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22대 부산 당선인들, 어떤 꿈 꾸나

전창훈 기자 jch@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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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스펙' 즐비한 22대 총선 부산 당선인들
좋은 이력과 좋은 정치인 상관관계 없어
'양대 축' '가덕특별법' 헌신 장제원·최인호
22대 당선인들 지역 위한 큰 행보 기대

4·10총선으로 부산 정치권이 새 진용을 갖췄다. 전체 18명 중 3선 이상 중진 3명, 초·재선 7명 등 무려 10명의 현역이 당내 공천과 선거를 통해 ‘원외’ 신세가 됐고, 그 빈자리만큼 새 인물들이 채워졌다. ‘15 대 3’이던 여야 비율은 ‘17 대 1’로 전국과 달리 부산은 국민의힘 의석이 더 많아졌다. 지역 정치권 전체 경쟁력을 고려하면 여야 균형의 붕괴는 아쉬운 부분이지만, 장·차관, 교총 회장, 대학 총장, 부시장 출신 등 ‘고스펙’에 전문성을 갖춘 새 당선인들의 면면을 보면 21대보다 의원 개인 경쟁력은 ‘업그레이드’ 됐다고 평할 만하다.

20년 가까이 여의도 언저리에 있었던 경험에 비춰보면 좋은 스펙과 좋은 정치인이 되는 건 그다지 상관관계가 없다. 오히려 우리 사회 엘리트 코스를 밟아온 인사들에게 ‘배지’는 화려한 커리어의 완성을 위한 수단으로 보는 경향이 없지 않다. 다만 ‘제2의 도약’과 ‘돌이킬 수 없는 쇠락’의 갈림길에 선 지역의 정치인들이 단지 선수 연장을 위해 영혼 없이 계파 정치에 골몰하거나, ‘골목 정치’에만 매달린다면 유권자들로선 불행한 일이다. 18명의 여야 의원들에게 지역 현안의 운명을 걸고 있는 부산의 사정은 더 그렇다.

최근 10년 새 부산의 그랜드 디자인을 새로 그린 대형 사업을 되돌아보면 사명감을 갖고, 집요하게 파고든 그 한 사람이 있느냐, 없느냐에 운명이 갈렸다. 21대 국회에서 부산 정치권의 굵직한 성과 두 가지가 대표적 사례다. 하나는 KDB산업은행 부산 이전과 부산월드엑스포 유치가 2022년 5월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서 국정과제로 채택된 것이고, 또 하나는 가덕신공항 특별법이 2021년 2월 26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것이다. 두 ‘명장면’을 만드는 데에는 수많은 사람이 기여했지만, 그 중 국민의힘 장제원, 더불어민주당 최인호 두 의원의 노력과 헌신은 각별하게 기억될 만하다.

충청 출신으로 사실상 ‘서울 사람’인 윤석열 대통령이 산업은행 이전, 엑스포 유치를 통해 부산을 서울에 필적하는 국가발전의 ‘양대 축’으로 키우겠다는 구상을 당선인 시절부터 확고한 의지로 표출한 데에는 최측근인 장 의원의 역할이 지대했다. 그는 당선인 비서실장으로 인수위 조직에 ‘부산엑스포 유치 TF’ 신설을 주도했고, 산업은행의 부산 이전 반대 움직임을 공개적으로 질타하는 등 ‘정권 실세’라는 신뢰 자본을 지역 비전에 아낌없이 투입했다. 일거수일투족이 집중되는 당선인 비서실장이 타 지역 반발을 무릅쓰고 지역 문제에 총대를 메는 게 쉬운 일이 아니다. 그에게 그런 부담감을 묻자 “내가 이런 일 하려고 실세 하는 거지”라며 대수롭지 않게 답하던 기억이 떠오른다. 사실 장 의원의 거침 없는 스타일을 비호감으로 여기는 사람이 적지 않지만, 그 특유의 저돌성으로 부산 재도약의 꿈을 향한 초석 하나를 놓았다는 사실은 잊혀지지 않았으면 한다. 엑스포 유치 결과는 많은 시민들에게 큰 실망을 줬지만, 적어도 부산에 국가적 역량을 쏟아붓고, 전 시민들이 하나의 꿈을 위해 달렸던 그 과정까지 무가치한 일로 여길 일은 아니라고 본다.

부산의 20년 숙원인 가덕신공항을 되돌릴 수 없는 사업으로 확정한 특별법 통과 과정에서 최 의원이 어떤 물밑 역할을 했는지는 잘 알려지지 않았다. 당시 가덕신공항 추진의 최대 난관은 김해신공항이 동남권 관문공항으로서 부적합하다는 것을 증명하는 일이었다. 최종 판단을 맡은 국무총리실 검증위원회의 주된 기류는 ‘그냥 써도 큰 문제없다’는 쪽이었다. 이때 법제처 유권해석을 바탕으로 김해신공항 재검토 결론을 이끌어내는 데 이낙연 민주당 대표가 주도적인 역할을 했는데, 그 뒤에는 당 수석대변인으로 이 대표에게 부산 민심을 전하는 동시에 국토교통부 등 주무 부처와 긴밀히 소통하면서 특별법까지 조율한 최 의원이 있었다. 특히 법안의 막바지 처리를 앞두고 각별했던 부친의 상중에도 주야 없이 동분서주하던 최 의원의 모습은 쉽게 잊히질 않는다.

공교롭게도 부산의 꿈을 위해 뛰었던 두 의원 모두 각자의 이유로 22대 국회에 진출하지 못했다. 득표효과로만 보면 전체 지역발전에 뚜렷한 족적을 남기는 것이 내 지역구에 다리 하나 놓는 것만 못한 일이 될 수도 있다. 그렇다고 전체를 위한 희생이 필요한 일에는 그저 시늉만 하면서 표 되는 지역구만 파고들자는 게 22대를 준비하는 당선인들의 생각은 아닐 것이다. 22대 국회 거대 야당과 지역의 소통채널은 더 좁아졌고, 총선에서 참패한 윤 대통령이 ‘양대 축’에 얼마나 의지를 보일지도 미지수다. 비록 어려운 현실이 놓여 있지만 18명 당선인들이 최대한의 역량을 발휘해 시민들이 오래 기억할 수 있는 명장면 하나씩은 만들어내길 기대해본다.

전창훈 서울정치부장 jch@busan.com


전창훈 기자 jch@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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