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늘 농사 수십년에 이런 적 처음” 벌마늘 확산에 농가 ‘한숨’
‘주산지 ’남해군서만 17% 이상 피해
피해조사 진행…피해규모 더 커질 듯
소규모 농가 대다수…피해보상 ‘막막’
‘마늘 주산지’ 남해군을 중심으로 경남지역 벌마늘 피해가 확산되고 있다. 상품성 없는 마늘이 대거 자라고 있는 건데, 본격적인 수확기를 앞두고 농가에 비상이 걸렸다.
9일 남해군와 지역농가 등에 따르면 최근 지역 대다수 마늘밭에 벌마늘 현상이 발생했다. 벌마늘은 마늘 줄기가 성장을 멈추지 않고 2차 성장을 해 마늘쪽 개수가 두 배 이상 증가, 상품성이 크게 떨어진 마늘을 말한다. 수확을 하더라도 팔지 못하는 마늘만 잔뜩 나오는 건데, 인력은 인력대로 낭비할 수밖에 없어 농민들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실정이다. 실제 성인 무릎 높이로 자란 마늘을 뽑아보면, 잎과 뿌리는 무성하지만 알은 전혀 영글지 않은 모습이다. 원래 수확기인 5월이 되면 어린아이 주먹보다 큰 알이 달려야 하는데 손톱만큼 밖에 자라질 않았다.
현재까지 확인된 남해군 벌마늘 피해면적은 전체 재배면적 440ha 중 75ha로, 약 17% 수준이다. 평균적으로 해마다 3~5% 정도 벌마늘 피해가 발생하는데 올해 4배 이상 폭증한 셈이다. 여기에 실제 수확이 본격화될 시기가 되면 피해규모가 더 커질 가능성도 있다.
남해군에서 마늘을 재배하고 있는 최윤신 씨는 “40년 정도 마늘은 재배했는데 이런 적은 처음이다. 심한 밭은 80% 정도 피해를 입은 것으로 보고 있다. 이제 수확이 시작되는데 어떻게 해야 할 지 막막하다. 인건비도 나오지 않을 것 같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일반적으로 벌마늘 피해 발생 원인으로는 겨울 온도 상승, 잦은 강우로 토양 과습 등의 환경적 요인과 조기 파종, 유기물 과다 토양 등의 재배적 요인이 있다. 올해는 특히 평년보다 높았던 겨울철 기온과 잦은 비, 부족한 일조량 때문에 확산세가 심한 것으로 추정된다.
실제 기상청에 따르면 마늘 생육기간인 1~4월 동안 남해군의 총 일조시간은 669.2시간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790.2시간에 비해 15% 정도 줄었다. 한달 평균으로 보면 30시간 정도 햇빛을 덜 쬔 셈이다.
비도 많이 왔다. 4월 말까지 남해군은 총 121일 중 43일 동안 비가 내렸는데, 지난해 32일 대비 27% 증가했다. 강수량 역시 지난해 350.1mm 보다 300.2mm 늘어난 650.3mm를 기록했다.
남해군뿐만이 아니다. 하동과 합천 등 경남은 물론, 전남과 제주지역 마늘 재배지 역시 동시다발적으로 피해가 발생하고 있다. 전국적으로도 20~30% 수확량 감소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한 마늘재배 농민은 “전국적으로 피해가 발생하고 있는 상황이다. 날씨를 어떻게 조절할 수도 없고 농민들로선 답답하다. 상품성이 없는 마늘만 나오고 있는데 정부가 나서서 수매를 하든지 도움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피해가 확산되면서 지자체도 대응에 나서고 있다. 경남도와 일부 피해 지자체는 일단 정확한 피해 규모를 파악하기 위해 벌마늘 피해조사에 들어간 상태다. 남해군의 경우 빠르면 20일쯤 조사 결과가 나올 전망이다.
벌마늘 현상은 현재 농어업재해대책법에서 규정하는 농업재해 중 하나로 포함돼 있어 정부 지원대상이다. 하지만 모든 농가가 재해지원금을 받을 수 있는 건 아니다. 적어도 1000㎡ 이상 규모를 충족해야 하는데, 적잖은 마늘농가가 소규모다 보니 지원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 실제 남해군만 해도 전체 3300여 마늘농가 가운데 절반 정도가 소규모 농가인 것으로 나타났다.
민성식 남해군 농업기술센터 소장은 “일단 정확한 피해를 확인한 뒤 재해지원금을 받지 못하는 농가에 대해서는 군에서 도움을 줄 생각이다. 현재 재난 관련 예비비 활용을 우선적으로 검토 중이며, 이게 힘들 경우 마늘명품화기금을 운용하는 것까지 고민하고 있다. 무엇보다 마늘 관련해서 영농 패턴이 바뀌고 있다는 점을 인지해 장기적으로 이에 맞는 품종이나 영농기술을 개발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현우 기자 khw82@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