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가장 위대한 스승은 실패와 경험
함진홍 부산교육청 청소년문화예술드림단장
‘철연미천(鐵硯未穿)’은 ‘철과 같이 단단한 벼루가 먹을 갈아서 구멍이 뚫리기 전에는 학업을 포기하지 않는다’를 뜻한다. 무슨 일을 하더라도 끝까지 의지를 굽히지 않음을 비유한 고사성어이다.그렇게 멈추지 않는 의지의 근원은 어디에 있는 것일까? 계속하고 멈추지 않는 습관은 곧 재능이라고 정의하기도 한다. 하고자 하는 일을 습관으로 만들 수 있으면 결국 내 것으로 만들 수 있다. 무엇을 습관으로 만들 것인지, 어떤 것에 관심이 더 가는지, 선택하고자 하는 의지가 있다는 자체가 긍정적이고 발전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다.
필자는 어려서부터 작은 체구에 평균에도 못 미치는 체력과 근력으로 인해 일상생활을 하는 데도 불편을 감수해야 했고 힘든 날도 무수히 많았다. 사회생활은 더한 어려움이 따르니 체력을 증진하지 않으면 가정과 직장 중 하나는 포기해야 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직장에서 오후가 되면 하체가 퉁퉁 부어 구두에 발이 안 들어갈 정도가 됐다. 발등에 불부터 꺼야 한다는 생각이 들어 가까운 산을 오르는 것부터 시작했다. 하체의 부기가 없어질 때까지 해보자고 다짐했고, 주말 산행 횟수와 시간은 점점 늘어났다. 그러는 새 다리의 부종은 말끔히 해소되었고 다리 근육도 많이 단단해졌다.
등산에서 얻는 또 다른 보너스는 자연과의 교감, 상쾌함, 만족감, 성취감 등이다. 등산을 하지 않고는 깨달을 수 없다. 스스로 극복해서 얻어낸 것의 가치는 돈으로도 살 수 없다.
그러므로 습관으로 삼는 의지와 재미있게 지속할 수 있는 지혜가 꼭 필요하다. 본인의 의지로 안 되면 어떤 방법이 있을까? 좋은 스승이나 동반자를 만난다면 도움이 되거나 좀 더 쉽게 갈 수 있을 것이다. 그런 스승을 필요할 때마다 만날 수 없다면 어떤 방법으로 해결해야 할까? 살면서 죽을 때까지 스승이나 멘토가 항상 있을 수도 없지만, 꼭 불가능한 것도 아니다. 누군가에게 기대고 의지하는 것은 큰 힘이 되지만, 평생을 그렇게 살아간다는 게 과연 가능할지 모르겠다.
20대에 시작해 등산을 습관처럼 하는데 적어도 10년 이상 걸렸다. 등산을 30년간 지속해 50대가 되어 시작한 마라톤을 60대 후반이 된 지금도 하고 있다. 고봉준령을 꼭 정복해야만 한다고 이를 악물고 산을 오르지 않아도, 대한민국의 산은 안 가본 데가 없다. 지리산과 설악산 종주를 수십 번도 넘게 했다. 풀코스 마라톤을 수십 번 완주했으며, 100km 달리기(울트라마라톤) 완주를 6번 하고 57세 때 1등까지 거머쥐었다. 결국 스승도 의지할 기둥도 내가 찾아야 하고, 없으면 만들어야 한다. 아무도 내 스승이 되어 주지 않는다면, 쓰러지고 말 것인가?
‘위대하고 영원한 스승은 실패와 경험이다.’ 무릎이 수백 번 깨지고, 발톱이 빠지고, 숨이 멎고, 앞이 안 보이는 암흑의 터널을 수천km를 넘게 지나고 나서야 비로소 스승을 만나게 되었다. 더 많은 실패와 경험이 나를 인도하고 가르쳐 줄 것을 확신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