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 곳 잃은 투자금, 미국 CPI 이후 길 찾을까

김준용 기자 jundragon@busan.com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미 연준 금리 인하 유예 탓
CMA 잔액 80조 역대 최대
CPI 둔화 땐 코스피 2800선
상회 시 주가 조정 전망 내놔

제롬 파월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이 지난 1일(현지시간) 워싱턴 DC에서 열린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기준금리를 연 5.25∼5.50%로 동결한 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제롬 파월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이 지난 1일(현지시간) 워싱턴 DC에서 열린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기준금리를 연 5.25∼5.50%로 동결한 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올해 상반기로 점쳐졌던 금리 인하 시점을 사실상 유예하면서 투자금이 갈 곳을 잃었다. 투자처를 찾지 못한 자금이 단기 금융 상품에 몰리고 증시 ‘엑시트’ 현상마저 감지된다.

올해 1분기 증시 상승을 견인했던 정부의 밸류업 프로그램 이후 뚜렷한 주가 상승 모멘텀이 부족한 점도 이 같은 현상을 가속화시키고 있다.

13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9일 기준 MMF 설정액은 208조 7951억 원으로 지난달 30일(197조 1372억 원)보다 11조 6579억 원 증가했다. MMF는 단기 금융 상품에 투자하는 펀드로 수시로 돈을 넣고 뺄 수 있는 현금성 자산이다.

증권사 종합자산관리계좌(CMA) 잔액도 지난 7일 기준 83조 8411억 원으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지난해 10월만 해도 60조 원대에 머물던 월간 CMA 잔액은 연초 70조 원, 3월 80조 원대를 넘기며 상승 곡선을 그리고 있다.

CMA 계좌는 증권사가 고객 자금을 국·공채, 어음 등 단기 금융 상품에 매일 투자해 수익금을 나눠 주는 계좌다. 자유롭게 돈을 뺄 수 있어 투자 대기 자금 성격을 띤다.

반면 즉시 투자가 가능한 증시 예탁금은 MMF와 CMA와 반대로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증시 예탁금은 지난달 30일 57조 2306억 원에서 지난 9일 55조 6651억 원으로 1조 6000억 원 가까이 줄었다. 주식 투자 대신 MMF, CMA로 자금을 옮기며 중동 분쟁과 환율 급등 탓에 개인 투자자들이 국내 증시에서 발을 빼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1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개인 투자자는 이달 들어 지난 10일까지 6거래일 만에 2조 2920억 원어치 주식을 순매도했다. 앞서 2월 한 달간 개인 투자자가 8조 원 넘게 주식을 사들인 것과는 반대의 흐름이다. 개인 투자자는 금융 당국이 언급한 밸류업 프로그램에 대한 기대감을 반영하며 지난 2월, 외국인(7조 8580억 원)보다 많은 8조 4120억 원어치를 순매수했다.

하지만 당국이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을 내놓지 않으면서 3월부터 5조 원가량을 순매도하며 매도 폭을 늘렸고 이후 지난달 470억 원을 순매수했으나 이달 들어 재차 매도로 전환했다.

전문가들은 15일 오후 9시 30분(한국시간) 공개되는 미국 4월 소비자물가지수(CPI)를 상반기 증시의 분수령으로 꼽는다. CPI 상승률이 예상을 밑돌면 증시는 상승 탄력을 받고 반대로 물가 상승률이 예상보다 높을 경우 주가는 조정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전문가들은 4월 CPI는 전월 대비 0.4%, 전년 동기 대비 3.4% 상승할 것으로 추정했다. 3월(3.5% 상승) 대비 둔화한 수치다. 가격 변동성이 큰 에너지와 식료품을 제외한 근원 물가 상승률도 3.6%로 낮아질 것으로 추정했다. 앞서 3월 CPI 상승률은 시장 예상치를 웃돌았고 이에 따라 금리 인하 개시 시점이 늦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기도 했다.

이경민 대신증권 투자전략팀장은 “근원 CPI가 둔화하면 채권 금리와 달러 강세가 추가로 하락하면서 코스피지수가 2800선 돌파를 시도할 것으로 예상한다”며 “CPI 발표 이후 증시 추가 상승을 노리는 전략이 유효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증시는 코스피는 전날 종가와 비교해 0.42포인트(P)(0.02%) 하락한 2727.21P로 마감했다. 외국인과 기관이 각각 113억 원, 180억 원을 순매수했지만 개인이 133억 원을 순매도했다. 코스닥은 전날 대비 9.73P(1.13%) 하락한 854.43P를 기록했다.


김준용 기자 jundragon@busan.com

당신을 위한 AI 추천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