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MoCA, 오늘 만나는 미술] 죽음까지 소유하는 인간
■금혜원의 '구름 그림자 영혼_p05'
금혜원의 ‘구름 그림자 영혼_p05’(사진)은 가로 4미터, 세로 3미터로 우리 미술관이 소장하는 가장 큰 사진 작품이다. 사각형 프레임 화면 전체는 규칙적인 격자 형식으로 구성되고 격자를 형성하는 수납장은 어림잡아 수십 개가 넘는다. 수납장 중에는 간혹 비어있는 칸도 있지만 대부분은 다양한 사물로 가득 차 있다. 꽃, 인형, 액자, 장식품, 종이컵 등 각양각색이다. 사진은 전체적으로 정돈된 격자무늬 안에 여러 사물이 어지럽게 놓여있어 호기심을 끈다. 이 수납공간은 반려동물의 유골을 모아둔 납골당이다. 인간의 납골당보다 크기는 조금 작지만, 장례식, 발인, 화장 등 인간의 장례 절차와 거의 유사한 단계를 거쳐 이곳에 안치되었다.
그간 금혜원은 사진이란 매체를 이용해 현대사회의 익숙함 이면에 감춰진 낯섦을 포착하는 작업을 지속해왔다. 그녀는 반려동물의 납골당 뿐 아니라 장례식장, 묘지, 박제까지 인간이 동물의 죽음을 추모하고 다루는 다양한 방식을 기록했다.
그녀의 ‘구름, 그림자, 영혼’ 시리즈는 죽은 동물의 장례식장, 제사를 지내며 염하는 모습, 죽음을 추모하는 공간인 납골당, 죽은 동물을 박제한 모습 등 다양한 풍경이 있다.
이들을 찬찬히 바라보면 기이한 감정이 슬그머니 올라온다. 누군가에게 가족이었을 동물의 죽음에 슬픔은 아니더라도 동정심이라도 느껴야 할 의무감이 들지만 안타깝게도 기이하고 불편한 감정이 앞서 나타난다. 인간이라 할 수 없고, 그렇다고 동물로 보기 힘든 익숙한 듯 낯선 생명체를 발견했기 때문일까? 귀엽고 사랑스러운 반려동물이 가졌던 이중적 정체성이 죽음이란 단계에 이르러 적나라하게 드러났기 때문일까?
작가의 작품은 반려동물의 죽음을 바라보는 복잡한 감정의 출처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할 것을 요청한다. 인간의 가장 친애하는 친구이자 정서적 결핍을 채워주는 든든한 동반자인 반려동물이 다른 측면에서는 인간과 동물이 결합한 기이한 존재라는 것, 인간의 욕망을 채워주는 비루한 존재이며 죽어서도 인간의 곁에 남아야 하는 종속된 존재라는 것을 여실히 보여준다.
작품 제목 ‘구름, 그림자, 영혼’은 죽은 반려동물의 이름이다. 세 이름 모두 소유할 수 없는 비 물질성을 띤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인간은 자신이 지어준 이름과 다르게 이들을 소유하고 죽음까지 소유하길 욕망한다.
박한나 부산현대미술관 학예연구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