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법원 설치” 밝힌 윤 대통령… 야 협조 얻어 추진할 수 있을까

박석호 기자 psh21@busan.com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취임2주년 기자회견 저출생대응기획부 신설 방침 밝혀
민생토론회에서는 "노동약자 보호" 노동법원 설치 주문
정부조직법·법원조직법 개정 사안…야당 협조 필수

윤석열 대통령이 14일 서울 중구 서울고용복지플러스센터에서 열린 스물다섯번째 '국민과 함께하는 민생토론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윤석열 대통령이 14일 서울 중구 서울고용복지플러스센터에서 열린 스물다섯번째 '국민과 함께하는 민생토론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윤석열 대통령이 집권 3년 차를 맞아 저출생대응기획부, 노동법원 등을 새로 만들겠다면서 강력한 정책 의지를 내비치고 있다. 하지만 정부와 법원에 새로운 조직을 신설하기 위해서는 국회에서 법안 통과가 우선돼야 하기 때문에 여소야대 환경에서 그 관문을 어떻게 넘어설 수 있을지 주목된다.

윤 대통령은 지난 9일 '윤석열 정부 2년 국민보고 및 기자회견'에서 "국가 비상사태라고 할 수 있는 저출생을 극복하기 위해 국가의 모든 역량을 총동원하겠다"며 "저출생 고령화를 대비하는 기획부처인 가칭 저출생대응기획부를 신설하겠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저출생대응기획부 장관이 사회부총리를 맡도록 해서 교육, 노동, 복지를 아우르는 정책을 수립하고 단순한 복지정책 차원을 넘어 국가 어젠다가 되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이어 "저출생대응기획부 신설을 위한 정부조직법 개정에 국회의 적극적 협력을 요청한다"며 국회에서 다수 의석을 차지한 야당에 입법 협조를 구했다.

윤 대통령은 14일 서울고용복지플러스센터에서 25번째 민생토론회를 주재한 자리에서 "보다 근본적인 차원에서 노동약자들을 보호하는 제도적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며 "노동약자 지원과 보호를 위한 법률을 제정해 노동약자를 국가가 더 적극적으로 책임지고 보호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임기 중 노동 법원의 설치에 관한 법안을 낼 수 있도록 지금부터 빨리 준비해달라"고 주문했다. 윤 대통령은 "노동부와 법무부가 협의를 하고 필요하면 사법부와도 협의를 해달라"며 "우리 사회도 이제 노동법원의 설치가 필요한 단계가 됐다"고 말했다. 이어 "노동 관련 형법을 위반했을 때, 또 민사상 피해를 보았을 때 이것을 원트랙으로 다룰 수 있는 시스템이 만들어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윤 대통령이 정부와 법원에 새 기구를 만들겠다는 입장을 내놓은 것은 저출생 극복과 노동약자 보호라는 국가적 정책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제도적 뒷받침이 꼭 필요하다는 인식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윤 대통령이 이번 구상을 완수하기 위해서는 입법 절차를 반드시 거쳐야 한다는 점이다.

저출생기획부는 정부조직법, 노동법원은 법원조직법을 각각 개정해야 한다. 원내에 무려 192석을 보유하고 있는 거대 야당의 협조 없이는 신설이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대통령실 관계자는 "저출생 위기 극복과 노동약자 보호는 국가적 과제이다. 야당이 대승적으로 협력해줄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야당도 발목잡기라는 비판을 의식한 듯 즉각적으로 반대 입장을 내놓지는 않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박찬대 원내대표는 저출생기획부 신설 계획에 대해 "전향적으로 찬성하는 바"라며 "야당으로서 협조할 일, 함께 할 부분이 있는지 전향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채상병 특검법에 대해 윤 대통령이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가 가능성이 높고, 김건희 여사 관련 의혹 등으로 정국이 급랭하고 있어 법안이 실제 국회에서 논의될 때 야당이 협조해줄지는 미지수다.

일각에서는 어떤 결론이 나든 윤 대통령이 손해 볼 일은 없다는 분석도 나온다. 새 기구가 만들어지는 것이 최상의 상황이지만, 그렇지 않더라도 윤 대통령의 국정 운영 의지를 야당이 사사건건 방해하고 있다는 점이 부각될 수 있다는 것이다.


박석호 기자 psh21@busan.com

당신을 위한 AI 추천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