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도시공사 조직개편, 부산시에 막혀 반년째 제자리
특정부서 집중권한 분배 차원
공사비 검증 전문인력도 부재
경영쇄신 차원 추가 인력 요구
시 “형평성 고려… 시기상조”
부산도시공사가 추진하는 조직 개편과 인력 충원이 반 년째 공회전만 하고 있다. 도시공사는 특정 부서에 집중된 권한을 분배하고 효율적인 업무 수행을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고 주장하지만, 부산시는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는다. 최근에는 공사비 검증 업무까지 떠맡게 되면서 공사 내부에서는 불만이 커지고 있다.
19일 부산도시공사와 부산시에 따르면 도시공사는 경영 쇄신의 일환으로 지난해 11월부터 시에 조직 개편을 요구하고 있다. 핵심은 현행 3본부 체제를 4본부 체제로 바꾸자는 것이다. 도시창조본부에 지나친 권한과 업무가 집중돼 있어 이를 ‘단지사업본부’와 ‘건축사업본부’로 쪼개는 방안이다.
이 안에 따르면 단지사업본부는 토목 사업 위주로 센텀2단지나 공항복합도시 등을 담당한다. 건축사업본부는 에코델타시티 등 주택사업과 행정복합타운을 비롯한 각종 건축 업무를 맡게 된다.
부산도시공사 조준우 노조위원장은 “지난해 불미스러운 사건 탓에 직원들이 넉 달간 특정 감사를 받고 있다”며 “조직 개편을 약속한 경영진이 손을 놓고 있어 노조가 나서게 됐다”고 말했다. 도시공사 노조는 지난 16일부터 시청 앞에서 조직 개편을 요구하는 집회를 열고 있다.
도시공사는 각종 연구 기능을 수행하는 도시정책원 신설, 올해 15명 증원 등도 함께 요구하고 있다. 도시공사는 시가 관리·감독하는 산하 공공기관이라 시의 허가를 받아야 조직 개편 등을 시행할 수 있다. 하지만 권한을 가진 시는 반년째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
시는 4본부 체제 도입에 대해 시기상조며, 도시정책원 신설은 부산연구원과의 기능 중복 등을 우려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인원 증원 등에 대해서는 다른 공사, 공단과의 형평성을 고려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시 관계자는 “현재 공사와 협의 중인 사안이라 공개적으로 언급하기는 힘들다”며 “논의 과정에서 공사나 노조가 원하는 우선순위가 달라 시도 애로사항이 있었다”고 밝혔다.
시가 재개발·재건축 사업장의 공사비 검증 업무를 도시공사에 일임한 것도 갈등의 도화선이 되고 있다. 시는 지난 12일 도시공사를 정비사업 지원기구 업무 대행기관으로 지정해 공사비 검증 업무를 수행토록 했으나 공사에는 관련 전문 인력이 없다. 이 때문에 도시공사는 전담 인력 9명 확충을 요청했지만, 시는 4~5명을 언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익명을 요구한 한 도시공사 직원은 “공사비 검증 업무 관련 민원이 쏟아질 게 뻔한데, 생색은 시가 내고 총알받이는 도시공사 직원들에게 넘기는 꼴”이라며 “결국은 시가 도시공사를 바라보는 시각의 문제다. 아무리 산하 공공기관이라 할 지라도 최소한의 업무 자율성 보장과 인력 충원은 해줘야 일을 처리할 수 있다”고 말했다.
안준영 기자 jyoung@busan.com