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스킹 공연 관리는 뒷전… 부산 지자체, 장소만 늘렸다

변은샘 기자 iamsam@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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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장군 등 버스킹 존 확대 추세
버스커, 유동 인구 적은 곳 기피
일부 질 낮은 공연 소음 민원도
“주민 협의 거친 곳서 진행해야”

지난해 8월 기장군 정관돌고래광장에서 거리공연을 진행했다. 기장군청 제공 지난해 8월 기장군 정관돌고래광장에서 거리공연을 진행했다. 기장군청 제공

부산 지자체 곳곳에서 경쟁적으로 버스킹 존을 확대하는 가운데, 정작 버스커의 공연 환경은 관리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는 불만이 나온다. 지자체 특성을 고려하지 않고 고민 없이 확대한 버스킹 존은 주민 민원을 키워 버스커들을 궁지에 몰아넣는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기장군청은 이달부터 9월까지 기장군 주요 공공 장소를 중심으로 ‘버스킹 존’을 조성한다고 밝혔다. 이달 11일 정관읍 돌고래분수광장을 시작으로 6월에는 장안읍 박태준기념관, 오는 8월에는 철마면 소나무공원과 일광해수욕장, 9월에는 기장읍 기장공영주차장에서 공연이 총 18회에 걸쳐 열린다. 버스커들은 상업적, 종교적 성격의 공연만 아니라면 개인과 단체 등 누구나 공연 참가 신청을 할 수 있다.

버스킹을 확대하는 지자체 움직임은 부산 전역에서 일어나고 있다. 부산진구청도 지난 3월부터 놀이마루 입구, 롯데백화점 후문, 영광도서 건너편 분수대 앞, 젊음의 거리 등 서면 일대 4곳에 버스킹 존을 지정해 매주 금·토요일에 거리 공연을 열고 있다. 부산 원도심 동구의 초량천 광장과 옛 부산진역사 앞도 버스킹 존으로 꾸려졌다.

갑자기 확대되는 버스킹 존과 관련해 정작 버스커들이 혼란을 겪고 있다는 목소리가 터져 나온다. 버스커들은 유동 인구가 많이 모이는 곳에서 홍보와 동시에 모금함인 팁 박스를 통해 수익을 창출하는데, 유동 인구가 적은 곳에 지정된 버스킹 존은 애초에 지원 자체를 기피한다는 것이다.

버스커로 활동하는 부산의 한 인디밴드의 멤버는 “지자체는 무대만 만들어 놓으면 예산을 들이지 않고도 공연을 열 수 있다고 보고 쉽게 버스킹 존을 조성하지만, 버스킹이 수익 창출 수단인 버스커들은 사람이 오지 않는 곳은 당연히 지원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실제로 지난 3월부터 부산진구에서 운영하는 버스킹 존은 구역마다 버스커들의 지원 빈도가 확연히 다르다. 서면문화로 분수대와 서면 젊음의 거리는 지난 3월부터 5월까지 버스커가 각 57팀과 42팀 지원한 반면, 상대적으로 인파가 덜 머무는 롯데백화점 후문 쌈지공원과 놀이마루 입구 버스킹 존의 경우 버스커들의 신청이 저조해 운영에 차질을 빚고 있다.

버스킹 존의 유동 인구 격차가 버스커들의 실력 격차로 이어진다는 지적도 나온다. 유동 인구가 적은 버스킹 존의 경우, 무대를 채우기 위해 실력이 검증되지 않은 버스커들을 무대 위에 세우다 보니 소음 관련 민원이 곳곳에서 속출한다는 것이다. 지자체가 사전에 충분히 검토하지 않은 버스킹 존 지정이 예고된 소음 민원을 불러 온다는 불만이 나온다.

소음 등 시민 민원이 제기되면 버스킹 존은 기껏 만들어 놓고도 무용지물이 되기 일쑤다. 서구 송도해수욕장은 상인 민원으로 해수욕장 내 모든 거리 공연을 금지한 바 있다. 광안리 해수욕장에서 10년간 버스킹 공연을 해온 한수성 부산버스킹협회장은 “민원에 밀려 무대를 옮겨 다닌 경험이 많다”며 “사전에 구체적인 규제나 지침이 없이 버스킹 존을 조성만 해 놓다 보니 공연을 열고도 갈등이 생기면 버스커들이 가장 먼저 밀려난다”고 말했다.

버스킹 공연계는 버스킹이 시민 문화로 자리 잡으려면 무분별한 버스킹 존 확대 이전에 준비된 무대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한 회장은 “무대만 만들어 놓는다고 버스커들이 환영한다는 것은 지자체의 착각”이라며 “버스킹이 소음이 아닌 공연으로 인식되려면 충분히 유동 인구가 있고 지역민들과 협의를 거친 공간에서 진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변은샘 기자 iamsam@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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