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뇨·고혈압·비만·류마티스, 약 없이 치료한다
생활습관의학의 세계
채식, 금연, 운동, 체중유지가 핵심
약 줄이다 점점 생활습관 교정으로
만성질환 발생 약 80% 예방 가능
비만약, 부작용 크고 비용도 부담
당뇨 고혈압, 채식과 운동이 효과적
자가면역 원인, 음식과 밀접한 관계
‘약 없이 치료한다.’
당뇨병, 고혈압, 비만 등은 대표적인 생활습관병이다. 약을 먹기 보다는 생활 습관을 개선하는 것이 중요한 질환이다. 식습관, 운동, 수면, 스트레스 관리 등을 통해 만성질환은 충분히 관리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사람들은 혈당이 높으면 당뇨약, 혈압이 높으면 혈압약부터 찾는다.
■왜 생활습관의학인가
지난 2004년 미국생활습관의학회가 발족했다.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을 심장병에서 구했던 주치의 딘 오니쉬, 책임 있는 의료를 위한 의사회 설립자인 조지워싱턴대학 닐 버나드 교수, 예일대학 예방의학 데이비드 카츠 교수 등 세계적인 학자들이 생활습관의학의 선구자들이다. 우리나라에서는 2019년 대한생활습관의학회가 설립됐다. 이들은 병원에 찾아오는 만성질환 환자의 60~70%는 잘못된 생활 습관이 질병의 원인이라고 보고 있다.
송무호 동의의료원 의무원장은 “당뇨병, 심장병, 비만, 자가면역질환 등의 만성질환은 약으로 완치가 안 된다. 약은 원인 치료가 아니라 증상만 치료하는 대증요법이기 때문이다. 이에 반해 식습관 교정을 포함한 생활습관의학은 질병의 원인 치료를 추구한다”고 강조했다.
생활습관의학의 지침대로 채식하고, 금연하고, 하루 30분 운동하고, 적정 체중을 유지하는 4가지 생활 습관만 지켜도 만성질환 발생을 약 80% 예방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당뇨병의 93%, 심장마비 81%, 중풍 50%, 암 36%가 예방 가능하다고 한다.
약이 약을 부르는 경우가 흔하다. 기존 의학으로는 만성질환이 해결되지 않아 하루하루 약 가짓수만 늘어난다. 반면에 생활습관의학에서는 먹던 약을 하나둘씩 뺀다. 물론 혈압이나 당뇨가 아주 심한 초기에는 약의 도움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궁극적으로는 약을 줄이고 더 나아가 약 없이 생활 습관 교정만으로 병을 치료하자는 것이 생활습관의학이다.
■약 먹지 않고 당뇨, 고혈압 관리되나
당뇨병은 평생 약을 먹어야 하는 병인가. 그렇지 않다.
세계 최상위 의학 저널인 〈NEJM〉 보고에 의하면, 약 3000명의 당뇨 전 단계 환자를 무작위로 혈당 조절약인 메트폴민 투약군과 생활 습관 개선군(채식지향, 주당 150분의 빠른 걷기 운동 등)으로 나누어 평균 2.8년간 당뇨병 발병 유무를 조사했다. 그 결과 당뇨병 발병률이 메트폴민군에서 31% 감소, 생활 습관군에서 58% 감소돼 생활 습관 교정이 약보다 훨씬 효과적이었다.
생활습관의학의 당뇨병 치료 방침인 채식에서는 칼로리나 영양소를 따질 필요 없이 식물성 식품이면 어떤 종류든지 배불리 먹어도 된다. 무엇을 줄이고 무엇을 삼가야 하는가를 고민할 필요가 없다. 과연 그렇게 해도 혈당이 잡힐까.
당뇨병 환자를 대상으로 미국당뇨학회가 당뇨식과 채식 실험군의 혈당 변화를 22주간 관찰한 연구에서 당화혈색소 수치가 당뇨식군에서 0.56%포인트(P) 감소, 채식군에서 0.96%P 감소한 것으로 조사됐다.
고혈압도 생활습관 개선이 아주 효과적이다. 미국 전역 24개 병원에서 약 3000명의 환자를 대상으로 오니쉬 다이어트인 저지방 식물식과 생활 습관 교정을 12주간 실시한 후 참가자의 수축기와 이완기 혈압을 측정했더니 약 9%씩 감소했다. 비만, 당뇨, 고혈압, 심장병 등 만성질환이 있는 500명의 성인 남녀가 12일간 저지방 식물식을 한 결과 총콜레스테롤 11% 감소와 함께, 수축기 혈압 7%(9mmHg)감소, 이완기 혈압 5%(4mmHg)가 감소했다.
■기적의 비만 치료제는 존재하나
‘살이 안 빠지는 건 체질인가, 약이라도 먹어야 하나?’ 다이어트를 고민하는 비만인들은 약을 먼저 찾는다.
지난해 10월 ‘기적의 비만 치료제’라던 삭센다와 위고비 등이 위장관에 부작용 위험을 높인다는 대규모 연구 결과가 의학저널 〈미국의학협회지〉(JAMA)에 발표됐다. 심한 복통으로 입원 치료가 필요한 췌장염 위험이 9배나 높아진다는 보고도 나왔다.
송무호 센터장은 “더 큰 문제는 주사를 맞다가 중단하면 식욕이 다시 증가하고 체중이 느는 요요현상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부작용과 비용 등을 감안하면 결코 좋은 방법이 아니다”고 지적했다.
비만도 여러 연구를 통해 생활 습관 개선으로 효과를 얻을 수 있다는 것이 확인되고 있다.
대규모 무작위 대조시험에서 최고의 다이어트는 공장에서 가공된 음식 대신에 자연 식물식으로 채식하는 것이라는 결과가 나왔다. 채식을 마음껏 배부르게 먹으면서, 운동을 따로 안 했는데도 불구하고 참가자들 평균 체중이 다이어트 시작 전 95kg에서, 3개월 뒤 86kg으로 줄고 6개월 뒤에는 83kg으로 약 12kg 줄었다.
■근본 치료 안 되는 자가 면역 질환
아토피, 류마티스, 베체트병, 루프스 등의 자가 면역 질환도 약물에 대한 의존이 강하다. 현대의학으로 완치가 안 되는 난치병으로 알려져 있는데 여러가지 약물치료에도 효과를 보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치료제라고 하지만 병의 원인을 치료하지는 못하고 아픈 증상만 일시적으로 완화시켜 주는 스테로이드 계통의 약들이다. 그래서 약효가 있을 때는 괜찮지만, 약 기운이 떨어지면 또 아파서 약을 매일 먹어야 한다.
그렇지만 자가 면역 질환도 약 대신에 생활 습관을 개선하면 치유의 가능성이 열린다. 송무호 센터장은 “대표적인 자가 면역 질환으로 잘 알려진 류마티스 관절염은 약에 의존하는 현대의학으로는 근본적인 치료가 안 된다. 그렇지만 가공된 음식과 동물성 식품을 피하고 자연 그대로의 식물성 식품으로 식단을 바꾸면 많은 효과를 볼 수가 있다. 자가 면역 질환의 근본 원인이 음식과 밀접한 관계가 있기 때문이다”고 설명했다.
김병군 기자 gun39@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