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대 가리는 고층 아파트 건물 위치만 바꿔 승인 추진
아이에스동서, 남구청에 신청 예정
3개 동 중 2개 동 배치 순서만 변경
높낮이 변동 10m 수준 조망 힘들어
천혜의 자연환경을 자랑하는 부산 이기대를 사실상 완전히 가리는 고층 아파트 건립을 추진해 논란(부산일보 4월 8일 자 11면 등 보도)에 휩싸인 아이에스동서(주)가 기존 계획에서 ‘눈 가리고 아웅’ 식으로 건물 두 개 동 위치만 바꾼 새 사업계획으로 곧 관할 구청 승인 절차를 밟을 것으로 보인다.
아이에스동서는 남구 용호동 973 일원 고층 아파트 신축과 관련해 곧 부산 남구청에 사업계획승인을 신청할 계획이라고 9일 밝혔다. 지난 2월 부산시 주택사업 공동심의원회 심의 절차를 거친 후 이번에 처음으로 남구청에 사업계획승인 절차를 밟는 것이다.
사업계획승인은 30세대 이상의 공동주택을 건립하려 하는 사업자가 받아야 하는 행정 절차다. 공동주택과 부대시설 배치도, 사업계획서 등 주요 서류를 관할 기초 지자체 등 사업계획승인권자에게 제출해야 한다.
아이에스동서는 단순히 건물 두 동 위치만 바꾼 새 사업계획을 마련한 것으로 확인됐다. 기존 계획에는 용호부두를 기준으로 31층, 30층, 29층 등 3개 동이 나란히 배치됐으나 새 계획에서는 29층, 30층, 31층으로 배치 순서만 바뀌었다. 위치 조정으로 용호부두 쪽에 가장 가까운 건물 높이만 낮아졌을 뿐 전혀 변화가 없다.
29층 건물이 들어서더라도 높낮이 변동은 10m 수준에 불과하다. 세대 수도 그대로다. 인근 아파트 단지 등에서 이기대를 거의 조망할 수 없는 상황도 여전하다.
지역 건설업계에서는 부산시 권고가 제대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부산시 주택사업 공동심의위원회는 지난 2월 ‘부지 내 건축물 3개 동 높이 계획은 이기대 장자산 능선 스카이라인을 고려하여 검토하라’는 권고를 내렸다.
아이에스동서 측은 부산시 권고에 따라 새 사업계획을 마련했다는 입장을 보였다. 아이에스동서 관계자는 “부산시에서 아파트 스카이라인을 변경해 달라는 요청이 있어 사업계획을 변경했다”며 “높이가 변경된 것에 따라 세대 평수를 조정하는 등 설계 변경이 마무리되는 대로 남구청에 사업계획승인을 신청할 계획이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애초 부산시가 이기대 일대에 고층 아파트 건립을 허가한 것부터 잘못이라고 꼬집었다. 이기대처럼 시민 모두의 공간이라는 여겨지는 공간에 지어지는 아파트에 대해서는 명확한 조건이나 규제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부산대 도시공학과 정주철 교수는 “건설사는 이익 단체다. 권고 사항으로 아파트 높이를 검토해 달라고 요청해도 안 통하는 게 당연하다”며 “이기대처럼 지역 사회 이익과 연결된 장소는 어느 정도 규제가 필요한데, 시가 공공재를 지키는 의무와 책임을 방기했다”고 비판했다.
김준현 기자 joon@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