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폭 전력 학생, 대입 문 좁아진다
2026학년도 주요 대학 학폭 조치 사항
서울대 등 감점 또는 부적격 처리
연세대는 학생부 전형 지원 불가
현재 고2부터 사실상 진학 불가능
경계심 높아져 사건 발생 감소 기대
학교폭력(학폭) 가해 전력이 있는 학생은 사실상 국내 주요 대학과 교대로의 진학이 불가능해진다. 대부분 대학이 학폭 전력이 있는 지원자의 지원을 제한하거나 감점한다. 0.1점 차에 당락이 갈리는 대학 입시 결과에 큰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학폭=대학 진학 불가’라는 인식이 학교 현장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관심이 쏠린다.
■수시·정시 모두 감점·지원 불가 방침
정부는 학교폭력 근절 종합대책에 따라 2026학년도 대학입시부터 학교폭력 조치사항을 대입 전형에 의무 반영하도록 결정했다. 2025학년도 대입까지는 각 대학이 자율적으로 학교폭력 조치사항을 반영하지만, 2026학년도부터는 달라진다.
입시전문업체 종로학원은 2026학년도 주요 대학의 대입 전형계획 내 학폭 조치 사항 분석 결과를 13일 발표했다. 대부분 대학은 학폭 경력이 있는 지원자에게 큰 감점을 주거나 아예 지원하지 못하도록 결정한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대와 고려대, 연세대, 부산대, 성균관대, 서강대 등 주요 대학은 모두 학폭 처분에 대해 감점을 주거나 부적격 처리하기로 했다. 이들 대학은 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학폭위) 내 징계(1~9호) 중 가장 가벼운 1호(서면사과)부터 불이익을 준다. 현행 학폭위 징계는 학폭 수위에 따라 △1호(서면사과) △2호(접촉·협박·보복금지) △3호(학교봉사) △4호(사회봉사) △5호(특별교육 이수 또는 심리치료) △6호(출석정지) △7호(학급교체) △8호(전학) △9호(퇴학)를 부과하고 있다.
학폭에 대한 감점·지원 불가 조치는 수시·정시모집 모두 해당한다. 국립대인 서울대와 부산대는 수시모집 내 학생부종합전형에서 정성평가로 학폭 조치 사항을 반영한다. 사립대들도 마찬가지다. 고려대는 학생부교과(학교추천)전형은 정성평가, 논술위주전형은 전형별 총점에서 1점부터 최고 20점까지 감점한다. 연세대는 학폭위 징계 수위와 관계없이 학생부교과전형(추천형)과 실기위주전형(체육인재)에서 1호 처분 이력만으로도 지원 자격을 제한한다. 논술 위주 전형에서는 1호 처분부터 5점을 감점한다.
성균관대와 서강대는 사실상 수시모집 모든 전형에서 1호는 총점 10% 감점, 2~9호는 총점 0점으로 처리한다. 정시모집에서도 대부분의 주요 대학은 수시모집과 비슷한 감점과 지원 불가 방침을 밝혔다.
■교내 학폭 변화 영향 불가피
주요 대학들이 발표한 학폭 관련 조치에 따라 현재 고2 학생부터는 사실상 학폭 전력이 있으면 대학 진학이 불가능해진다. 올해 3월 1일부터 신고·접수된 학폭 사안부터는 6~9호 조치의 학생부 기록 보존 기간이 기존 ‘졸업 후 2년’에서 ‘졸업 후 4년’으로 연장됐다. 이에 따라 현 고2 학생이 학폭으로 6~9호 조치를 받을 경우 4년 동안은 대학 진학이 사실상 불가능해진다.
부산시교육청 학력개발원 진로진학센터 강동완 교육연구사는 “이제 사실상 고등학교 시절에 학폭 관련 처벌을 받은 학생은 대학 진학이 불가능해진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강 연구사는 “소수점 단위에서 당락이 갈리는 상위대학 입시에서 학폭으로 인한 감점은 사실상 당락을 결정지을 요소가 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는 “상위권 대학은 비슷한 성적의 수험생이 많아 1점 감점 처리만으로도 입시에선 치명적 불이익이 생긴다”고 밝혔다.
교육계에서는 대학들의 학폭 학생에 대한 강한 조치가 교내 학폭 문제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내다봤다. 학폭에 대한 학생들의 경계심이 높아짐에 따라 학폭 발생 자체가 줄어들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교육계 일각에서는 대학들의 학폭에 대한 강력한 조치 때문에 자칫 학생들 사이에서 벌어지는 크고 작은 갈등이 모두 학폭위 소관으로 넘어가면서 학폭 사건 발생 건수가 오히려 늘어날 수도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J교육연구소 전영근 대표는 “교내 학폭은 반드시 사라져야 할 문제”라고 전제한 뒤 “학폭 사건 당사자들이 대학의 학폭 처벌 조치를 악용해 대화와 교사 지도로 해결할 수 있는 사항이 과도하게 법적 처벌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김한수 기자 hangang@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