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즈 2·3·4 연속 천만 반열
한국 영화 가운데 24번째 기록
자기복제·스크린독과점 숙제도

영화 ‘범죄도시4’ 스틸컷. 에이비오엔터테인먼트 제공

마동석 주연의 영화 ‘범죄도시4’가 천만 영화 반열에 올랐다. 한국 시리즈 영화 가운데 세 작품 연속 관객 천만 명을 모은 건 처음이다. 시리즈가 8편까지 기획된 상황에서 이번 기록으로 흥행 동력을 얻었지만, 한편으론 자기 복제와 스크린 독과점 논란도 함께 불거지면서 한국 영화계의 명과 암을 보여준다는 반응도 나온다.

15일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을 보면 ‘범죄도시4’는 개봉 22일째인 이날 누적 관객 수 1000만 명을 넘었다. ‘범죄도시’ 시리즈 2편(1269만 명), 3편(1068만 명)을 잇는 천만 기록이다. 시리즈 네 개 작품 가운데 천만 명을 못 넘긴 건 청소년 관람 불가 등급이었던 ‘범죄도시1’뿐이다. 1편은 작품성 면에선 가장 높게 평가받고 있다.

‘범죄도시4’는 한국 영화 중 24번째로 천만 영화에 올랐다. 외화를 포함하면 역대 33번째다. 올해 개봉작으로 범위를 좁히면 ‘파묘’ 이후 두 번째 천만 영화다. 시리즈 영화가 연속으로 관객 1000만 명을 넘긴 건 ‘신과 함께’ 2부작(2017·2018), ‘범죄도시’ 시리즈 두 차례였다. 이번 기록으로 ‘범죄도시’는 한국 시리즈 영화 중 유일하게 세 작품 연속 ‘트리플 천만’을 밟게 됐다. 1~4편의 누적 관객 수를 모두 합하면 4000만 명이 넘는다.

이 작품은 주인공인 강력계 형사 마석도가 동료들과 힘을 합쳐 악독한 범죄자들을 잡아들이는 이야기다. 구도가 단순하지만, 통쾌한 주먹 액션과 실없이 던지는 농담과 유머로 웃음을 유발한다. 주연뿐 아니라 기획, 제작, 각본 등을 맡아 시리즈를 주도해 온 마동석은 앞으로 8편까지 내놓을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다만 최근엔 마석도의 권선징악 원맨쇼가 ‘자기 복제’로 느껴진다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마동석 역시 이 같은 평가에 ‘자기 복제’가 어느 정도 불가피하다고 강조하면서도 앞으로의 시리즈에 변화를 예고했다. 현재 5~8편은 시나리오 작업 중이다.

스크린 독과점의 씁쓸한 현실을 보여준 사례란 지적도 나왔다. 영화진흥위원회에 따르면 ‘범죄도시4’는 개봉 첫 주말인 지난 4월 27일 상영 점유율이 82%에 달했다. 2012년 일일 상영 점유율 집계를 시작한 이래 역대 최고 수치다. 하루 극장에 걸리는 영화 10편 중 최소 8편이 ‘범죄도시4’였단 의미다. 이하영 하하필름스 대표는 지난 2일 열린 ‘한국 영화 생태계 복원을 위한 토론회’에서 “극장들이 서로 경쟁적으로 관객을 끌어들이려고 한 결과”라며 “해도해도 너무한다”고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하지만 업계에선 스크린 독과점의 책임을 ‘범죄도시4’에만 지울 수 없다는 반응이 지배적이다. 한 멀티플렉스 업계 관계자는 “관객 10명 중 9명이 ‘범죄도시4’를 예매하니 수요를 반영할 수밖에 없다”며 “이달에는 개봉작도 많지 않아 더욱 그럴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했다. 한 제작사 관계자는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영화에 대한 관객 선택이 더 확고해졌다”면서 “예전보다 독과점이 높아진 건 아쉽지만, 특정 영화만 지적하는 건 맞지 않다”고 말했다.

남유정 기자 honeybee@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