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복현 “밸류업 프로그램…중·장기적 관점에서 차질 없이 진행”
주식시장 우상향 환경 조성과 제도 개편 추진
공매도 재개에는…”시점 단정 못해”
부동산PF “관리 가능…소통 강화”
금융사 CEO, 일제히 “주주가치 증대”
“밸류업 프로그램은 중·장기적 관점에서 계획된 추진 일정에 맞춰 차질 없이 진행하도록 할 것입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 원장은 지난 16일(현지시간) 금감원·부산시·서울시·금융권과 공동으로 개최한 ‘뉴욕 IR’ 행사 중 해외투자자와의 대화 세션에서 “기업가치 제고와 그 과실을 투자자들이 함께 향유하는 선순환적 자본시장을 구축하고자 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 자리에는 이 원장과, 정은보 한국거래소 이사장, 양종희 KB금융지주 회장, 진옥동 신한금융지주 회장, 김미섭 미래에셋증권 대표, 김성환 한국투자증권 대표, 홍원학 삼성생명 사장, 조용일 현대해상 대표 등이 참석해 얘기를 나눴다.
이 원장은 “밸류업 정책은 중·장기 과제로 일관되고 꾸준하게 추진해 나갈 것"이라며 확실한 의지를 나타냈다. 그는 “다소 시간이 걸리더라도 주식시장이 우상향할 수 있는 환경 조성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며 “정부는 배당 관련 세제 개편, 기업 지배구조 개선을 위한 상법 개정 등 매력적인 자본시장 구축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공매도에 대해 “공매도 재개는 전면 금지의 배경, 이유, 명분들이 어느 정도 해소돼야 한다”며 “불법 공매도 조사와 관련 법령 개정 추이 그리고 전산화 구축 진행 경과 등을 봐야 해 재개 시점을 단정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해외투자자들이 우려를 표하고 있는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사태와 관련해서는 “충분히 관리가 가능한 수준”이라고 일축했다. 이 원장은 “금융시스템에 영향이 없도록 질서 있는 연착륙 노력을 경주하고 있다”며 “시장·업계와 긴밀히 협의·소통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양종희 KB금융지주 회장은 해외투자자들에게 지속가능한 수익 창출을 강조했다. 양 회장은 “자본력을 탄탄히 유지하고 여러가지 수단을 통해 주주환원 수익률을 높이기 위한 방향에서 움직이고 있다”며 “지속적으로 자기자본이익률(ROE) 10%는 나와야 되지 않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비은행 부문에서 아직 부족함이 있는데 증권·카드·보험 등도 은행과 같이 1등을 한다면 더 수익이 좋을 것으로 생각한다”며 “향후 일관된 방향에서 중장기 자본관리 정책 목표를 12~13%로 설정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진옥동 신한금융지주 회장은 글로벌 부문에서 거둔 성과를 더욱 확대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향후 글로벌 시장에서 선택과 집중에 나설 것”이라며 “베트남과 일본이 대표적인 성공 모델이며 향후 인도나 중앙아시아 쪽을 중점적으로 공략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신한베트남은행은 현지에서 외국계 은행 1위로 신한그룹 총이익의 5% 수준을 내고 있을 정도로 성과가 좋다. 일본의 경우 한국의 뱅킹IT를 통한 비즈니스가 차별화 전략으로 성공을 거두고 있다.
진 회장은 ROE 10% 목표로 발행주식을 줄이겠다는 뜻도 밝혔다. 그는 “당분간 현금 배당을 적절하게 유지하며 자사주 매입 소각 등을 통해 발행 물량을 조절할 것”이라며 “2~3년 정도는 자사주 매입을 통해 주주환원 정책을 이끌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미섭 미래에셋증권 대표는 향후 △글로벌화 △투자 역량 향상 △고령화 대비 연금시장 역량 강화 △인공지능 등 IT기술 발전 등을 중장기적으로 키우겠다는 뜻을 밝혔다. 김 대표는 “중장기적으로 전체 이익의 50% 이상을 해외에서 발생시키겠다는 목표”라며 “네 가지 목표를 잘 달성해 세계 시장에서 인정받는 투자사로 거듭날 것”이라는 포부를 밝혔다.
김성환 한국투자증권 대표는 “빠르게 성장하는 연금시장 자산관리 서비스를 강화하겠다”며 “디지털화와 초개인화 글로벌화를 통해 이를 만들어내겠다”고 말했다.
홍원학 삼성생명 사장은 상업용 부동산 시장에 대한 우려와 관련한 질의를 받았다. 홍 사장은 중·장기적 운용전략을 묻는 질문에 “해외 부동산 투자가 10조 원 정도로 운용자산 전체의 5% 수준”이라며 “우려가 높아진 것은 사실이지만 철저한 리스크 관점에서 보고 있어 괜찮다”고 답했다. 이어 “자산 운용을 미래 수익에 있어 비중 높은 핵심 사업으로 바라보고 있다”며 “여기에 맞는 다양한 전략을 추진해 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조용일 현대해상 대표는 성장 동력 악화에 대한 우려에 뚜렷한 해답을 제시하지 못했다. 조 대표는 “과거 기업·자동차 보험과 같은 손보사 고유 종목에 집중해야 하지만 최근 생명보험사와 차별화가 안되고 있다”며 “향후 해외 진출 등 적극적인 인수합병(M&A) 등을 통해 정체된 점을 풀어야 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저출산 고령화 시대를 어떻게 대비하고 있냐는 질문에는 “과거 인수 거절했던 계약자들을 이제는 적극적으로 끌어들이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상품이 많이 나와야 할 것”이라며 “고령자 대상 연금·요양 등에 심혈을 기울여야 할 것”이라고 답했다.
정은보 한국거래소 이사장은 “수요와 공급 관리를 잘해서 기업이 본래 받아야 할 정도의 가치를 받는 방향으로 밸류업 프로그램을 운영할 것”이라며 “중복·쪼개기 상장 등에 대해서는 필요 시 원칙에 따라 과감히 퇴출하거나 제도적으로 보완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진호 기자 rplkim@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