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인야후 지분 매각 협상 공식화… 네이버, 경영권 내주고 실익 찾나
일정 지분 정리 시나리오 유력
조 단위 현금 챙기고 관계 유지
정부 미온적 대처엔 야권 공세
정부가 일본 정부에 ‘유감’을 표명하면서 라인야후 사태가 한일전 양상으로 확대되는 가운데, 네이버가 소프트뱅크와 라인야후 지분 매각 협상을 벌이고 있다는 사실을 공식화했다. 일본 정부의 ‘지휘’ 아래 라인야후와 소프트뱅크의 지분 매각 압박이 거세지자, 네이버가 공식 협의를 통해 실익을 더 얻을 수 있는 전략을 세우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풀이된다.
네이버는 지난 10일 오후 라인야후 사태에 대한 첫 입장 자료를 통해 “지분 매각을 포함해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소프트뱅크와 협의 중”이라고 밝혔다.
이를 두고 12일 업계에서는 네이버가 라인야후의 지분 일부를 프리미엄을 받고 정리하는 방안을 가장 유력한 시나리오로 보고 있다. 네이버가 일부 지분을 소프트뱅크에 매각하면 라인야후와의 연결고리를 계속 유지하면서도, 조 단위 현금을 확보해 추가 인수나 합병, 인공지능(AI)에 대한 투자를 확대할수 있는 기회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네이버는 일본의 소프트뱅크와 함께 라인야후 지주사(A홀딩스) 지분을 50%씩 보유하고 있다. 네이버가 보유한 A홀딩스 지분은 경영권 프리미엄을 포함해 10조 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되는데, 소프트뱅크 경영 상황을 고려할 때 전량 매입 가능성도 낮다는 관측이다.
일본에서도 라인야후의 시가총액을 단순 계산해 소프트뱅크가 네이버 보유 지분 10%를 매입할 경우에도 2000억 엔(1조 7500억 원)이 필요하다는 보도가 나오고 있다. 소프트뱅크 미야카와 준이치 소프트뱅크 최고경영자(CEO)는 “소프트뱅크가 1%만 가져와도 대주주가 되지만, 51 대 49는 지금과 달라지는 것이 없다”며 “1%부터 100%까지 매입을 모두 염두에 두고 있다”고 말했다.
네이버 입장에서도 라인야후가 중요한 글로벌 사업 기반이라 사업적 협력 관계를 남기는 게 유리하다. 네이버의 태국, 대만, 인도네시아 등 동남아시아 사업 전반이 라인야후를 기반으로 이뤄지고 있다. 라인의 경영권을 포기하게 되면, 네이버의 글로벌 진출 기회가 제한될 수 있다는 얘기다.
라인은 대만(이용자 2200만 명)과 태국(5500만 명), 인도네시아(600만 명) 등에서 국민 메신저로 통한다.
네이버가 라인야후를 일본 소프트뱅크에 모두 넘겨주면 라인플러스 등 한국법인 직원 2500명이 고용 불안으로 연결될 수 있다는 점도 지분 매각 시 고려 대상이다. 이와 관련 라인플러스 이은정 대표는 14일 직원 대상 설명회를 통해 경영진의 입장을 밝힐 것으로 전해진다.
정부는 네이버의 지분 매각 협상 공식화 시사 이후 일본 정부의 ‘이례적인 압박’에 유감을 표명하며 향후 매각 과정 등에서 적극적인 지원에 나서겠다는 입장을 보였지만, 구체적인 대응 방안은 내놓지 않았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강도현 2차관은 지난 10일 현안 브리핑에서 “우리 기업에 지분 매각 압박으로 인식되고 있는 점에 대해 한국 정부를 대표해 일본 정부에 유감을 표명한다”며 “우리 기업의 의사에 반하는 부당한 조치에 단호하고 강력히 대응할 것”이라고 했다.
당국의 미온적인 대응을 두고 야권의 공세가 거세지면서 라인사태 파문은 정치권으로 번졌다. ‘국익 침해’에 정부가 ‘바다 건너 불구경’을 하고 있다는 게 야당의 주장이다. 이에 대해 여당은 ‘반일 감정 조장’이라고 주장했다.
민지형 기자 oasis@busan.com , 김종우 기자 kjongwoo@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