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톡톡] 1학년 선생님, 식사는 하셨나요?
이회란 부산교사노조 사무처장
큰 아이의 초등학교 입학식 날, 벅찬 마음으로 입학식에 참석했다. 순간 이상하게도 아이를 학교에 보낸 뿌듯함보다 담임 선생님 걱정이 앞섰다. 아마 직전 두 해를 1학년 담임을 한 탓일 것이다.
처음 1년은 등교부터 하교까지 숨 돌릴 틈이 없었다. 아침 시간 규칙을 3월 내내 지도하고 약속했지만, 단 한 번도 지키지 않는 아이들이 있었다. ‘참을 인(忍)’을 새기며, 다시 한 번 말했다. “교실에 들어오면 무엇을 먼저 해야 할까요?” 처음 듣는 말인 것처럼 해맑게 웃는 얼굴에 어쩔 수 없이 차근차근 다시 규칙을 설명해 주는 일은 1학년 담임의 숙명이었다.
어느 날 쉬는 시간엔 갑자기 10여 명의 아이들이 달려와 외쳤다. “선생님 A가 화장실에서 안 나와요!” 남자 화장실로 가보니 냄새만으로 상황 파악이 되었다. 다른 선생님께 잠시 교실을 부탁 드린 뒤 꼭 잠긴 화장실 문을 두드렸다. 아이는 대답도 없이 문을 꼭 잠그고 있었다. 화장실에 가고 싶은 것을 참고 놀다가 결국 바지에 똥을 싼 것이었다. 화장실에서 수습을 해보려고 노력한 것은 가상하나 그 덕분에 화장실 벽은 온통 똥칠이 되어 있었다. 아이를 닦아주고 겨우 구한 여벌 옷으로 갈아입힌 뒤 교실로 보냈다. 남은 화장실 청소는 나의 몫이었다. 교실로 돌아와 보니 A는 아무일 없었다는 듯 잘 놀고 있었다.
하교 종이 치면 아이들의 엉덩이는 들썩들썩 한다. 다만 자신이 방과후로 가는지, 돌봄으로 가는지, 바로 하교하는지 모르는 아이들이 태반이다. 간신히 아이들의 종착지를 정리하고 교문까지 하교 지도를 했는데, 교문에 있던 학부모님이 “우리 B는 어디 있냐” 물었다. 온 학교를 찾아 뒤진 후 돌봄교실에 있던 B를 찾았다. 바로 하교를 해야 하는 B가 친구를 따라 돌봄교실에 가버렸던 것이다. 결국 놀고 있던 B를 달래 부모님께 인계하고 몇 번이고 죄송하다고 머리를 조아렸다.
아이들의 하교 후 고요한 교실로 돌아오면 한참을 일어서지 못한다. 아이들과 있는 5시간 내내 온 정신과 체력을 쏟은 탓에 온몸에 힘이 하나도 들어가지 않는 탓이다. 한숨 돌리고 나서야 그동안 화장실을 한 번도 가지 못한 내 방광이 비명을 지르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 많은 일들이 주마등처럼 지나가며 3월 말 우리 아이의 첫 상담 때 담임 선생님께 여쭤보았다. “선생님 식사는 제대로 하십니까?” 세상의 모든 선생님들, 특히 1학년 선생님들! 모두 존경합니다. 사랑합니다. 언제나 응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