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무김밥 값 올려야 하나” “파전에서 오징어 줄일까”
김·오징어발 수산물 물가 급등
마트 수산물 코너엔 근심 한가득
자갈치 시장도 80% 이상 외국산
가공업계 “원료값 상승 매출 급감”
장기적 공급망 관리 필요성 절실
지난 11일 오후 4시 부산 연제구 한 대형마트. 주말을 맞아 장을 보러 온 시민은 돼지·소고기 진열대에 북적일 뿐 바로 옆에 있는 수산물 코너에는 좀처럼 눈길을 주지 않았다. 특히 2마리당 1만 1960원에 판매 중인 생오징어는 30분 동안 집어 가는 사람이 없었다. 주부 이혜영(52·부산 연제구) 씨는 “요새 오징어나 김 같은 수산물이 비싸진 게 체감돼, 당분간은 육고기 위주로 소비하려 한다”면서 “설령 산다고 해도 온라인 최저가부터 검색해 볼 것”이라고 말했다.
오징어와 김 등 주요 수산물 가격이 기후변화 등 대외 변수에 따라 수시로 요동치면서 밥상 물가도 비상이다. 지역 상인들과 가공업계도 원재료비 상승과 수산물 소비 감소로 매출 유지가 어렵다며 한숨을 내쉰다.
■“1년 새 매출 반토막”
부산 연산동에서 10년 넘게 충무김밥 가게를 운영하는 A 씨는 김과 오징어 가격이 모두 급등해 고민이 깊다. 2년 전에 이미 가격을 한 차례 올렸는데, 또다시 인상하려니 손님이 떨어져 나갈까 걱정이다. A 씨는 “재룟값이 너무 많이 올라 충무김밥 가격을 5000원에서 6000원으로 올린 게 불과 2년 전”이라면서 “시장 가게들도 이미 모두 7000원씩 받는데 단골들한테 미안해서 아직 올리지 못하고 있다. 지금 가격으로는 가게 유지가 어렵다”고 토로했다. 주례동에서 식당을 운영 중인 이경화(56·부산 부산진구) 씨는 “수산물 가격이 비싸져 해물파전, 오징어볶음 등 메뉴의 재료를 줄일지 고민 중”이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지역 최대 규모 수산물 시장인 자갈치시장도 외국산에 의존해 매출을 유지하는 상황이다. 이미 판매 중인 수산물의 80%가량이 외국산이라는 게 상인들의 전언이다. 자갈치시장 상인회 관계자는 “특히 오징어는 국산 활오징어는 아예 없고 해외산 냉동이나 갑오징어, 마른오징어 정도가 전부”라면서 “정부가 수산물 할인 행사를 벌이고 있어 가격 상승을 억누르고는 있지만 경기 자체가 워낙 안 좋아 매출 걱정이 크다”고 말했다.
수산물을 원료로 하는 지역 가공업계도 울상이다. 부산은 수산물 가공업 규모가 전국에서 가장 큰 지역이다. 해양수산부 수산물가공업 통계에 따르면 가장 최신인 2022년 기준 부산의 수산물 가공업 생산량은 38만 5883t으로 전국 16개 시도 중 1위다. 종사자 수만 1만 6180명에 달해 지역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상당하다.
부산 사하구 수산물 가공업체 대표 B 씨는 “국내 연근해에서 잡아 올린 수산물이 크게 줄면서 수입하는 경우가 많아졌는데 고환율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홍해 발 물류 대란 등으로 원재료값이 크게 올랐다”면서 “순 매출이 전년 대비 절반 가까이 줄었지만 제품 가격을 올리면 소비자가 축산물이나 농산물 등 대체 식품으로 눈길을 돌릴까 봐 울며 겨자 먹기로 유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예측 불가 ‘생산량’, 대책은
수산물 물가는 생산량에 큰 영향을 받는다. 하지만 수산물 생산량은 수온이나 해류 등 영향을 주는 대외 변수가 많아 예측이 쉽지 않다. 전국 고등어의 80% 넘게 유통하는 부산공동어시장은 지난해 고등어 풍년에 힘입어 15만 2000t을 위판하고 7년 만의 최고 매출액을 달성했다. 하지만 선사는 물론 국내 해양수산 연구기관도 지난해 유달리 고등어가 많이 잡힌 이유를 정확히 파악하지 못했다. 이미 결과가 나온 어황을 분석하는 것조차 어렵다는 뜻이다.
갈치의 경우 올해 서해의 수온이 상승하면서 생산량이 줄었는데, 같은 기간 동해는 오히려 수온이 소폭 떨어졌다. 올 1월부터 지난달까지 냉장 갈치의 누적 생산량은 8863t으로 전년 같은 기간보다 45% 줄었다. 김은 특이하게 국내 공급량이 해외 수요를 따라잡지 못하면서 가격이 폭증한 경우다. 최근 몇 년 사이 김 과자, 냉동 김밥 등 김을 재료로 하는 음식이 유행하면서 지난해 김 수출액은 사상 처음 1조 원을 돌파했다.
생산량을 보전하기 위한 해외 수입 물량도 지정학적 리스크나 환율 등에 영향을 받아 가격 변동성이 크다.
가격과 생산량 예측이 어려운 만큼 정부가 국내외 공급망 다각화에 미리 나서야 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수입 관세를 면제하고 정부 비축 물량을 푸는 단기 대책으로는 치솟은 물가를 잡는 데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해수부는 뒤늦게 해외 오징어 대체 어장을 추가 확보하고, 축구장 3800개 넓이에 달하는 김 양식장을 신규 개발하겠다고 밝혔지만 생산량이 늘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부경대 김도훈 해양수산경영경제학과 교수는 “수산물은 환경이 좋아 생산량이 크게 늘더라도 동시에 부패성이 강해 빠르게 판매할 수밖에 없어 다른 품목에 비해 가격의 등락이 크게 나타난다”면서 “국내외 생산 거점을 확보하고 유통망을 확대해 국내 수산물 공급망을 보다 철저히 관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상배 기자 sangbae@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