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안전한 바다, 빅데이터 기반 자율 관리로
김준석 한국해양교통안전공단 이사장
매년 해양 사고의 98% 이상이 1만t 미만 중소형 선박에서 발생한다. 사고 원인은 주로 인적 부주의와 기관손상 같은 안전관리 미흡이다. 국내 대형선사가 세계적 수준의 선박 관리와 안전 운항 체계를 갖춘 것과 달리, 대다수 조업 현장과 지역 해운업계는 자율 안전관리를 위한 인력과 비용, 자동화된 시스템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정부가 영세 어업인과 해운선사의 경영안정을 위한 지원에는 힘써 왔으나, 정작 바닷길 안전관리에서는 관련 정책 개발이 기술의 속도를 따라가지 못한 것이 사실이다.
도로교통 분야는 일찍이 데이터를 활용한 자기주도 안전관리 체계를 구축했다. 매년 지자체는 지역 맞춤형 교통안전 정책 수립에 도로교통공단 교통사고분석시스템의 지역별 교통안전지수와 전년 대비 개선율 등을 활용한다. 한국교통안전공단의 운수안전컨설팅지원시스템은 차종에 따른 운수업체별 종합안전등급을 제공한다. 각 사업체는 자사의 운수 종사자 정보와 차량 정밀검사 이력, 도로 안전도 등급을 확인해 자율적 안전관리를 도모한다. 실제 지난 10년 사이 교통사고 사망자는 2013년 5092명에서 2022년 2735명으로 절반 가까이 감소했다.
해양교통 분야는 이제 걸음마를 뗐다. 한국해양교통안전공단(KOMSA, 이하 공단)은 작년 말 영세 어업인과 해운선사를 위한 ‘우리 선박/선사 관리’ 서비스를 최초로 선보였다. 빅데이터 기반 맞춤형 안전관리정보를 제공해 자기주도 안전관리를 유도하기 위해서다.
해당 서비스는 선박검사, 운항 이력, 실시간 선박 위치, 해양사고 통계 등 공단과 정부 기관의 공신력 있는 빅데이터를 분석해 제공한다. 이중 분기별 선박안전등급은 선박마다 사고빈도와 유형, 심각도를 분석한 ‘교통안전성’, 사고다발 위험해역 운항 누적 시간 등을 분석한 ‘운항안전성’ 등 두 가지 등급을 부여하고 있다.
출시 6개월째, ‘우리 선박 관리’ 서비스는 선박 여러 척을 보유한 어업인들 사이에서 호응이 크다. 현 기준 국내 등록 선박의 약 7%가 해당 서비스에 가입했다. ‘우리 선사 관리’ 서비스는 이미 전국 모든 연안여객선사에서 활용 중이다. 기존 정부 주도의 선박 안전관리 이행에서 선박 소유자 스스로의 책임 의식과 관리 역량에 기반한 적극적, 자기주도적 안전관리가 시스템 안에서 가능해졌다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우리 선박/선사 관리’ 서비스는 공단의 해양교통안전정보시스템, 일명 MTIS 누리집과 모바일 앱에서 제공 중이다. 공단은 MTIS 서비스를 다각화해 해양교통 분야의 자율 안전관리 체계 전환을 주도한다. 실례로 ‘실시간 해양교통정보’ 서비스는 충돌사고 위험이 큰 낚시어선과 레저기구가 혼잡한 바닷길을 피해 더 안전한 항로를 선택하도록 지원한다. 올해는 부유물 감김 사고 다발해역을 시기별, 해역별로 추출해 볼 수 있는 디지털 현황도를 추가할 계획이다. 작년 부유물 감김 사고 건수는 전년 대비 37.1%나 증가하는 등 해마다 사고 위험이 커지는 추세이다. 공단은 해양수산부의 바다 내비게이션 단말기에도 현황도를 제공해 활용 폭을 넓힌다.
상반기 연이은 해양 사고와 인명피해 소식이 전해지고 있다. 그간 해양교통 안전관리는 정부 규제와 지원에 의존해 왔다. 빅데이터 기술을 활용한 자율안전관리 체계 조성은 현장 중심의 안전문화로 나아가는 과정이다. 오는 5월 31일은 제 29회 바다의 날로, 수도권 해양레저관광의 거점인 화성에서 기념식이 개최된다. 바다의 날을 맞아, 더 안전한 바닷길을 위한 많은 관심과 참여를 그 어느때 보다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