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의 재구성] “이라크 발전소 사업 기밀 유출로 협력사 100여 곳도 피해”

김성현 기자 kksh@busan.com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STX마린서비스, 전 임원 고소
계약서·배치도 등 빼돌린 혐의
“연 1100억 매출 핵심사업 손실
200억 규모 부품업체 손해 우려”

부산지검 건물 전경 부산지검 건물 전경

이라크 현지에서 디젤발전소를 운영하는 국내 업체의 전직 임원이 영업 기밀을 해외로 빼돌린 혐의로 재판을 받게 됐다. 피해 업체는 주요 국가사업과 관련한 전직 임원의 불법 행위로 회사는 물론 국가적으로도 막대한 피해가 우려되는 상황이라고 호소한다.

부산지검 형사1부(부장검사 신종곤)는 지난 9일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 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 등의 혐의로 50대 남성 A 씨를 기소했다. 검찰과 STX마린서비스 등에 따르면, STX마린서비스는 2012년 7월 이라크 정부와 이라크 4개 지역 디젤발전소를 운영하는 계약을 맺었다. 해당 발전소들은 예전 STX그룹 계열사인 STX중공업이 건설했다. STX마린서비스의 연 매출 2000억 원 중 이라크 발전소 유지·보수와 관련된 매출이 1100억 원에 달할 정도로, 매출 비중이 높다.

A 씨는 2015년 7월 이라크 발전소 사업을 총 책임지는 본부장 업무를 맡았다. 검찰에 따르면 A 씨는 회사 기밀을 빼돌리기로 마음먹고 STX마린서비스에 재직 중이던 2020년 9월, 국내에 플랜트사업 자문업체를 별도로 설립했다. 이후 STX마린서비스 부하 직원들을 자신의 업체로 이직시키기도 했다.

검찰은 이들이 이직하는 과정에서 영업비밀로 관리하고 있는 이라크 발전소 사업 계약서와 배치도 등 운영·기술 관련 자료 120여 건을 유출한 것으로 본다. A 씨가 국내에 설립한 회사는 이라크에 있는 STX마린서비스의 하청 업체 계열사로, A 씨는 이 업체의 실소유주 이라크인 B 씨와 함께 해외에 별도의 업체를 설립하기도 했다.

A 씨는 영업비밀 유출 외에도 이라크 하청 업체에 부당이득을 제공하고, 저질 윤활유 공급에 따른 발전소 엔진 손상을 입힌 혐의 등 업무상 배임 혐의도 받고 있다. 배임 혐의와 관련, STX마린서비스가 2022년 5월 부산경찰청에 A 씨를 고소해 수사가 진행 중이다.

STX마린서비스 측은 A 씨가 불구속 기소됐지만, 아직 회사의 사업을 방해하고 탈취하기 위한 행위를 계속하는 중이라고 호소한다. STX마린서비스의 이라크 사업과 관련해서 부품 등을 공급하는 국내 협력 업체만 100여 곳이나 된다. 이 중 부산·경남 업체 매출은 약 200억 원에 달한다.

STX마린서비스 관계자는 “A 씨가 회사의 대규모 해외 사업을 탈취하기 위해 이라크 하청 업체와 공모해 이라크 정부와의 수의 계약을 무산시키고, 유출한 영업비밀을 활용해 해당 사업의 공개 입찰에도 참여했다”며 “발전사업 관련 영업비밀은 국가 안보와도 직결돼 국가적 차원의 관심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한편, STX마린서비스는 2021년 12월 무역의 날 수출탑 1억 불을 수상했으며, 부산시 우수기업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김성현 기자 kksh@busan.com

당신을 위한 AI 추천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