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승의날 축하 이어져도 교사들은 활짝 웃지 못했다
부산 학교 곳곳서 기념행사
교사끼리 격려, 이색 공연도
“무너진 교권 우려” 한목소리
교사노조, 부산교원 설문 조사
“근무 여건 좋아졌다” 3.8% 뿐
“난 너를 사랑하네. 이 세상은 너뿐이야.” 깜짝 공연을 준비한 네 명의 교사가 무대에 올라 가수 이문세 노래 ‘붉은 노을’을 열창했다. 13일 오후 부산 남구 용소초등에서 진행된 스승의 날 행사 모습이었다. 무대 위 교사들이 등을 돌리자 각자 등에 붙인 ‘용두사미’ 글자가 나타났다. 동료 교사들에게서 함박웃음이 터져 나왔다.
스승의날을 맞아 부산 학교 곳곳에서 교사들을 위한 기념행사가 펼쳐졌다. 북구 화명동 화신중에서는 교사들이 등교하는 학생들을 맞이하는 기념식이 열렸고, 북구 금곡동 금곡초등에서는 전학생이 강당에서 교사에게 꽃을 달아주는 행사를 진행했다.
스승의 은혜에 감사하는 뜻깊은 날에도 주인공인 모든 교사들이 활짝 웃지는 못했다. 서울 서이초등학교 교사 사망 사건 이후 처음 맞는 스승의날, 학교 현장에서는 무너진 교권과 개선 없는 학교 현장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지난해 7월 서이초 교사 사망 사건 이후에도 학교 현장에서 교사들이 겪는 악성 민원은 현재 진행형이다. 지난해 말 부산 한 초등학교에서는 학생의 몸에 남은 학대 흔적들을 본 한 교사가 “아동학대가 의심된다”며 교육청에 신고했다가 도리어 학부모에게 아동학대로 신고 당했다. 경찰과 교육청 조사를 거쳐 교사는 무혐의 결과가 나왔지만 학생을 걱정하는 마음이 보복성 아동학대 신고로 되돌아온 사건은 트라우마로 남았다.
정당한 학습지도에도 교사가 오히려 아동학대 가해자로 신고 당하는 일은 일상이 됐다. 부산교사노동조합 관계자는 “학부모가 교사를 아동학대로 신고하는 일이 수시로 벌어진다”며 “교사의 원칙에 따른 학습지도를 해도 불만을 가진 학부모들이 보복성으로 교사를 신고하거나 민원을 제기한다”고 말했다.
교사들도 무력감을 호소한다. 스승의날을 맞아 부산교사노조에서 진행한 ‘2024 부산 교원 인식’ 설문조사에서 부산 교사 중 63.8%(198명)는 ‘최근 1년간 이직 또는 사직을 고민한 적 있다’고 응답했다. ‘현재 교직 생활에 만족한다’고 답한 응답자는 21.6%(67명)에 불과했다.
서이초 사건 이후 지난해 9월 ‘교사의 정당한 생활지도는 아동학대로 보지 않는다’는 내용을 담은 ‘교권회복 4법’이 통과됐지만 교사들은 변화를 체감하지 못했다. ‘교권회복 4법 개정 이후 학교 근무 여건이 좋아지고 있느냐’는 질문에 단 3.8%(12명)의 교사가 ‘그렇다’고 답했다. 10명 중 7명을 훌쩍 넘는 77.4%(240명)는 ‘그렇지 않다’ ‘매우 그렇지 않다’고 답했다.
악성 민원이 늘면서 교육 활동에 제약도 생겼다. 부산 초등학교에 재직 중인 진보연(39) 교사는 “첫 부임 때는 선생님으로서 존중이 있어 교육활동에도 자신이 있었는데 지금은 문제의 소지는 없을지 검열이 앞선다”며 “교사의 교육을 학생과 학부모가 온전히 믿어주어야 교사들도 적극적으로 학생을 위하는 활동을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변화를 이끌기 위해서는 학교 자율성에만 기대서는 안된다는 지적이 이어진다. 부산교사노조 김한나 위원장은 “교권회복 4법이 통과됐지만 수업 방해 학생과의 분리 지도 등 교실에서 일어나는 문제는 교사의 재량에만 맡겨져 있다”며 “구체적인 매뉴얼을 갖춘 내용으로 법제화돼야 교실 변화로 이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변은샘 기자 iamsam@busan.com , 이우영 기자 verdad@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