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금리에 ‘영끌족’ 붕괴… 부산 경매 시장 아파트 ‘우수수’

안준영 기자 jyoung@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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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월 부산 전체 경매 건수 4207건
아파트 1644건으로 2022년의 3배
전세사기 원흉 빌라 657건으로 2배
부동산 불황 이어져 더 악화할 전망

올해 부산에서 경매로 나온 아파트 물건이 2년 전에 비해 3배나 폭증했다. 황령산에서 바라본 부산 연제구와 동래구 일대 아파트 단지 모습. 정종회 기자 jjh@ 올해 부산에서 경매로 나온 아파트 물건이 2년 전에 비해 3배나 폭증했다. 황령산에서 바라본 부산 연제구와 동래구 일대 아파트 단지 모습. 정종회 기자 jjh@

부산에서 경매로 나온 아파트 물건이 2년 전에 비해 3배나 증가했다. 전세사기의 온상으로 지목된 빌라 역시 경매시장으로 내몰리고 있다. 금리 인하 시기가 늦춰지고,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오히려 다시 꿈틀대면서 ‘영끌족’(영혼까지 끌어모아 대출받은 사람들)은 물론 서민들도 거센 금리 압박을 받고 있다.

12일 법원경매정보에 따르면 올해 1~4월 부산지역에서 경매로 나온 물건은 4207건, 경매 물건 감정가는 약 2409억 원으로 나타났다. 2022년 같은 기간에는 경매 물건 1997건, 경매 물건 감정가는 약 1416억 원으로 불과 2년 만에 수치가 대폭 늘었다. 지난해 1~4월의 경우 경매 물건 2827건, 경매 물건 감정가는 약 1533억 원으로 집계됐다.

특히 아파트 경매 물건이 눈에 띄게 증가했다. 올해 경매로 나온 부산지역 아파트는 1644건으로 2022년 547건에 비해 3배나 늘었다. 아파트는 다른 부동산 물건에 비해 안정성이 높다. 아파트마저 경매로 내몰리고 있다는 건 고금리 장기화로 주택담보대출을 갚을 여력이 없는 이들이 늘어나고 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부산의 한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3~4년 전 집값이 크게 상승하던 시장에서 제1금융권은 물론이고 제2금융권까지 끌어다가 집을 산 사람들이 큰 타격을 받고 있다”며 “영끌 매물들이 고금리 영향으로 경매 시장에 유입된 것으로 분석된다”고 말했다.

이는 부산 뿐 아니라 전국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이다. 경·공매 데이터 전문기업 지지옥션에 따르면 지난달 전국 아파트 경매 진행건수는 3144건으로 3월에 비해 18.1% 증가했다. 이는 2020년 11월의 3593건 이후 3년 5개월 만에 최다치를 경신한 수치다. 지난달 서울의 아파트 경매 건수(351건)는 2015년 6월 이후 8년 10개월 만에 최다 기록을 갈아치웠다.

인천의 아파트 경매 진행 건수는 전달(166건)보다 30.7% 증가한 217건으로 집계됐다. 경기지역 아파트 경매 건수 역시 650건으로 전달(577건)보다 12.7% 늘었다.

역전세난 여파에다 전세사기의 온상으로 지목된 빌라(연립·다세대 주택)도 경매 시장에 무더기로 쏟아지고 있다. 올해 1~4월 부산에서 경매로 나온 빌라 물건은 657건으로 2022년 322건과 비교해 배 이상 늘었다.

빌라 기피 현상이 강화되면서 경매 매각율은 2022년 32.9%에서 올해 10.4%로 크게 줄었다. 매각가율도 2년 전 76.4%에서 62.3%로 내려 앉았다. 빌라는 아파트에 바로 진입하기 힘든 청년이나 서민층을 위한 주거 사다리 역할을 해오고 있다.

빌라 착공 물량이 급감하는 가운데 경매시장에서도 빌라가 소화되지 않는다면 임대료 상승 등 주거난이 심화할 가능성도 있다. 아파트 매매시장도 아직 풀리지 않은 상황에서 빌라의 매물 적체가 풀리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전세사기가 집중됐던 서울은 상황이 더욱 심각하다. 지난달 서울의 빌라 경매 건수는 1456건으로 2006년 5월 이후 18년 만에 가장 많은 물량이 경매 시장에 나왔다. 서울의 빌라 경매 건수는 2022년 말부터 늘기 시작해 지난해 10월 1000건을 넘어섰고, 이후 7개월 연속 1000건을 웃돌고 있다.

주요 은행의 주택담보대출 금리 상단이 5%대 후반으로 오르는 등 주담대 금리가 다시 상승세를 보이고 있어 경매 증가 추세는 앞으로도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미국의 기준금리 인하 시점이 불투명해졌고, 가계대출이 다시 늘어나자 은행들이 금리 조정에 나선 것이다. 이렇게 되면 영끌족은 물론 서민들도 금리 압박에 극단적인 경우 경매로 내몰릴 수도 있다.

회사원 김 모(39) 씨는 “2021년 집을 샀는데 그때보다 집값은 1억 원이 넘게 떨어졌지만, 매달 원리금 납부로 200만 원 가까운 돈이 나가고 있다”며 “주담대 금리가 작년보다는 내렸지만 여전히 감당하기 힘든 수준이다. 지금이라도 처분을 해야할지 고민”이라고 말했다.

영산대 서성수 부동산대학원장은 “코로나19 이후 정부의 원리금 상환 유예 정책으로 버티던 이들이 상황을 타개하지 못하고 아파트 등 물건을 던지는 걸로 볼 수 있다”며 “금리 인하만을 기대하며 힘겹게 버티던 이들이 끝끝내 견디지 못하고 경매까지 나오고 있다. 앞으로 상황이 한층 악화할 가능성도 있다”고 분석했다.


안준영 기자 jyoung@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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