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상의 화원 보려거든 지금 경남 거창으로 달려가세요

남태우 기자 leo@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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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도 1호 지방정원 창포원]

춘하추동 다른 모습으로 관람객 끌어
5월엔 창포, 작약, 샤스타데이지 화사
자전거 타고 곳곳 누비며 다양한 사진
매주 주말 오전엔 나들이 행사도 진행

3년 전 경남도 제1호 지방정원으로 막 개장한 경남 거창군 창포원에 처음 갔을 때에는 초여름인 6월 하순이었다. 연꽃이 화사하게 피어 마음을 홀렸기에 이때만 해도 창포원은 연꽃으로 유명한 줄로만 알았다. 지난 16일 창포원에 다시 가니 첫 여행 때와는 완전히 다른 모습에 벌어진 입을 다물기 힘들었다. 창포원이 왜 창포원인지 이유를 알 수 있었다. 이곳이 이렇게 아름다운 곳인지 다시 알게 됐다. 문득 ‘천상의 화원’이나 영웅과 위인의 사후 낙원이라는 ‘엘리시온 평원’이 정말 있다면 이런 모습일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관람객들이 노랑꽃창포가 화사하게 피어난 생태연못 주변을 느긋하게 거닐고 있다. 남태우 기자 관람객들이 노랑꽃창포가 화사하게 피어난 생태연못 주변을 느긋하게 거닐고 있다. 남태우 기자

알고 보니 창포원은 봄에는 100만 본 이상의 노랑꽃창포와 보라색 창포에서 피어나는 수백만 송이의 창포 꽃, 여름에는 눈부시게 화려한 수천 송이의 연꽃·수련·수국, 가을에는 화사한 풍치의 국화·단풍으로 유명한 곳이다. 겨울에는 습지 주변으로 펼쳐지는 억새와 갈대가 환상적인 경치를 만들어낸다. 그야말로 사계절 언제라도 절대 놓치지 말라고 추천하고 싶은 환상의 공간이다.

한 노부부가 노랑꽃창포가 활짝 핀 바람개비정원에서 자전거를 즐기고 있다. 남태우 기자 한 노부부가 노랑꽃창포가 활짝 핀 바람개비정원에서 자전거를 즐기고 있다. 남태우 기자

5월에 방문하는 창포원에서 가장 먼저 방문객을 놀라게 하는 꽃은 노랑꽃창포다. 100만 본의 줄기에서 피어난 수백만 송이의 창포 꽃은 절정으로 눈부시다. 창포원 한가운데 꽃창포습지와 바람개비정원은 그야말로 창포의 천국이다. 바람에 따라 술렁이는 노랑꽃창포가 빼곡히 들어찬 습지와 정원은 노란색과 녹색 천지다. 맑은 하늘과 그 사이로 흐르는 구름이 아니라면 이곳이 세상인지 노란색과 초록의 천국인지 알 수 없을 정도다. 이곳에 반한 채 한참 서 있다 보면 눈과 손, 심지어 귀와 발바닥까지 짙게 물들지도 모른다. 노랑꽃창포의 꽃말은 ‘행복’이라는데, 창포 사이 벤치에 나란히 앉아 밀어를 속삭이는 두 연인의 사랑은 영원히 행복하게 이어지리라는 생각이 든다.

두 연인이 연꽃원 주변에 피어난 노랑꽃창포 사이에서 사랑을 속삭이고 있다. 남태우 기자 두 연인이 연꽃원 주변에 피어난 노랑꽃창포 사이에서 사랑을 속삭이고 있다. 남태우 기자

노랑꽃창포를 지나면 하얀색 샤스타데이지가 가슴을 두근거리게 만든다. 방문자센터에서 수련원, 연꽃원으로 이어지는 흙길 주변에 샤스타데이지가 하얗게 피어 깊은 인상을 주더니 창포원을 한 바퀴 돌아 맞은편 장미정원을 지나자 나리원 일대에 다시 샤스타데이지 군락이 나타난다. 다양한 목재 구조물 그리고 초록색 넝쿨과 어우러진 샤스타데이지는 그야말로 환상적인 풍경을 연출한다.

환상적인 분위기를 연출하는 샤스타데이지 군락. 남태우 기자 환상적인 분위기를 연출하는 샤스타데이지 군락. 남태우 기자

샤스타데이지 주변에서는 빨간색, 분홍색 작약이 절묘한 조화를 이루고 있다. 샤스타데이지는 청초하면서 순수한 느낌을 주는 반면, 화사하게 피어나 자극적이고 뇌쇄적인 분위기를 연출하는 작약의 모습은 도도하기도 하고 거만하기도 하다. 그래도 사랑스럽고 아름다운 꽃이라는 사실은 절대 부인할 수 없다.

자극적이고 뇌쇄적인 분위기의 작약꽃. 남태우 기자 자극적이고 뇌쇄적인 분위기의 작약꽃. 남태우 기자

메타세쿼이아길을 따라 파스텔톤으로 들판에 뿌려진 것 같은 수레국화, 꽃양귀비, 패랭이꽃 등등 다양한 꽃 군락도 빼놓을 수 없다. 여러 꽃의 여러 색이 임의로 섞이다 보니 어찌 보면 촌스럽지만, 달리 보면 정말 세련된 것 같은 모순된 느낌을 준다. 그 사이로 자전거를 타고 달리는 사람들을 보면 초여름이 아니라 가을 같다는 인상마저 받는다. 창포원에는 걷거나 자전거를 타고 달릴 수 있는 길이 잘 정비됐다. 그래서 1~2인용 자전거나 바퀴 4개짜리 자전거를 타고 다니는 사람이 적지 않다. 가다가 적당한 곳에서 내려 꽃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고 다시 자전거에 올라 느긋하게 페달을 밟는다.

관람객들이 노랑꽃창포, 꽃양귀비, 수레국화 등이 섞어 핀 메타세쿼이아 길에서 자전거를 타고 있다. 남태우 기자 관람객들이 노랑꽃창포, 꽃양귀비, 수레국화 등이 섞어 핀 메타세쿼이아 길에서 자전거를 타고 있다. 남태우 기자

시간 여유가 있다면 창포원에서 벗어나 바로 인근 황강에 조성된 산책로를 걸어도 된다. 창포원 끝부분에 있는 황강전망정원은 4월에는 꽃잔디로 뒤덮여 눈부실 정도지만 아쉽게도 지금은 남은 게 없다. 꽃잔디를 놓친 아쉬움을 달래며 정원 전망대에 오르면 푸르고 시원한 창포원을 한눈에 볼 수 있다.

한 여성이 샤스타데이지와 작약이 묘한 조화를 이룬 꽃밭을 거닐고 있다. 남태우 기자 한 여성이 샤스타데이지와 작약이 묘한 조화를 이룬 꽃밭을 거닐고 있다. 남태우 기자

한편 거창군은 매주 주말 오전 11시~오후 2시 ‘주말 창포원 나들이’ 행사를 진행한다. 참가 희망자는 행사일 사흘 전까지 군청 문화관광 홈페이지에서 신청하면 된다. 거창군은 또 외지인이 거창관광택시를 이용할 경우 이용요금(3~8시간에 6만~15만 원)의 50%를 지원하는 이벤트도 진행한다. 디지털관광주민증을 발급받은 외지인에게는 다양한 요금 할인 혜택도 준다.


남태우 기자 leo@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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