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악계 아이돌’ 김준수가 부산서 토크 콘서트 연 이유 [부산문화 백스테이지]
국립창극단 소속으로 있지만
“관객과 거리 좁히기” 늘 고민
시민회관 제안에 흔쾌히 수락
“국악 가까워지는 계기” 호평
흔히 판소리의 3대 구성 요소는 ‘창(소리), 아니리(말), 너름새(발림, 몸짓)’라고 합니다. 그런데 저는 여기에 추임새까지 넣어서 관객과 소통이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소리꾼 김준수(32·국립창극단 부수석 단원)는 ‘소통의 음악’으로서 판소리에 대해 하나라도 더 알려주려고 애를 썼다. ‘국악계의 아이돌’로 통하는 김준수가 지난 14일 오후 부산에 왔다. 부산시민회관이 기획한 토크 콘서트 ‘살롱 드 국악’ 단독 진행을 위해서다.
김준수는 이날 자신이 살아온 이야기뿐 아니라 자기 장기인 소리꾼으로서의 매력을 십분 발휘하는 소리를 선보였다. 특히 앙코르로 ‘쾌지나 칭칭 나네’를 부를 땐 록 콘서트장에 온 것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킬 정도였다. 객석까지 불을 환하게 밝힌 가운데 다 같이 기립해 손뼉과 후렴구를 따라 부르며 “얼씨구, 좋~다, 잘한~다”를 연발했다. 객석 점유율도 약 70%로, 첫 시도치고는 나쁘지 않은 기록이었다.
이날 김준수가 소극장 무대에 처음 모습을 드러내자 객석 여기저기에서 환호성이 터졌다. 그런데 명색이 소리꾼인데 고수를 대동하지 않고 혼자 무대에 올랐다. 옷차림도 예상 밖이었다. 흰색 상·하의에 멋스러운 브라운색 재킷을 걸쳤다. 의아해하는 관객을 향해 김준수는 첫마디를 뗐다.
“소리 하는 사람이어서 한복 차림으로 인사드리는 게 당연할 수 있는데 저는 요즘 사복을 즐겨 입습니다. 아직 우리 국악 판소리가 왠지 고루하면서 어렵다고 느끼는 분이 많더라고요. 일상복처럼 가까이 있는 음악이라는 걸 알려주고 싶어서 이렇게 편한 복장으로 무대에 섭니다. 고수는 왜 없냐고요? 여러 음악을 MR 반주로 들려드릴 겁니다. 기대되시죠?”
전남예고를 졸업하고 중앙대 전통예술학부 재학 시절 남원 국립민속국악원의 ‘창극 춘향전’과 국립창극단의 ‘배비장전’에서 객원 주역으로 뽑혔던 그는 3학년이던 2013년 22세의 나이로 국립창극단에 입단했다. 당시 “창단 51년 만의 최연소 입단”으로 화제가 됐다. 이후 ‘메디아’ ‘배비장전’ ‘오르페오전’ ‘트로이의 여인들’ ‘패왕별희’ 등 굵직한 신작의 주연을 꿰차며 간판스타로 떠올랐다.
“초등학교 4학년 때 처음 판소리라는 걸 접하고 너무 신기한 마음에 부모님을 졸라서 소리에 입문했습니다. 소리와 인연을 맺은 뒤에는 명창에 대한 꿈을 꾸면서, 이 시대의 관객들과 소통할 수 있는, 또 공감할 수 있는 소리꾼이 되어야겠다고 생각했고요. 열심히 소리 공부를 한 덕분에 예술고를 거쳐 대학에 진학했는데, 창극이라는 또 다른 무대를 경험하게 됩니다. 전통 소리를 하면서 연기도 하는 창극 배우의 꿈은 그렇게 시작됐습니다.”
이날 토크 콘서트에는 별도의 사회자가 있거나, 대담자가 있는 것도 아니었다. 김준수는 혼자서 북 치고 장구 치는 격으로 원맨쇼를 벌였다. 심지어 고수조차 대동하지 않은 채 혼자 무대에 올랐다. 토크 콘서트가 끝나고 무대 뒤에서 만난 김준수는 “판소리 완창은 혼자 해 봤어도 이런 토크쇼는 처음이어서 많이 긴장했다”고 털어놨는데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 처음 부산시민회관으로부터 ‘살롱 드 국악’ 출연 제의를 받고 흔쾌히 수락한 이유도 “최근 국악에 대한 관심이 커졌다고는 해도 여전히 대중과는 거리가 있고, 해야 할 일이 많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국악 대중화를 향한 그의 노력과 열정은 듣던 그대로였다.
