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복도로 고도제한 50년 만에 해제되나?
1972년부터 8.9km 구간 높이 제한
조망권·문화재 보호 지구별로 규제
주택 노후화·빈집 증가 등 슬럼화
북항재개발 조망권 보호 취지 퇴색
시, 종합적 검토 후 선별 해제 방침
도시 난개발 등 부작용 우려 목소리
부산시가 변화된 도시 여건에 맞춰 장기 도시계획 규제에 대한 대대적인 칼질을 예고하고 나서면서, 원도심 발전 저해 논란을 촉발해 왔던 산복도로 일대 고도제한이 50여 년 만에 풀릴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부산 중구, 동구, 서구 등을 에워싸고 있는 산복도로는 부산의 역사성과 정체성을 간직한 관광자원으로서 무한한 잠재력을 가졌지만, 오랜 기간 규제에 따른 주거환경 악화와 주민 유출로 일대의 급속한 슬럼화를 초래하기도 했다.
9일 부산시와 원도심 지자체 등에 따르면 1972년 지정된 부산도시관리계획에 따라 동구 범천로에서 서구 서대신 교차로까지 8.9km에 이르는 산복도로 구간은 건축물 최고 높이가 제한돼 왔다. 바다 조망권과 도시 미관을 확보한다는 이유에서다. 동구 수정1·2·3, 중구 영주, 서구 동대신 부민 서대신 남부민지구 등 산복도로 노면 아래 8개 지구 5.3km는 도로(망양로) 노면보다 높게 건물을 지을 수 없다. 산복도로 위에서는 구간마다 10~30m 높이까지만 건물을 지을 수 있다.
또 영도 고신대, 서구 보수·시민아파트, 동구 좌천아파트, 부산진성 등 역사 문화환경보전지역 주변을 중심으로 한 23개 지구는 도시 조망권과 문화재 보호 등을 위해 1975년부터 지구별로 건축물 최고 높이를 규제하는 고도지구로 지정돼 있다.
부산시는 그간 사유재산권 침해를 풀어 달라는 지역 주민 등의 건의를 수용해 보수·시민아파트 등에 한해 제한적으로 높이 규제를 완화하기도 했지만, 큰 틀에서는 이 같은 고도 규제가 유지돼 왔다. 하지만 최근 몇 년 새 원도심 일대에 고층 건축물들이 우후죽순 들어서고, 북항 재개발이 본격화하면서 원도심 지자체들을 중심으로 ‘해묵은 규제’를 풀어 달라는 요구가 끊임없이 제기됐다.
북항 재개발과 원도심 정비 등으로 2021년 북항에 61층짜리 초고층 레지던스가 들어서는 등 고층건물들도 병풍처럼 늘어섰다. 이런 점에서 바다 조망권 보호라는 고도제한의 당초 취지도 퇴색됐다는 것이다.
재개발·재건축 등 산복도로 내 도시정비 사업이 규제에 묶여 제약을 받으면서 주택 노후화와 빈집 증가 등 이 일대의 도시 슬럼화도 가속화하고 있다. 인구 소멸 위기에 처한 원도심으로서는 고도제한이 원도심 부활을 저해하는 주요인으로 작용한다고 판단한다.
부산 원도심 4개구(중 동 서 영도)와 부산진구 등 5개구는 지난해 ‘원도심 산복도로 협의체’를 발족하고, 부산시에 건축규제 해제를 요청하는 등 공동 대응해 왔다. 이들은 지자체별로 ‘산복도로 고도제한 완화 용역’을 진행하고, 현재의 고도 규제를 전면 재검토해 달라고 요구해 왔다. 김진홍 동구청장은 “북항 재개발과 함께 고층건물이 올라가면서 조망권은 이미 많이 훼손됐다. 구 자체 용역 결과 동구 산복도로 고도지구 전체가 조망권 기능을 상실했다는 결과가 나왔다”고 말했다.
시는 지역 주민, 지자체 요구와 도시경관 변화, 해안 조망권 확보라는 당초 지정 목적 훼손 여부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선별적으로 고도제한을 풀겠다는 방침이다.
임원섭 시 도시계획국장은 “경관 시뮬레이션 등을 실시해 망양로에서 조망하는 북항 경관이 고층 아파트 등으로 막힌 구간에 대해서는 고도제한을 풀거나 완화하고, 경관이 양호한 지역은 규제를 이어가는 등 구간별로 규제 해제 여부를 검토하겠다”며 “여러 요인을 종합 검토해 도시관리계획을 재정비, 결과를 오는 7월 주민들에게 열람 공고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시의 이 같은 원도심 규제 해제가 도시 난개발을 부추기고, 고층 아파트 일변도 개발로 원주민들을 내쫓는 상황을 초래할 수도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박태우 기자 wideneye@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