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의무 지출 예산 급증…“내년 예산 새로 늘릴 곳 없다”
국가재정전략회의서 정부지출 논의
정부 의무지출 매년 20조원대 증가
재량지출 못늘리고 구조조정 강조돼
정부가 내년 예산안을 편성할 때 재량지출 증가율을 0%로 묶어두는 기조로 예산을 짠다는 방침으로 알려졌다.
통상 정부 지출은 의무지출과 재량지출로 나눠진다. 의무지출은 말 그대로 법적으로 반드시 지출해야 하는 사항이다. 지방교부세, 지방교육재정교부금, 복지분야 법적 지출, 국채이자 등이다. 재량지출은 이를 제외한 예산사업을 말한다. 2023년을 기준으로 의무지출은 53%, 재량지출은 47%였다.
중기적으로 재량지출 증가율은 연평균 2.0%가 돼야 하지만 이런 여력이 없다는 게 재정당국 인식이다. 이렇게 되면 신규 사업 예산은 각 정부부처별로 지출 구조조정으로 충당해야 한다.
19일 정부 당국에 따르면 지난 17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2024년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 이런 원칙이 강조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따라 내년도 총지출 증가분은 사실상 의무지출 증가분으로만 채워질 가능성이 높다.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의무지출이 크게 늘어나는 현실을 설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의무지출이 내년부터 해마다 20조원대 불어나는 구조에서 불가피한 조치라는 것이다.
한 당국자는 “재량지출을 늘릴 여력이 없다”며 “각 부처에서 신규 예산사업을 추진하려면 기존 사업의 지출 구조조정으로 대응해야 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즉 A라는 새로운 사업을 하려면 기존 B 사업의 예산을 줄여야 한다는 뜻이다.
다른 당국자도 “회의에서는 기존 사업예산에서 불필요한 부분을 최대한 찾아내 정리해야 한다는 얘기가 거듭 강조됐다”고 말했다.
2023~2027년 재정운용계획상 의무지출은 올해 347조 4000억원에서 내년 373조 3000억원으로 약 26조원 증가한다. 2026년에는 20조 6000억원, 2017년에는 19조 5000원 불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런 상황에서 추가적인 국가부채 증가없이 신규 예산을 확보하는 방안은 재량지출 구조조정 외에는 방법이 없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정부는 중장기적으로는 의무지출도 조정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무엇보다 급격한 저출생으로 예산이 남아돌고 있는 교육재정교부금의 칸막이를 허무는 작업이 최우선 순위로 꼽힌다.
다만, 이는 법률 개정 사항으로 야당과 교육계 입장까지 두루 조율해야 한다는 점에서 행정부 차원의 의지만으로는 쉽지 않은 게 현실이다.
김덕준 기자 casiopea@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