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어돔 구장’ 꼴 나나…고성 일자리연계형 지원주택 갑론을박

김민진 기자 mjkim@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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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토교통부 주관 공모사업 선정
944억 들여 공공임대주택 공급
최초 “총사업비 80% 국비 지원”
실제 정부재정 지원 348억 뿐
366억은 주택도시기금서 융자
자부담 포함 총 596억 군 부담

고성군 고성읍행정복지센터에 게시된 대형 현수막. 국토교통부 주관 일자리연계형 지원주택 공모사업에 선정돼 총 사업비 944억 원을 확보했다며 홍보하고 있다. 고성군의회 제공 고성군 고성읍행정복지센터에 게시된 대형 현수막. 국토교통부 주관 일자리연계형 지원주택 공모사업에 선정돼 총 사업비 944억 원을 확보했다며 홍보하고 있다. 고성군의회 제공

“미래 세대에 희망이 아닌 채무만 물려줄 것인가?”

경남 고성군이 정부 공모사업으로 유치한 ‘일자리연계형 지원주택’을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군비로 충당해야 할 자부담 규모가 너무 커 가뜩이나 빠듯한 지방재정에 부담을 가중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괜한 국비 지원 욕심에 사업을 따냈다가 뒷감당 못 해 백지화한 ‘에어돔 구장’의 전철을 밟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고성군은 지난해 8월 국토교통부 주관 ‘2023년 상반기 일자리연계형 지원주택 사업’에 대상지로 선정됐다. 지금은 기획 단계로 행정안전부에 경제성, 재무성, 정책적 사업 추진 가능성을 검토받기 위해 타당성 조사와 기본계획 수립 용역을 진행하고 있다.

이 사업은 사회에 첫발을 내딛는 청년 근로자와 항공, 해양 등 전략산업 종사자에 공공임대아파트를 공급해 주거비 부담을 줄이면서 지역 정착을 유도하는 프로젝트다. 당시 군은 국내 최대 해상풍력발전 하부구조물 제작사인 SK오션플랜트 새 사업장 가동과 무인기종합타운 조성 등으로 늘어날 주택 수요를 이 사업을 통해 충당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문제는 과도한 재정 부담이다. 추정 사업비는 944억 원. 애초 군은 이 중 80%인 714억 원을 국비로 확보했다고 발표했다. 여기에 지방비 230억 원을 보태 공공임대주택 434호를 신축한다는 구상이었다. 그러나 실제 지원받는 정부재정은 348억 원이 전부인 것으로 확인됐다. 나머지 366억 원은 주택도시기금 융자다. 30년 거치 15년 상환, 금리 연 1% 조건이다. 두고두고 갚아야 할 빚이란 의미다.

고성군의회 본회의 모습. 의회 사무과 제공 고성군의회 본회의 모습. 의회 사무과 제공

게다가 공모 신청 당시 공동사업자로 참여했던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돌연 시행을 포기하면서 자부담을 포함해 무려 596억 원에 달하는 사업비를 고성군이 오롯이 떠안아야 할 처지가 됐다. 고성군 연간 예산 규모는 7000억 원 남짓이다. 1년 살림의 10%에 육박하는 예산을 쏟아부어야 하는 셈이다.

결국 군의회가 나서 사업 재검토를 요구했다. 그동안 융자 부분에 대한 의회 보고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던 데다, 채무 상환 부담이 애꿎은 군민에게 전가될 수 있다는 이유다. 특히 야당 군의원들은 고성군 재정자립도가 ‘10.3%’로 열악하다는 점을 짚으며 “융자금과 군비 재원을 어떻게 충당할 것인지 구체적인 계획과 대책을 제시하라”면서 “군 단독으로 감당할 수 있는 사업인지, 컨설팅을 받으면서 나타난 문제점들은 없는지 공개하라”고 압박했다.

이에 대해 고성군은 “용역 결과를 바탕으로 군민 부담이 최소화되는 적정한 규모와 사업비를 산정하고 임대보증금과 월 임대료를 받아, 융자 상환금을 최대한 충당할 계획”이라며 설명했다.

고성군 에어돔 구장 조감도. 부산일보DB 고성군 에어돔 구장 조감도. 부산일보DB

하지만 한편에선 앞선 ‘에어돔 구장’ 사례를 곱씹으며 사업이 축소되거나 아예 무산될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에어돔은 공기압으로 실내 공간을 확보한 거대한 천막 구조물이다. 기상에 관계없이 사계절 운영 가능한 데다 높은 인장력을 갖춰 긴급 상황 발생 시 대피 시설로도 활용할 수도 있다. 고성군은 스포츠마케팅 인프라 구축을 명분으로 2022년 문화체육관광부 주관 공모에 참여해 사업자로 선정됐지만 1년 만에 사업을 포기했다. 뒤늦게 실익을 따져보니 사업비 대비 활용도와 연간 운영비를 고려할 때 도움은커녕 오히려 손해라는 판단에서다.

지역 시민단체 관계자는 “국비 준다니 일단 신청하고 보자는 식으로 달려드니 이런 매번 사달이 벌어진다”면서 “진정 지역에 필요한 사업인지, 실효성은 있는지 그리고 감당할 수 있는지 등을 꼼꼼히 따져야 한다”고 꼬집었다.


김민진 기자 mjkim@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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