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 드럼통 살인’ 피해자 신상 무분별 확산
지식 사이트에 얼굴·이름 노출
경찰 미확인 피의 사실도 게재
태국에서 30대 한국인 남성을 살해하고 시신을 유기한 ‘파타야 드럼통 살인’ 사건의 가·피해자 정보가 검증되지 않은 채 한 웹사이트를 통해 무분별하게 퍼져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유족 등에게 2차 피해가 우려되는 상황에 관계당국의 제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인다.
지난 12일 지식정보 사이트 ‘나무위키’에 ‘태국 한국인 관광객 납치 살해 사건’이라는 문서가 처음 등록됐다. 나무위키는 불특정 다수가 공동으로 문서를 작성·편집할 수 있는 인터넷 사이트다.
해당 문서는 15일 기준 신원을 알 수 없는 정보 기여자들로부터 100차례 넘게 수정을 거쳐 일반에 공개되고 있다. △개요 △사건 과정 △용의자(검거 과정, 범행 동기) △여담 △관련 보도 등으로 목차를 나눠 내용을 정리했다. 사건 발생 일시를 ‘2024년 5월 4일’로 특정했으며, 피의자 3명과 함께 피해자의 ‘이름·나이’까지 확인할 수 있다. 게다가 범행 동기는 ‘우발적 충돌을 참지 못하고 벌인 납치·살인이었을 것’이라고 올렸다.
대부분 이번 사건을 맡은 경남경찰청 등을 통해선 확인되지 않는 피의 사실이다. 경찰에 따르면 현재까지 정황상 범행 시점은 3~4일 사이로 추정되며, 검거된 피의자가 혐의를 부인하는 탓에 구체적인 범행 동기는 확인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익명의 개인들에 의해 사건 정보가 정제되지 않은 채 양산되고 있는 셈이다. 경찰대 한민경 범죄학과 교수는 “관련 정보가 더 이상 유포되지 않도록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 조치를 요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찰에 따르면 피의자 3명은 이달 초 태국 파타야에서 한국인 피해자 A 씨를 살해한 뒤 시신을 200L짜리 드럼통에 담아 유기하고 도주한 혐의를 받고 있다. B(20대) 씨는 범행 이후 지난 9일 귀국했다가 12일 전북 정읍의 주거지에서 긴급체포됐다.
15일 오후 구속된 B 씨는 창원지법의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면서 “아무것도 몰랐다. 내가 죽인 거 아니다”라며 울먹였다. 거듭 “내가 죽인 게 아니다”며 혐의를 부인했다.
공범 C(20대) 씨는 지난 14일 새벽 캄보디아 수도인 프놈펜에서 붙잡혔다. 경찰은 나머지 1명이 태국 주변국으로 밀입국한 것으로 보고 행적을 추적 중이다.
강대한 기자 kdh@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