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동네서 인문학자들이 쓴 ‘부산미각’ 나왔다

박종호 기자 nleader@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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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대 중문과 출신 연구자
돼지국밥 등 19개 음식 다뤄
미식도시 부산 위상 드러내


재첩국을 팔기 위해 동이를 이고 오는 재첩국 아지매. 사하구청 제공 재첩국을 팔기 위해 동이를 이고 오는 재첩국 아지매. 사하구청 제공

문학 전문 유명 출판사인 ‘문학동네’가 부산 출신의 인문학자들을 저자로 구성해 부산의 음식을 다룬 책을 출간했다. 문학동네는 최근 김명구 명지대 중어중문학과 교수를 비롯해 모두 부산대 중어중문학과 출신의 교수, 연구원, 번역문학가 등 14명의 공저로 <부산미각>을 펴냈다. 지난 2월 ‘미쉐린 가이드’에 부산 식당들이 이름을 올린 데 이어 글로벌 미식도시 부산의 높아진 위상을 보여주는 현상으로 해석된다.

부산미각은 재첩국, 복국, 돼지국밥, 완당, 고등어, 대구, 웅어, 꼼장어, 낙지, 암소갈비, 밀면, 간짜장, 구포국수, 영도 조내기 고구마, 부산오뎅, 양갱, 동래파전, 금정산성막걸리, 대선소주 등 19개의 부산 음식을 다루고 있다. 기존 부산의 음식을 다룬 책들과 소재에서 크게 다르지는 않지만, 저자들이 한자로 된 문헌을 자유롭게 다룬 덕분에 동아시아 중국과 일본의 상황을 비교하면서 설명한다는 특징이 있다.

부산의 대표 음식이 된 돼지국밥만 해도 일본과 중국에 고기와 사골 육수를 기반으로 하는 유사한 음식인 하카타 돈코츠라멘과 란저우 뉴러우탕(牛肉湯)이 있다는 식이다. 이들 역시 지역에서 출발해 지역명을 달고 세계적인 명성을 떨치고 있다는 공통점을 가진다. 고혜림 부산대 평생교육원 강의교수는 “돼지국밥과 유사한 음식은 청동기 시대 무렵부터 먹었을 것으로 추정한다. 조선 시대 전국에 산재했던 주막들에도 돼지국밥의 전신인 국밥이 지금과 조금 다르지만 닮은 모습으로 존재했을 것이다”며 “미래의 돼지국밥은 또 어떤 변주를 끌어안을까 상상해 본다”라고 말했다.


낙동강 하구에서 재첩을 캐는 여인들. 사하구청 제공 낙동강 하구에서 재첩을 캐는 여인들. 사하구청 제공

이 책은 조선 시대에 K푸드의 원조격이 있었다는 흥미로운 이야기도 전한다. 최진아 부산대 중어중문학과 교수는 “대구는 중국에서 나지 않는데 중국인들은 진미로 여겨 북경에 가는 사람들은 대구를 준비해 갔다. 그 시절 대구야말로 K푸드의 조상쯤에 해당된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특히 명나라 제8대 성화 황제는 대구를 매우 좋아해 생일에 조선에서 대구 500마리를 진상받고도 다시 요구하기도 했다. 조선 순조 때 서유구가 저술한 <임원경제지>에는 동래, 웅천, 진해의 장터에서 대구가 유통된다고 기록되어 있다. 따라서 지금의 부산 어민들이 진상하느라 고생이 심했을 것으로 짐작된다.

의외로 꼽힌 부산 음식이 간짜장이다. 간짜장 위의 계란 프라이 때문에 다른 지역과의 차이를 보여 주는 부산 스타일의 음식으로 자리잡은 것이다. 이 책은 그 배경을 일본 문화의 영향으로 추정한다. 부산식 간짜장을 역시나 계란 프라이를 얹어 주는 함박스테이크 문화의 영향으로 보는 것이다. 문희정 번역문학가는 “부산의 간짜장이 중국 산동 출신 화교들의 음식인 짜장면에 일본이 서양을 쫓아 개발한 레시피가 접목된 결과물이라면 그것이야말로 근대 부산의 모습을 잘 보여주는 요리다. 부산이 세계를 받아들이고 다시 세계적인 문화를 만들어 내는 힘이 계란프라이와 함께 간짜장 그릇에 담겨 있는 것이다”라고 높게 평가했다. 이 밖에도 부록으로 부산의 맛을 돋우는 식초(생선탕의 식초 페어링), 방아, 정구지(부추의 또다른 이름), 제피가 수록되어 있다.

저자들을 대표해 최진아 교수는 “부산은 우리 역사에서 외래의 문화가 들어오는 입구다. 그래서 대륙과 해양의 문화가 충돌함과 동시에 그 문화가 모이는 허브가 된다. 문화 허브라는 관점에서 보면 부산이야말로 중심지다”라고 강조했다. 문학동네 측은 “K푸드가 뜨면서 새로운 경험을 찾을 때 서울보다도 부산을 훨씬 매력적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아졌다”라며 이 책에 대한 기대를 나타냈다.


<부산미각> 표지. <부산미각> 표지.


박종호 기자 nleader@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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