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벌이 된다면야…” 조폭 영화보다 더 살벌한 유튜브 ‘현피’ 중계
조회수 높이려 더 자극적 콘텐츠
시청자 돈 걸고 싸움 부추기기도
살인 생중계 계기 규제 촉구 여론
대낮에 법원 앞에서 평소 갈등을 빚은 유튜버를 무참히 살해한 영상이 생중계 되는 일(부산일보 5월 10일 자 8면 등 보도)이 벌어지며 유튜버들이 선보이는 자극적 콘텐츠가 도마에 올랐다. 특히 온라인에서 벌어진 싸움이 오프라인 싸움으로 이어지는 이른바 ‘현피’(온라인 다툼 당사자가 만나서 싸우는 것) 과정을 담은 자극적인 콘텐츠가 판을 치면서 규제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13일 〈부산일보〉 취재진이 유튜브에 ‘현피’를 검색하자 싸움 동영상이 쏟아졌다. 현피는 과거 온라인 게임이 한창 유행할 때 등장한 말이다. 게임 속 상대 캐릭터를 공격하는 ‘플레이어 킬링’(PK)이 현실에서 실제로 일어난다는 의미다.
문제는 현피 동영상이 유튜브 등에서 돈벌이 수단으로 사용된다는 점이다. 높은 조회수를 기록하거나 구독자를 확보하기 위해 갈수록 극단적이고 자극적인 내용으로 채워지고 있는 것이다. 교복을 입은 10대 2명이 교실에서 몸싸움을 벌이는 한 동영상은 ‘K 고딩 현피’라는 제목으로 게재돼 14만 회 넘게 조회됐다. ‘묻지마 폭행 당하기 3초 전 전치 6주’라는 자극적인 제목을 지닌 영상은 조회수 810만 회를 넘겼다.
현피 콘텐츠를 통해 조회수를 높이려는 시도가 범죄로 이어지는 경우도 있다. 지난해 12월 부산지법은 현피를 유도해 식당 영업을 방해한 20대 남성에게 집행유예를 선고했다. 그는 식당 사장 명의를 도용해 유튜브 채널을 만들고 ‘현피 뜰 사람 구함’이라고 공지해 관심을 끌었다. 2022년에는 한 유튜버가 라이브 방송 중 시청자와 시비가 붙어 선전포고를 한 뒤 그를 직접 찾아갔다. 그는 카메라를 차량에 올려 두고 상대에게 미리 준비한 흉기를 휘두르는 장면을 생중계했다.
방송 내용이 자극적일수록 즉각 보상이 이뤄지는 후원 시스템도 문제로 지적된다. 유튜브에서는 실시간 후원 시스템인 ‘슈퍼챗’을 통해 시청자가 적게는 1000원에서 많게는 50만 원까지 유튜버에게 보낼 수 있다. 유튜버들은 수수료를 피하기 위해 개인 후원 계좌를 화면에 띄워 놓고 방송을 한다. 시청자들이 돈을 걸고 싸움을 부추기면 현피 당사자들은 경기장 안 검투사가 된 것처럼 더 폭력적인 양상을 보인다.
올해 3월 한 인터넷게임 방송 BJ는 ‘평소 비방전을 벌이던 다른 BJ와 만나 싸우면 1500만 원을 후원하겠다’는 말에 현피를 벌였다. 조회수 13만 회가 넘는 영상 속에는 상대를 발로 차고, 20차례 넘게 머리를 때리는 모습이 담겼다. 영상 설명란에는 후원을 할 수 있는 링크가 게재됐다.
조폭과 깡패 등을 내세운 현피 콘텐츠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경기도 구리시 조폭과 현피를 벌였다는 설명과 함께 유튜브에 올라 있는 영상은 조회수 39만 회를 기록했다. 부산 법원 살인사건 피의자도 자신을 조폭 출신이라 소개하며 유튜버로 활동해 왔다.
동의과학대 경찰경호행정과 박윤기 교수는 “자극적인 키워드를 앞세운 현피 콘텐츠는 유튜브 수익과 직결되는 경우가 많다 보니 라이브 방송을 진행하며 폭력 행위가 처음 계획보다 심각한 수준까지 부추겨지는 경향이 있다”며 “해외 플랫폼인 유튜브를 통해 생중계되는 폭력 행위를 어떻게 규제할 것인지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양보원 기자 bogiza@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