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권 3년차 맞은 윤 대통령, 첫 시험대는 '채상병 특검법'
윤 대통령 오는 14일 국무회의에서 거부권 행사 가능성
특검 찬성여론 높고 10번째 거부권 행사로 정치적 부담
여당 내 반대표 통제 안될 수 있다는 점에서 고심 깊어져
윤석열 대통령이 집권 3년 차에 돌입했지만 여러가지 난제들에 둘러싸여 고심이 가득하다. 첫 시험대는 '순직해병 수사방해 및 사건은폐 등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 임명법'(채 상병 특검법)이다.
윤 대통령은 지난 9일 취임 2주년 기자회견에서 야당 주도로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특검법에 대해 "수사 결과를 지켜보고 의혹이 남을 경우 직접 특검을 요청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어 "국민들께서 봐주기 의혹이 있다, 납득이 안 된다고 하시면 그때는 제가 먼저 특검을 하자고 주장하겠다"고 강조했다.
더불어민주당이 주도해서 만든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등의 수사 결과가 미진할 경우 특검을 하자는 의미인데, 사실상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를 시사한 것으로 풀이된다. 채상병 특검법은 지난주 정부로 이송됐는데 윤 대통령은 이르면 오는 14일 열리는 국무회의에서 거부권을 행사할 가능성이 있다. 국회를 통과해 정부로 이송된 법안은 15일 이내 공포하거나 거부권을 행사해야 한다.
윤 대통령이 채상병 특검법에 거부권을 행사한다면 취임 이후 10번째 거부권 행사가 된다. 4·10 총선 패배로 야당과의 협치가 어느 때보다 중요해진 상황이어서 예전과 비교할때 정치적 부담이 더 클 수 밖에 없다. 야당의 국정운영 협조 가능성은 사라지고, 극한 대치 정국 속에 22대 국회를 시작해야 한다는 것이다.
특검법 수용에 대한 국민적 요구도 높다. 한국갤럽이 지난 7~9일 전국 만 18세 이상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채상병 특검을 도입해야 한다는 의견은 57%로 절반을 넘었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야권도 특검법 수용을 강하게 압박하고 있다. 범야권 6개 정당(더불어민주당·조국혁신당·개혁신당·정의당·진보당·새로운미래)은 지난 11일 합동 기자회견을 열고 채상병 특검법 수용을 촉구했다. 윤 대통령이 취임 2주년 기자회견에서 국정기조 변화 의지를 내비치지 않았다고 판단, 거센 입법 드라이브로 정부·여당을 더 압박하겠다는 것이다.
한민수 민주당 대변인은 "이제 국민도, 야당도 더 이상 대통령의 민심과 괴리된 판단을 지켜보고만 있을 수 없는 한계에 도달했다"며 "윤 대통령은 총선 민의를 받들겠다는 말씀이 진심이라면 국민의 명령인 해병대원 순직사건 특검법을 즉각 수용하라"고 촉구했다.
이런 상황에서 윤 대통령이 내놓을 수 있는 정치적 해법은 거의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오히려 여당 내 일부 의원들은 특검법이 다시 국회로 넘어올 경우 찬성표를 던지겠다고 공개적인 입장을 밝히는 등 반란표까지 감안해야 할 처지다.
정부와 대통령실, 국민의힘은 12일 총선 이후 첫 고위 당·정·대 협의회를 열었다. 이 자리에서는 채상병 특검법 대응 방안이 논의됐지만 뚜렷한 방안을 내놓지는 못했다. 한덕수 국무총리와 최근 임명된 정진석 대통령 비서실장, 여당의 임시 지도부로 나선 황우여 비상대책위원장·추경호 원내대표가 상견례를 하는데 그쳤다. 추 원내대표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채상병 특검법에 대한)입장이나 전략은 큰 틀에서는 이미 여러 차례 말씀드렸다"면서 "여러 차례 당의 입장도 나갔다"고 말했다. 새 원내대표단이 선출됐지만 여당의 기존 입장에서 변화된 것은 없다는 이야기다.
박석호 기자 psh21@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