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TT 씹어먹기 ‘오도독’] ‘꼰대’도 필요할 때가 있다

탁경륜 기자 takk@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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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일본 드라마 ‘부적절…’
1980년대에서 현대로 온 중년
코미디로 풀어내는 세대 차이

일본 드라마 '부적절한 것도 정도가 있어!' 스틸컷. TBS 제공 일본 드라마 '부적절한 것도 정도가 있어!' 스틸컷. TBS 제공

걸핏하면 학생들의 엉덩이에 야구 방망이를 휘두르는 폭력 교사 오가와. 1980년대 중학교 체육 교사인 그의 별명은 ‘지옥의 오가와’다. 선생님의 막말은 ‘잘되라고 하는 소리’고, 엉덩이 찜질은 ‘사랑의 매’인 시절에 살던 그다.

중년의 오가와 선생은 평소처럼 야구부 훈련을 지도(‘지도’라 쓰고 ‘체벌’이라 읽는다)하고 집으로 향하는 버스에 몸을 싣는다. 버스 뒷좌석을 차지한 그가 제일 먼저 하는 일은 담배에 불을 붙이는 일이다. 오가와는 온몸을 바친 교육에 지쳐 잠시 잠에 빠지고, 다시 눈을 뜬 그의 앞에는 신세계가 펼쳐진다. 정체 모를 우동 가락(에어팟)을 귀에 낀 사람과 네모난 금속(스마트폰)을 이리저리 누르는 사람들로 버스가 가득 찬 것. 1986년을 떠나온 버스는 시간을 타고 달려 2024년에 도착한다.

넷플릭스에서 제공 중인 일본 드라마 ‘부적절한 것도 정도가 있어!’(이하 ‘부적절’)는 타임머신을 타고 미래로 온 ‘꼰대’ 아저씨가 2024년을 살아가는 이야기를 다룬 10부작 코미디 드라마다. 과거의 관습을 버리지 못해 숨 쉬듯 무례를 범하고 다니는 아저씨가 낯선 사회에서 적응하는 과정을 유쾌하게 담아냈다. 또 다른 시간 여행자인 페미니스트 사회학자는 오가와가 사라진 과거에 도착해 그들의 사회를 관찰한다.

‘부적절’의 매력은 과거와 현재를 이어보려는 시도에 있다. 오가와로 대표되는 기성세대와 오늘날 젊은 세대의 문화를 이해해 보려는 노력이 흥미로운 작품이다. 오가와는 후배에게 부담을 주지 않기 위해 힘내라는 말도 조심해야 하는 회사원에게 “뭔가 잘못된 사회 아니냐”며 ‘사이다 발언’을 내뱉는다. 시대야 어찌 됐든 할 말은 해야 하는 그의 모습에 감탄한 한 방송사는 그를 사내 심리상담사로 채용한다.

이 드라마는 단순히 변화된 미래를 보여주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변해서 좋은 것과 변하지 않아야 하는 것은 무엇인지에 대해 질문을 던진다. ‘꼰대’가 될까 봐 묵언수행 하는 이들과 옛날 이야기라면 귀를 막고 도망부터 치고 보는 이들이 화해할 수 있도록 만남의 장을 마련했다. 분위기가 무거워지지 않도록 계속 시청자의 눈과 귀를 잡아끄는 건 드라마 특유의 ‘싼티’다. 마치 인도 영화를 연상시키듯 드라마 속에 뮤지컬 장면들이 담겨 보는 맛을 더한다.

드라마 각본을 쓴 쿠도 칸쿠로(업계에선 ‘쿠도칸’으로 더욱 유명하다)는 드라마를 발표하며 “그 시절의 가치관을 오래됐다는 한마디로 전부 부정당하는 것은 화가 난다”고 밝힌 바 있다. 그가 남긴 한 마디에는 드라마 전체를 관통하는 메시지가 담겨 있다. 우악스러운 오가와의 모습은 ‘어글리 돌’처럼 왠지 모르게 정감 가는 구석이 있다.

흔히 소통이나 세대 갈등 극복과 같은 말들이 강조되지만 정작 어떻게 소통하는 것이 잘 소통하는 것인지에 대해서는 아무도 언급하지 않는다. 정답은 없겠지만 대중문화는 이러한 측면에서 약간의 힌트를 제공한다. ‘부적절’을 보다 보면 어릴 적 온 가족이 시청하던 전성기 시절 개그콘서트가 떠오른다. 스마트폰을 손에 쥐고 콘텐츠를 각자 소비하는 시대에, 함께 거실에 둘러앉아 TV를 틀어놓고 보고 싶은 콘텐츠다.

정치적 올바름을 ‘생떼’ 정도로 치부하는 무례함과 일본 드라마 특유의 B급 감성을 이겨내야 한다는 점은 드라마 시청자의 큰 숙제다. 몰아보는 것보단 가끔 간식을 먹는 마음으로 보면 좋은 드라마.


일본 드라마 '부적절한 것도 정도가 있어!' 포스터. TBS 제공 일본 드라마 '부적절한 것도 정도가 있어!' 포스터. TBS 제공


탁경륜 기자 takk@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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