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영화제 수상 '깨진 바루', 국내 개봉 왜 이리 힘든지…
인도 영화제서 최우수 작품상
2013년 스님 집단 폭행 모티브
김행수 감독 “불교 변화” 촉구
올해 열린 해외 영화제에서 ‘한국 불교 개혁’을 주제로 최우수 작품상을 받은 독립영화가 배급사를 찾지 못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 영화를 제작한 감독은 부처님오신날을 맞아 영화가 세상 밖으로 나올 수 있게 해달라며 시민들의 관심을 촉구했다.
김행수 감독이 제작한 영화 ‘깨진 바루’는 지난 2월 열린 인도 두바이 국제영화제(IDIFF)에서 외국영화 부문 최우수 작품상을 받았다. 2013년 8월 서울에서 발생한 스님 집단 폭행 사건을 모티브로 한국 불교의 부조리를 고발한 영화다. 영화 제작을 마치고 국내 개봉을 위해 배급사를 물색 중인 김 감독은 부처님오신날을 맞아 영화 개봉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김 감독은 “현재 우리나라 불교 사회에는 수행은 뒷전이고 복(福)을 판매하는 데 혈안이 된 승려들이 많다”며 “기복 불교를 타파하고 수행 불교를 회복해야 한다는 마음으로 영화를 제작하게 됐다”고 취지를 밝혔다. 서울예술대 영화과를 졸업한 김 감독은 영화 ‘단’, ‘신라 승 김교각’, ‘6조’ 등의 작품을 제작했다.
김 감독의 바람과는 달리 배급사를 찾는 것은 쉽지 않은 상황이다. 당초 김 감독은 이달 개봉을 목표로 배급사와 논의를 이어갔지만 아직 진척은 없는 상태다. 그는 “소규모 독립영화고, 주제도 민감하다 보니 선뜻 나서는 배급사가 없다”며 “많은 사람이 이 영화를 보고 한국 불교의 문제에 공감할 수 있도록 관심을 기울여 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영화 ‘깨진 바루’는 불교계의 부패를 척결하기 위해 개혁을 주장하던 묵계 스님이 승려들로부터 집단 폭행을 당하고 실종되는 사건에서 출발한다. 묵계 스님을 정신적 지주로 의지하던 강상태 기자는 스님을 찾아 나서고, 병든 몸으로 산속에 숨어 사는 묵계 스님을 발견한 뒤 복수를 다짐한다. 취재를 이어가던 강 기자는 ‘불편한 기사’를 썼다는 이유로 스님들로부터 폭행을 당하게 되고, 결국 그는 폭력을 지시한 불교계 권력자 광불 스님을 납치해 죗값을 묻는다.
김 감독의 상상력에서 출발한 ‘깨진 바루’는 관객들에게 왠지 모를 기시감을 남긴다. 검은색 선글라스를 끼고 외제 차를 탄 채 이동하는 큰스님, 고려시대 불상을 탐내며 가격부터 알아보는 스님의 모습 등이 부패한 불교를 상징하는 이미지로 활용된다. 김 감독은 영화적 상상력을 통해 종교가 지녀야 할 가치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올해 열린 ‘인도 두바이 국제영화제’에서도 이러한 점이 좋은 평가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지금 한국 불교는 망하던 고려말 상황과 한치도 다를 것 없는 기복 불교 천지가 돼버렸다. 부처님오신날을 맞아 한국 불교가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며 “불교 신자의 비율이 전국에서 가장 높은 것으로 알려진 부산에서 불교 개혁의 불씨가 시작되면 전국으로 퍼져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탁경륜 기자 takk@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