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물썰물] 힙한 불교?

임광명 논설위원 kmyim@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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힙하다? ‘hip’이면 엉덩이인데, 엉덩이가 왜? ‘젊지 않은’ 사람에겐 참 희한한 단어다. 찾아보니, ‘힙하다’는 놀랍게도 국어사전에도 올라 있다. ‘고유한 개성과 감각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최신 유행에 밝고 신선하다.’ 유래가 어찌 되는지는 모르겠으나, 여하튼 폼나고 간지나고 멋진, 그런 느낌이겠다. 사람에게 덧붙이자면 자유로운 영혼을 가진 반항아쯤의 이미지가 아닐까 싶다.

요즘 한국 불교계에 힙 열풍이 불고 있다. 곳곳에서 종교적 권위를 허무는 파격 시도가 나타난다. 디제잉, 밈, 인공지능(AI) 등 젊은 세대 문화와의 과감한 결합을 통해 ‘재미 있는 불교’를 추구하는 것이다. 지난달 열린 서울국제불교박람회가 그랬다. AI 부처님을 통한 고민 상담 서비스 등에 젊은이들이 열광했다. 덕분에 해당 박람회 관람객은 역대 최다를 기록했고, 그중 80%가 2030 세대였다. “불교도 힙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통했던 셈이다.

최근 힙한 불교의 대명사는 개그맨 윤성호 씨다. 뉴진스님이라는 이름으로 활동하는 윤 씨는 ‘부처핸섬’을 외치는 등 ‘디제잉’을 하며 각종 축제 무대를 휘어잡고 있다. 화려한 조명과 요란한 음악을 배경으로 삭발한 머리에 법복을 휘날리는 모습이 현란하다. 그 모습에 대중은 열광한다. 바야흐로 인기 절정이다 보니, 대한불교 조계종 총무원장 진우 스님은 윤 씨를 불러 ‘젊은 포교’를 강조하며 격려하기도 했다. 윤 씨는 지난 12일엔 서울 조계사 앞에서 열린 부처님오신날 봉축행사에 초청돼 ‘EDM 난장’ 무대를 주도했다.

그런데 윤 씨의 이런 인기가 다른 나라 불교계는 영 마뜩잖은 모양이다. 근래 윤 씨는 대만과 동남아의 나이트클럽이나 음악축제에 진출했는데, “불교의 가치와 가르침과 관련해 잘못된 인식을 심어줄 수 있다”거나 “유흥장소에서 승려를 흉내 내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등의 우려가 나오는 것이다. 말레이시아에서는 정부까지 나서서 제동을 건 탓에 예정된 공연이 최소되는 일도 벌어졌다. 우리 불교계와는 사뭇 다른 반응이다.

불교 행사로 난장의 공연은 몹시도 낯선 게 사실이다. 수행자는 언제나 적정 속에 머물며 그 행동은 무거워야 한다고 인식돼 왔기 때문이다. 젊은이들을 끌어 안기 위한 고육책이겠으나, 종교가 태생적으로 가지는 권위와 엄숙주의를 완전히 벗어던질 수 있는지 의문이다. ‘힙한 불교’ 열풍이 한때의 바람일지 아닐지는 지켜봐야 할 것 같다.


임광명 논설위원 kmyim@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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