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북항 1부두, 창업 성지 ‘스타트업 파크’로 키운다
부산시, 중기부 공모 사업 신청
역사적 가치 물류창고 원형 유지
창업·문화·전시 복합 공간 조성
세계유산 등재와 함께 추진 계획
부산항 북항 제1부두 일대에 대규모 복합 창업·문화 공간인 ‘스타트업 파크’가 추진된다. 역사적 가치가 높은 부두 창고의 원형 등을 유지하면서, 이 공간을 활용해 문화와 창업이 공존하는 거점 시설로 키운다는 계획이다. 스타트업 파크가 안착하면 북항 일대가 창업 성지로 자리 잡아 부산의 새로운 성장 모멘텀을 끌어낼 것으로 기대된다.
부산시는 지난달 16일 중소벤처기업부의 ‘스타트업 파크 조성사업’에 공모 신청서를 제출하고 본격적인 유치전에 들어갔다고 14일 밝혔다. 앞서 시는 총사업비 376억 원을 들여 북항 제1부두 물류창고를 원형은 그대로 둔 채 내부를 리모델링해, 창업·문화·전시 복합 공간으로 조성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중기부의 공모 사업에 선정되면 설계용역과 건설 비용 등 총 126억 원을 지원받아 시의 재정 부담을 크게 덜 수 있다.
스타트업 파크는 100개 이상의 창업기업과 투자자, 공공 혁신기관 등이 자유롭게 소통하며 성장하는 개방형 공간을 만드는 사업이다. 북항 제1부두에 창업기업을 위한 오피스를 포함해 공공기관·금융기관 등이 한자리에 모이는 대규모 창업 인프라를 조성한다는 게 시의 계획이다. 중기부는 이달 중 현장실사, PT발표 등을 거쳐 최종 후보지 1곳을 선정한다. 2019년 이후 인천·대전·천안·경산에 총 4곳의 스타트업 파크가 들어섰다. 이번 공모엔 전북·전남·울산·충북·충남·제주 등 부산을 포함해 7곳이 도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시가 공모 이전부터 북항 일대에 ‘부산 혁신창업타운’을 준비해 온 것이 상당히 유리하게 작용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지난해부터 시와 산업은행, 지역 이전 금융 유관기관·공공기관 등은 창업타운 TF를 구성해 관련 내용을 고도화했다. 시 관계자는 “혁신창업타운 사업 내용을 한 단계 더 발전 시킨 게 스타트업 파크”라고 설명했다.
스타트업 파크는 북항 제1부두의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와 함께 추진할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다. 시는 오는 2028년까지 제1부두의 세계유산 등재를 목표로 하고 있다. 지난해엔 북항 제1부두 등 부산 근대유산 9곳이 세계유산 잠정목록에 올랐다. 지난해 제1부두에 도서관 신축이 추진되기도 했으나, 세계유산 등재 악영향 등을 고려해 시 세계유산심의위원회에서 사업이 ‘보류’ 됐다. 지난 8일 열린 세계유산위원회 회의에서 스타트업 파크 사업 추진 여부는 ‘조건부 가결’로 결정됐다. 제1부두 원형을 훼손하지 않고 내부 리모델링을 통해 장소의 역사성을 보존한 활용안에 위원회도 동의한 셈이다.
시는 제1부두의 세계유산 등재에 악영향이 없을 것으로 전망한다. 또 역사성을 간직한 창고형 공간이 스타트업 파크 안착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본다. 혁신과 창의성을 강조하는 스타트업은 최근 사무적 효율성만 강조된 형태보다 감각적이면서 이색적인 공간을 더 선호한다. 역사성 있는 창고형 공간이 업계의 주목도를 끌어내 우수 기업과 투자자 유치에 훨씬 유리하다는 것이다.
시 관계자는 “스타트업 파크 조성과 관련해 문화재청에 자문을 얻은 결과, 시가 구상하고 있는 설계안을 세계유산위원회에서 검토를 받아 진행하는 게 좋겠다는 답변을 얻었다”며 “다른 지자체와 달리 사업 부지가 이미 마련돼 인허가 과정 없이 빠른 시일 내에 조성이 완료된다는 점도 유치에 유리하게 작용한다”고 말했다. 시는 공모에 선정되면 내년 10월 문을 열 계획이다.
남형욱 기자 thoth@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