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 뒤처진 韓조선업 가치사슬…‘신한국형 해양전략’ 시급"
中, 작년 조선업 가치사슬 종합경쟁력 韓 제치고 1위
‘국가 주도’ 中, 강력한 산업생태계…‘해양 굴기’ 노력 결과
산업연 "조선 지렛대로 해운·국방·선박금융 등 관련산업 아울러야”
지난해 조선업 가치사슬 종합경쟁력에서 중국이 한국을 제치고 1위를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산업연구원은 13일 '중국에 뒤처진 조선업 가치사슬 종합경쟁력과 새로운 한국형 해양전략 방향' 보고서를 내고 "새로운 한국형 해양전략이 필요하다"며 이같이 밝혔다.
보고서에 따르면 세계 조선업의 한·중·일 집중 및 중국 의존도가 심화한 가운데 조선업 가치사슬 종합경쟁력에서 지난해 중국이 90.6으로, 한국(88.9)을 1.7포인트(P) 앞섰다.
한국은 연구개발(R&D)·설계, 조달 분야에서 중국보다 우위였지만 격차는 좁혀졌고, 생산 부분에서는 중국에 역전됐다. 여기에 서비스 수요 부문의 큰 격차는 지속하면서 전체적인 종합경쟁력에서 중국에 뒤지게 됐다는 설명이다.
선종별로 보면 한국 조선산업은 기술경쟁력이 매우 중요한 가스 운반선에서만 차별화된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다.
컨테이너선 경쟁력은 중국과 동등한 수준이며, 유조선은 중국이 2022년에 추월했다. 벌크선은 중국의 우위가 더욱 공고해지고 있다고 산업연은 전했다. 이는 2000년대부터 시작된 중국 정부의 '해양 굴기' 노력의 결과로 분석된다.
중국은 동아시아에서 최대 규모의 해군을 보유하고 있으며, 군함 수에서는 세계 최강인 미국도 앞지른 것으로 보인다.
중국이 보유한 상선의 선복량은 세계 1위로, 4위인 한국의 4배 규모다.
수주잔량 기준에서 단일 조선소로는 삼성중공업, HD현대중공업, 한화오션, HD현대삼호중공업 등 한국 대형 4사가 1∼4위를 차지했지만, 조선소 그룹을 기준으로 하면 중국 최대 국영 조선그룹인 CSSC가 큰 격차로 1위를 차지했다.
산업연은 "중국 조선업이 월등한 가격 경쟁력을 보유하고 질적 성장을 이룰 수 있었던 배경에는 국영 조선소의 역할이 크다"며 "중국은 국영 조선그룹을 중심으로 선박, 해양플랜트, 특수선(군함)의 신조 및 수리·개조가 가능하다"고 밝혔다.
한국은 생산인력 부족으로, 일본은 오랜 구조조정에 따른 기술 및 생산 경쟁력 부족으로 중국을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
한국과 일본이 세계무역기구(WTO) 체제에서 공정 경쟁을 고려해 조선업에 대한 지원을 제한적으로 할 수밖에 없는 반면, 중국은 국영 조선사를 중심으로 운영한다는 점도 중국의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에 따라 산업연은 한국이 핵심 강점을 가진 조선업을 기반으로 해운, 선박금융, 국방을 아우르는 '한국형 해양전략'을 시급히 수립하고 관련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산업연은 또 "해운산업의 친환경 디지털 전환으로 조선 시장은 양호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중국의 불공정 경쟁이나 해상패권 확대에 대한 우방국의 우려가 나타나고 있어서 이런 환경 변화에서 기회를 포착해야 한다"고 밝혔다.
송현수 기자 songh@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