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로365] 빅테크 기업들에 대한 제재 필요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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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소연 법무법인 예주 대표변호사

부산 법원 바로 앞에서 칼부림 사망 사건이 발생했다. 법원 횡단보도 앞에 서 있던 많은 사람들이 그 광경을 목격했고, 길거리에 흥건했던 핏자국은 법원을 오갈 때마다 끔직한 현장을 되새기게 한다. 온라인에서의 다툼이 현실에서 살인까지 이어진 참극이다. 그동안 유튜브의 자극적인 콘텐츠에 대한 문제는 꾸준히 제기되어 왔지만, 살인 현장이 실시간으로 방송되고, 그 영상이 수십만 조회수가 될 때까지 무방비로 노출되다니 믿기 어려운 현실이다.

가해자가 검거되는 순간까지도 자신의 계정에 구독자들을 향해 인사를 남긴 걸 보니, 그간의 가해자와 피해자의 갈등 그리고 살인까지 이어진 일련의 일들은 플랫폼에서의 구독자들의 ‘관중 효과’의 영향이 지대한 것으로 보인다. 구독자들의 호응과 즉각적인 반응, 그리고 부추기는 분위기 속에서, 더 자극적인 콘텐츠를 찾게 되고, 그 수요에 맞춰 수익을 창출하기 위한 유튜버들의 전쟁으로 온라인 세계에서 법과 도덕은 도외시되고 있다. 폭력과 마약 경험담 등 조폭들의 불법 콘텐츠들도 제재없이 조회수로 수익금을 올리고 있다니 온라인의 세계는 이미 필터링 기능이 사라졌다.

부산 법원 앞 칼부림 사망 사건

온라인 다툼이 현실로 이어진 참극

살인 현장 실시간 방송, 수십만 조회

온라인 세계 불법 콘텐츠 필터 상실

범죄수익금 계좌 동결 등 엄격한 규제

해외 플랫폼 제재 법안 신설 검토해야

인스타그램, 페이스북, 유튜브 등 온라인 콘텐츠가 활발해지면서, 그로 인한 분쟁은 더 다양해지고 그 정도는 심각해지고 있지만, 이를 위한 예방책이나 제재는 그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이번 사건으로 유튜브 등 온라인 콘텐츠에 대한 제재를 가하여야 하고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는 많지만, 실시간으로 수없이 쏟아지고 있는 해외 플랫폼의 콘텐츠들을 국내에서 어떻게 규제해야 할지가 막막한 상황이다. 결국 콘텐츠 창작자나 소비자의 자정 노력에 기댈 수밖에 없다는 목소리도 있지만, 개개인을 제어할 수 없다면, 빅테크 기업들을 제재하는 방향으로 정책과 법을 제정하여야 한다. 빅테크 기업들은 유료 후원금 중 일부를 수수료로 가져가다 보니, 극단적인 콘텐츠의 제재에 적극적이지 않고 오히려 방치하고 있다는 비판까지도 나오고 있다.

국내는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에 의해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에게 허위정보 등 불법 콘텐츠에 대한 삭제 등을 요청받았을 경우 삭제 및 임시조치 의무와 자율 규제 규정을 두고 있다. 그러나 이는 요청에 따른 소극적 의무에 그치고, 제재 조치가 미비하여 실효성에 의문이 있다. 이번 부산 칼부림 영상도 경찰 통보를 받고 즉시 방송통신위원회에서 구글에 삭제 요청을 했다고 하지만, 삭제되기까지 10시간이나 걸렸다고 한다.

그렇다면 해외 플랫폼을 어떻게 제재할지가 문제인데, 유럽연합이 지난해 8월부터 도입한 디지털 서비스법(DSA)을 국내에서도 검토할 필요성이 있다. 핵심은 “오프라인에서 불법으로 간주되는 행위는 온라인에서도 금지된다”는 원칙이다. DSA에 의하면 글로벌 플랫폼은 자사 플랫폼에서 허위 정보, 차별적 콘텐츠, 아동 학대, 테러 선전 등의 불법 유해 콘텐츠를 의무적으로 제거해야 한다. 이를 위반할 경우 매출의 최대 6%의 과징금을 부과하며, 반복적으로 위반할 경우 EU 가입국에서 퇴출될 수 있도록 정하고 있다. 독일은 NetzDG(소셜 네트워크에서의 법 집행 개선을 위한 법률)을 시행하여, 이용자가 신고한 불법 콘텐츠를 소셜 네트워크 사업자가 24시간 내 처리하여야 하며, 신고 절차 및 재심사 절차를 마련하고 반기별로 불법 콘텐츠 처리 결과를 담은 투명성 보고서를 발간하도록 하는 등 사업자의 책임성을 강조하고 있다. 독일의 NetzDG는 프랑스, 영국, 싱가포르, 인도, 브라질 등 최소 25개 국가에서 유사한 모델을 직·간접적으로 채택하고 있고, 법 시행 후 사례를 조사한 결과, 유튜브는 신고된 콘텐츠에 대해 매우 신속하게 대응하고 있다고 하는 바, 그 실효성이 입증되고 있는 만큼 우리나라도 법안 제정에 있어서 참고하여야 할 것으로 생각된다.

그간 우리 정부는 온라인 플랫폼법 입법 논의를 하다가, 민간기업들끼리의 자율 규제로 충분하다고 하면서 손을 놓고 있었다. 해외 플랫폼 사업자를 제재하기 어렵다고 방치할 것이 아니라, 해외 사례를 참조하여 법 집행을 강제해야 할 것이다. 더불어 ‘현피’(온라인 다툼 당사자가 만나서 싸우는 것)과정을 담은 콘텐츠나 불법적인 영상으로 개인 후원계좌를 버젓이 영상에 띄우는 경우도 판을 치고 있는데, 그러한 영상이 발견되는 즉시 범죄수익금으로 계좌를 동결하는 조치를 취하여 엄격하게 규제할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 콘텐츠 창작자 입장에서도 내가 만든 콘텐츠의 영향에 대해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 소비자 입장에서도 쏟아지는 콘텐츠 속에 기준과 잣대를 가지고 선택하여야 하고, 불법 콘텐츠에 대한 나의 무심결한 클릭이 범죄를 조장하고 부추길 수 있다는 것을 자각할 필요가 있다. 남녀노소 누구나 이용하는 온라인 플랫폼이 범죄의 온상이 되도록 내버려두어서는 안 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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