그러고 보니 김준수는 국립창극단 배우로서 본연의 업무나 소리꾼 공연 외에도, KBS1 ‘국악한마당’을 비롯해 Mnet ‘너의 목소리가 보여’3, KBS2 ‘불후의 명곡’, KBS1 ‘열린음악회’, MBC ‘복면가왕’ 등 다양한 방송에 출연하고, 음반과 음원 활동, 심지어 뮤지컬에도 출연하며 국악인으로서 외연을 확장하는 중이었다. “이 모든 활동이 사실은 제가 넓혀가고 싶은 무대이기도 하지만, 국악을 어려워하는 관객들과 거리를 좁히겠다는 저의 마음이 담겨 있기도 합니다.”
이날 공연은 소리꾼들이 목을 풀기 위해서 혹은 그날의 컨디션을 미리 체크하기 위해 부른다는 단가(사철가)부터 시작해 JTBC ‘풍류대장’ 프로그램에 출연했을 때 불렀던 ‘살아야지’, 그리고 에스닉 밴드 ‘두번째달’과 함께 작업한 판소리 <춘향가> 앨범 가운데 ‘적성가’와 ‘이별가’, ‘어사출두’ 등을 들려줬다. 한복 대신 일상복을 입고, 고수의 북장단 대신 MR 반주로 부르는 소리가 익숙하진 않았지만, 신선했다. 관객 만족도도 상당히 높아 보였다.
김준수는 현재 자기가 몸담은 국립창극단 작업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우리 판소리는 12바탕이 전해져 내려왔는데 지금은 5바탕만 존재하고 나머지 7바탕은 유실돼 국립창극단에서 7바탕 복원 시리즈도 진행했습니다. 특히 지난 2021년 국립창극단에서 공연한 ‘리어’는 지난달 재연까지 마쳤는데 올 10월엔 셰익스피어의 본고장인 영국의 바비칸센터 무대에도 오르게 됩니다. 우리 창극을 알릴 기회여서 모든 단원이 기대하고 있습니다.”
이번 공연을 기획한 부산시민회관 안주은 시민예술팀장은 “무대에서 공연으로만 만나는 예술가 이야기를 직접 들어보고 싶었다”며 “이야기도 듣고 소리도 들으면서 그동안 어렵게만 느껴졌던 국악에 시민들이 좀 더 가까워지길 바랐다”고 취지를 밝혔다. 안 팀장은 또 “단순히 강연하는 일반적인 아카데미를 뛰어넘어 예술가가 살아온 이야기와 퍼포먼스를 함께 경험하며 관객과 소통하고 공감하는 것이 최종 목표였는데 결과가 성공적이어서 예술가의 이야기 시리즈는 내년에 다른 장르로 기획해 볼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김준수도 마지막으로 강조했다. “우리 판소리가 절대 어려운 음악이 아닙니다. 여기가 아니더라도 또 다른 국악 공연을 보실 때 항상 오늘 같은 추임새로 함께하면 공연자도 힘이 나고 그 판을 만들어 나가는 의미가 있을 겁니다. 앞으로도 계속 도전하고 시도하겠지만 지켜봐 주십시오. 다음엔 꼭 창극 공연으로 부산에서 뵐 수 있기를 바랍니다.”
한편 ‘살롱 드 국악’ 2회 차는 오는 6월 27일 경기소리꾼 이희문의 ‘내 민요는 섹시하지’라는 제목으로 열린다. 형형색색의 가발, 하이힐 등 독특한 비주얼로 자신만의 개성을 선보이는 이희문은 2017년 퓨전국악으로 한국 최초로 미국의 공영 라디오방송 ‘Tiny Desk Concert’에 초대받아 세계를 놀라게 만들었다. 생긴 대로 살아간다는 ‘B급 소리꾼’ 이희문은 흔히 생각하는 민요의 이미지를 완벽하게 벗어난 무대로 ‘파격의 아이콘’, ‘국악계의 이단아’라는 수식어를 얻었다.
김은영 기자 key66@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