 확산되는 모양새다.

9일 교육부와 의료계에 따르면 지난 7일 부산대 교무회의에서 학칙 개정이 부결된 이후, 8일 제주대 교수평의회와 대학평의원회는 의대 정원 증원을 반영한 학칙 개정안을 부결했다. 강원대 대학평의원회도 8일 대학평의원회가 대학본부에 상정한 의대 증원을 위한 학칙 개정 안건을 철회했다. 다른 국립대 의대도 사정은 다르지 않다. 충북대는 오는 14일, 전북대는 오는 29일, 경북대는 이달 말 교무회의나 대학평의원회가 열린다. 경상국립대 역시 오는 21일 학무회의, 22일 교수대위원회, 29일 대학평의원회를 거쳐야 학칙 개정이 마무리된다. 하지만 부산대·제주대·강원대와 비슷한 분위기인 만큼 학칙 개정에는 진통이 예상된다.

교육부는 지난 8일 긴급 브리핑까지 열며 진화에 나섰다. 법적으로는 학칙 개정의 최종 결정 권한이 총장에게 있다. 고등교육법은 의료 인력 양성과 관련되는 모집 단위별 정원은 교육부 장관이 정하는 사항을 따라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교육부는 당혹스러운 분위기지만, 정해진 정원 증원분을 반영해 절차를 밟아야 한다는 입장만은 강경하다. 교육부는 각 대학이 의대 정원 증원을 확정하지 않을 경우 정원 감축이나 학과 폐지, 학생 모집 정지 같은 강제 수단을 동원할 수 있다.

일각에서는 국립대 의대를 중심으로 학칙 개정 부결이 확산하는 이유로 이들 대학의 의대 정원 증원 폭이 크다는 점을 꼽았다. 실제 정부는 지역 필수의료 확충을 위해 거점 국립대 의대의 정원을 사립대에 비해 대폭 늘렸다. 국립대 총장은 선출직인 만큼 한계가 명확해 학내 구성원이 좀 더 쉽게 목소리를 낼 수 있는 분위기도 한몫한다.

한편, 부산대를 비롯해 전국 9개 거점 국립대 교수회인 거점국립대학교수회연합회(거국련)는 ‘제대로 된 의료개혁을 요구한다’는 제목의 시국선언을 발표했다. 거국련은 “의료계의 전문성과 대학의 자율성을 존중하는 제대로 된 의료개혁을 통해 국민의 불안과 불편이 하루빨리 해소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정부에 대한 법원의 요구로 정책의 무모한 추진이 밝혀졌음에도 정부는 합법적인 의사 결정조차 무시하면서 각 대학에 전방위적인 압력을 행사하고 있어 개탄을 금치 못한다”고 지적했다.


조영미 기자 mia3@busan.com , 김한수 기자 hangang@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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