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 계약, 14일 이내라면 철회 가능합니다"

김진호 기자 rplkim@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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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감원, 청약 철회권 홍보
대출 이력도 안 남아 유리

부산 수영구 일대 전경. 부산일보DB 부산 수영구 일대 전경. 부산일보DB

부산에서 작은 사업체를 운영하는 김 모 씨는 최근 급한 자금이 필요해 한 은행에서 신용대출 3000만 원을 금리 연 8%에 받았다. 대출금리가 높았지만 당장 돈이 필요했고, 최근 고금리가 장기화되고 있는 만큼 ‘울며 겨자 먹기’라 생각하고 대출을 받아야만 했다.

하지만 김 씨는 10일이 지난 뒤 거래하던 다른 은행에서 금리 연 6%에 같은 금액으로 대출이 가능하다는 점을 알게 됐다. 김 씨는 비싼 이자를 부담하게 됐다고 푸념했지만 은행원의 말을 듣고 곧바로 기분이 나아졌다. 대출금을 받은 날로부터 14일 이내에 계약을 취소할 수 있는 권리가 있다는 점을 안내받았기 때문이다.

12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최근 대출을 받은 날로부터 14일 이내의 경우 계약 취소가 가능한 ‘대출 상품 청약 철회권’을 적극 홍보하고 있다. 이미 대출을 받았더라도 취소하고 싶은 경우 청약을 철회할 수 있는데 이를 모르는 소비자가 적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대출 상품 청약 철회권은 이미 대출을 받았지만 돈이 필요하지 않거나 다른 은행에서 더 낮은 금리로 대출받을 수 있을 경우 중도 상환 수수료 등을 내지 않고도 기존 계약을 무효로 할 수 있는 권리다. 대출금 일부를 이미 상환했더라도 청약 철회가 가능하며 납부했던 중도 상환 수수료도 돌려받을 수 있다. 또 청약 철회권을 행사하면 대출 계약은 소급해 취소되며 ‘대출받았다’는 기록 역시 신용정보 기관에서 삭제된다.

대출 만기 이전에 대출금을 상환하는 중도 상환과 비교할 경우 일반적으로는 ‘청약 철회권’을 쓰는 것이 훨씬 유리하다. 청약 철회 시 인지세 등 실제 발생한 비용만 반환하면 되기 때문이다. 중도 상환을 할 경우에는 수수료에 금융회사의 기회비용 등이 추가로 포함된다. 또한 중도 상환 시에는 대출 이력이 남는다. 다만 중도 상환 시 중도 상환 수수료가 면제되는 경우 청약 철회 때 반환하는 인지세, 근저당 설정비를 내지 않아 중도 상환이 유리할 수 있다.

금감원에 따르면 청약 철회는 매년 증가세에 있지만 여전히 그 비중은 높지 않다. 금감원에 따르면 14일 이내 청약 철회 또는 중도 상환이 이뤄진 대출에서 청약 철회가 차지하는 비중은 2021년 22.3%, 2022년 55.4%, 2023년 68.6%로 나타났다. 특히 금융 취약 계층인 고령자일수록 청약 철회권을 활용하는 비중이 낮았다. 20대(79.3%)와 30대(65.2%)는 60%를 웃돌았으나 60대(36.4%), 70대(39.2%)는 40%에도 미치지 못했다.


김진호 기자 rplkim@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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