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는 ‘올림픽 휴전’ 거부… 러·중은 밀착 행보
오는 7월 파리 올림픽 맞춰 휴전
푸틴, 시진핑과 정상회담 논의
젤렌스키 “러시아 약속 못 믿어”
대신 중국에 평화회의 참가 촉구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17일(현지시간) 2024년 파리 하계올림픽을 앞두고 프랑스 파리 올림픽 기간 휴전하는 방안에 대해 중국 시진핑 국가주석과 논의했다. 하지만 우크라이나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은 “러시아에만 유리한 일”이라며 휴전을 거부했다.
타스 통신 등에 따르면, 5기 집권을 시작한 푸틴 대통령은 이날 중국을 국빈방문해 시진핑 주석과 정상회담을 가졌다. 회담 직후 앞서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앞서 언급했던 올림픽 휴전 구상이 시진핑 주석과의 회담에서 거론됐느냐는 취재진 질문에 “그렇다”며 “시진핑 주석이 나에게 이 문제에 대해 말했고, 우리는 이 문제에 대해 논의했다”고 답했다.
시진핑 주석은 이달 초 파리에서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만나 오는 7월 26일부터 8월 11일까지 열리는 파리 올림픽을 위한 올림픽 휴전 계획을 지지한다고 밝혔었다. 다만, 푸틴 대통령은 올림픽 휴전 문제를 논의했다고만 밝히고 휴전 이행 여부는 언급하지 않았다.
올림픽 휴전 협정의 전통은 기원전 8세기 고대 그리스로 거슬러 올라간다. 고대 그리스에서는 모든 운동 선수와 관련자가 게임 중 안전한 도착, 접근 및 참여를 보장받았었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1992년 공식적으로 이 전통을 되살렸고, 이듬해 유엔 총회도 이를 지지했다.
그러나 젤렌스키 대통령은 AFP 통신과 인터뷰에서 “올림픽 휴전이 이뤄지더라도 푸틴 대통령이 약속대로 철군할 것이라 신뢰할 수 없다”며 거절 의사를 밝혔다. 그는 “러시아가 (휴전 기간) 자신들의 무기와 군대를 아무런 제지 없이 우리 영토로 들여올 위험이 있다”며 “우리는 적에게 유리하게 이용될 수 있는 어떤 휴전에도 반대한다”고 강조했다.
대신 젤렌스키 대통령은 러시아와 연일 밀착 행보를 보이고 있는 중국에 다음 달 스위스에서 열리는 우크라이나 평화 회의에 참가해달라고도 촉구했다. 그는 “중국은 러시아와 서방 사이에서 균형을 잡기를 원한다”며 “그렇기에 중국이 이번 평화 회의에 참가하는 것을 보고 싶다”고 말했다.
다음 달 15~16일 스위스에서 열리는 우크라이나 평화 회의는 세계 각국이 모여 우크라이나 전쟁 종전과 평화 정착을 위한 해법을 논의하고자 마련된 자리다.
한국, 중국 등 각국 정부와 국제기구 대표단 160여 명이 초청됐으며 비올라 암헤르트 스위스 대통령은 50여 개국이 참가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당사국인 러시아는 초청되지 않았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해 규탄을 자제해 온 중국의 회의 참가 여부에 관심이 모이는 가운데 젤렌스키 대통령은 중국과 같이 러시아에 영향력을 지닌 국가들이 “더 전쟁 종식을 원하는 우리의 편에 설수록 러시아도 더 무시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번 평화 회의에 대표단을 보내지 않는 것은 모두가 평화를 원한다고 할 때 ‘러시아가 이기기를 원한다’는 공개 답변인 셈”이라며 더 많은 국가의 참가를 촉구했다.
이은철 기자 euncheol@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