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 전시에 ‘오픈런’? 화제 폭발 ‘기안도’
기안84 개인전 연일 매진 행렬
유료 전시 감안 이례적 현상
예능 통해 친숙한 이미지 효과
최근 부산 미술판에 재미난 소문이 돈다. 연예인 행사나 백화점 명품관에서 볼 수 있는 ‘오픈런’이 미술 전시에서 생기고 있다는 것이다. 비엔날레 같은 큰 행사는 물론이고, 레전드 작가의 전시에도 볼 수 없었던 장면이 가능할까 궁금했다. 소문의 근원지, 부산 기장 아난티 컬처클럽으로 갔다.
지난 주 한 평일 오후, 아난티 주차장에서는 실제로 사람들이 엘리베이터를 향해 뛰어가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주차장 곳곳에 전시장을 알리는 안내판이 여러 개 설치돼 있었다. 익숙한 얼굴의 캐릭터와 ‘기안도’라는 전시명, 웹툰 작가에서 이젠 예능인으로 더 유명한 기안84의 부산 개인전이 뛰는 이들의 목적지였다.
전시장 입구부터 수십 명이 줄 서 있었다. 미술 전시는 대부분이 무료인 데 반해 기안84의 전시는 8400원의 입장료가 있는 유료 전시이다. 그럼에도 사전 예매는 전시 마지막 날인 24일까지 모두 매진됐다. 쾌적한 관람을 위해 하루 입장객과 시간별 입장객 수를 제한하다 보니 예약을 한 이들은 빨리 입장하기 위해 뛰고 표를 구하기 못한 이들은 현장 판매 표를 잡기 위해 뛰는 것이었다.
전시장은 초등학생부터 청소년, MZ세대, 50~60대까지 전 연령대 사람들로 붐볐다. 작품마다 사진을 찍고, 현장에서 인스타그램에 바로 올리는 이들도 많이 보였다. 요즘 부산의 인스타 핫플로도 유명하다.
“TV 예능 프로그램에서 그림 그리는 모습이 자주 나와 실제 작품이 궁금했어요.” “작품이 다 팔렸다는 뉴스를 보고 와 보고 싶더라고요.” “혼자 사는 프로그램을 온 가족이 즐겨 보는데 아이가 가보고 싶다기에 가족이 나들이 왔어요.” “작가님의 웹툰을 즐겨 봤더니 익숙한 느낌이죠.”
전시장에서 만난 이들은 대부분 예능 프로그램을 통해 작가의 일상을 알게 되니 전시가 더욱 궁금해져서 찾아왔다고 답했다. 갤러리나 전시장은 어렵게 느껴졌는데 기안84 작가의 전시는 어려울 것 같지 않고 재미있는 현장으로 다가온다는 말도 했다
이번 전시를 기획한 이병구 스타트아트코리아 대표는 “기안84 작가는 웹툰작가로 활동했기 때문에 이야기 구성에 대한 훈련이 잘돼 있다. 하나의 작품에도, 전체 전시 구성에도 관객이 쉽게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는 요소가 있다. 이런 점이 인기 비결인 것 같다”고 소개했다.
이번 전시에선 아크릴과 유화 물감뿐만 아니라 크리스털을 활용한 작품도 있고 조각까지 다양한 소재와 매체를 사용했다. 자유로운 성격이 작품에도 묻어 나왔다. 부와 권력에 대한 솔직한 욕망을 드러내고 부끄러운 자신에 대한 이야기조차 과감하게 드러낸 작품들이 관객의 관심을 많이 끌었다. 미술 전문가들은 이전 전시부터 그림의 밀도가 높아졌다는 평가를 내리기도 했다.
기안84 작가는 앞으로 웹툰이 아니라 미술 작품에 전념할 예정이다. 부산 전시에는 39점의 회화 작품 외에도 웹툰 ‘패션왕’과 ‘복학왕’의 주인공 ‘우기명’이 랩핑된 하이퍼카 ‘부가티 시론’도 함께 전시돼 또 하나의 관람 포인트가 되고 있다.
김효정 기자 teresa@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